[생활] 미래의 로맨스는 가상현실에서 영근다 사회경제

date24.jpg » 이메일이 나오기 전 피시통신을 통해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1997년작 영화 <접속>.

 

2040년 새내기 커플의 70%가 온라인서 교제 시작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성을 만나고 사귀는 방식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연인들이 약속시간과 장소를 잡고 대화를 나누는 주된 소통수단은 종이 편지였다.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전화, 이메일을 거쳐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주된 소통 수단이 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어갈까? 새로이 등장하는 IT기술들은 싱글족들의 고민을 더 쉽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경영학석사 과정 학생들이 첨단 기술의 발달이 미래의 데이트를 어떻게 바꿔나갈지를 예측한 이색 보고서를 내놨다. 온라인 만남주선 사이트인 ‘이하모니’(eHarmony.co.uk)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2040년 미래의 데이트>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가상현실과 웨어러블 기술, DNA 및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이 데이트의 미래를 확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지난 100년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여기에 인류학, 사회학, 기술 및 바이오의약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작성됐다. 

 

date12.jpg » 2040년에는 신생커플의 70%가 온라인을 통해 교제를 시작한다. 이하모니 인포그래픽

 

이 업체는 앞서 2013년에 1차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성교제의 모바일화에 초점울 둔 당시 보고서는 2040년에는 새로 생겨나는 연인의 70%가 온라인에서 교제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 후속작업으로 구체적인 미래의 데이트 모습을 예상해본 것이다.

 

첫째, 오감을 전달하는 가상현실이 데이트 방식을 바꾼다

 

date11.jpg » 오감을 전달해주는 가상현실기기가 미래의 데이트를 바꾼다. 유튜브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LVX7iruysrM)

 
 촉각, 후각, 미각 등 인간의 다섯가지 감각을 모두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가상현실에서도 실제와 거의 똑같은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가상현실 공간에서도 상대방의 손을 잡을 수도 있고 심지어 체취를 맡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 발전 덕분에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2040년에는 영상과 음성 뿐 아니라 감각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을 전송하려면 초당 285만비트 이상을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각 감각기관에 연결된 뉴런 숫자와 각 뉴런이 한 번에 쏘아보낼 수 있는 최대 데이터에 기반한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2040년 디지털 전송 기술이 초당 9520억비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간의 감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이다.  

date4.jpg » 인간의 오감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전송량. 청각은 초당 24만킬로비트, 촉각 108만킬로비트, 미각 80만킬로비트, 후각 72만킬로비트이다. 보고서에서 인용.

온라인 공간에서도 실제와 같은 만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활용하면 데이트에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훨씬 덜 수 있다. 아무데서나 로그인을 해서 파트너와 대화하고 스킨십을 하면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로그아웃하면 끝이다. 상대방을 집에 데려다 줄 필요도 없고, 귀가시간이 늦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특히 인터넷 웨어러블 기술과 결합되면 언제 어디서든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상현실은 장거리 교제가 갖고 있는 장벽을 단숨에 없애버릴 수 있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데 지리적 거리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교제의 범위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둘째, 유전자 분석이 자신한테 적합한 짝을 찾아준다


date3.jpg » 유전자의 비밀을 풀면 적합한 짝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비즈니스 스쿨.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은 가능한 한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자손을 낳기를 바란다. 따라서 자신과 비교해 유전적 다양성이 적절하게 발현될 수 있는 사람한테 끌리게 된다고 한다. 유전자 분석 기술은 우리가 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지, 심장은 왜 그리도 쿵쿵 거리는지 그 비밀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date5.jpg » DNA 분석에 드는 비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보고서에서 인용.

