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과학자들이 찾아낸 ‘이상적인 커피 추출법’ 사회경제

espreesso3.jpg » 좋은 맛을 내면서도 경제적인 퍼키 추출법 모델이 나왔다. 매터


원두 4분의 1 덜 쓰고 알갱이는 굵게 하면

맛 재현성 높이고 찌꺼기·비용 절약 ‘1석3조’


언제 어디서든 똑같이 좋은 맛의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두 분쇄와 추출 공식이 있을까?

미국 오리건대와 영국 포츠머스대를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커피 추출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이상적인 커피 추출 방법을 개발해냈다. 주어진 수온과 압력에서 원두의 양과 분쇄 정도에 따라 커피가 추출돼 나오는 양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어 적용한 결과다. 결론은 기존 레시피보다 원두의 양은 4분의1(25%) 적게 하고, 알갱이는 굵게 분쇄하는 것이다. 일종의 `적은 게 좋아'(less-is-more approach)식 해법이다.

일반적으로 분쇄된 원두 알갱이가 작을수록 커피 추출률은 높다. 물에 닿는 원두의 표면적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추출률이 높으면 쓴맛이, 낮으면 신맛이 나는 경향이 있다.

espresso6.jpg » 지금보다 굵게 분쇄하면 맛의 재현률과 커피 추출률이 높아진다. 픽사베이

화학자, 수학자, 재료과학자 및 커피 애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그러나 실제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 머신으로 시험한 결과, 분쇄된 알갱이의 크기가 특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너무 잘게 분쇄된 알갱이들이 오히려 물이 흐르는 틈을 막아버려 커피 추출률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커피를 추출할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요인이 됐다. 포츠머스대 제이미 포스터 교수는 "똑같은 맛의 커피를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은 물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면서도 물에 닿는 표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는 크기로 원두를 분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카페에서는 너무 잘게 분쇄된 원두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보다 굵은 원두 알갱이를 사용하면 물 흐름이 막히지 않아 커피 양도 많아지고 맛도 일정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 제1저자인 오리건대 크리스토퍼 헨돈(Christopher Hendon) 교수(화학)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에 사용하