DNA 연구를 통해 이런 비밀을 캐내는 데는 그동안 비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한 사람의 DNA를 분석하는 비용은 2003년만 해도 5200만파운드(약 920억원)나 됐다. 하지만 분석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 비용은 현재 650파운드(약 110만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이 비용은 갈수록 더 떨어질 것이다. 그에 발맞춰 DNA 연구도 더욱 활성화돼 2040년 인류는 DNA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개인별 DNA 데이터가 수집되면, 이를  별도의 컴퓨터 알고리즘에 넣어 적합한 짝을 찾아줄 것이다.
생명공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 신체에서 더 많은 화학적, 전기적 신호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나 타인의 개인적 취향을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커플의 성공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또 커플 사이의 잠재적인 다툼이나 갈등 요인도 알아내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셋째, 빅데이터가 데이트 성공률을 높여준다


date7.jpg » 행동분석 기술을 활용해 데이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pixabay.com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이하모니에 따르면,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정작 자신이 뭘 얻으려 하는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면 매우 골치아파 한다는 것. 보고서는 이런 문제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행동분석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짝을 맺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늘상 하는 일, 자주 가는 장소, 특정 이벤트나 사회 현상에 대한 반응 등을 종합 분석해, 이에 걸맞은  행동패턴을 가진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기기들 간의 연결망이 촘촘해지고 웨어러블기기가 일상화되면 이런 데이터들이 무수히 쌓이게 된다. 그때가 되면 굳이 자신이 원하는 짝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저장돼 있는 ‘행동’ 정보들을 토대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소개받게 될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웨어러블이나 삽입형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 라이프스타일이나 행동패턴이 비슷한 싱글족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스마트콘택트렌즈 같은 걸 활용하면 이상형 짝을 찾는 일이 더 쉬워진다. 렌즈 착용자의 눈에 꽂힌 사람들의 유형에 대한 정보도 확보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렌즈 착용자의 신체에서 호르몬 변화가 나타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넷째, 인공지능이 멋지게 데이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date6.jpg »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상대방의 개인 특성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인용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기기들은 복잡한 정보도 손쉽게 처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처리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2040년께는 데이터 처리 수준이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즉석에서 분석해 다음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제안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망에서 이뤄지는 이런 '신속-정확-친절' 서비스를 통해 싱글족들은 생생한 데이트 컨설팅을 받게 될 것이다. 데이트 장소는 어디가 좋은지, 대화 주제는 뭘로 하는 게 좋은지, 상대방에게 어떤 농담을 하는 게 좋은지, 다음 코스에선 술을 먹을지 아니면 식사를 할지 등 데이트에 관한 모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커플이 된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둘 사이의 문제점과 그 해법을 함께 공유하면서 둘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두 사람이 언제 결혼하는 게 좋을지, 언제 아이를 갖는 게 좋을지 등 삶의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date8.jpg »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데이트는 마음이 통해야 한다. 기술만으로 평생 짝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pixabay.com

 

이번 보고서는 데이트 효율과 성공률을 높이는 데 디지털기술 발전이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의 기술상상력이다. 이를테면 2040년 미래에서 날아온 무릎팍도사가 미리 보여주는 '솔로 고민해법'이라고나 할까? 연구를 의뢰한 만남주선 업체는 “보고서에서 살펴본 기술의 절반 수준만 실현돼도 짝을 찾는 싱글족들의 미래는 훨씬 밝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술과 기기는 어디까지나 데이트를 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해주는 도우미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데이트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통할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고, 현란한 첨단 기술만 믿었다간 김칫국만 마시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미래의 솔로들은 명심해야겠다.

 

출처와 참고자료
http://www3.imperial.ac.uk/newsandeventspggrp/imperialcollege/newssummary/news_27-11-2015-14-44-35
http://www.businessinsider.com/8-ways-dating-may-look-different-by-2040-2016-2

 

http://www.telegraph.co.uk/technology/news/12020394/DNA-matching-and-virtual-reality-The-world-of-online-dating-in-2040.html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336617/Could-soul-mate-using-DNA-virtual-reality-genetic-testing-study-reveals-dating-2040.html
http://metro.co.uk/2015/11/30/first-dates-in-the-real-world-could-be-history-by-2040-research-suggests-5533573/
http://au.idigitaltimes.com/eharmony-predicts-dna-matching-and-virtual-reality-will-transform-dating-2040-111359

<보고서 원문 보기>
2015년 보고서

http://www.eharmony.co.uk/dating-advice/wp-content/uploads/2015/11/eHarmony.co_.uk-Imperial-College-Future-of-Dating-Report-20401.pdf
 2013년 보고서

http://www.eharmony.co.uk/dating-advice/online-dating-unplugged/future-of-dating#.Vme-NBSweUl

http://www.eharmony.co.uk/dating-advice/tag/future-of-dating#.VmaCadKL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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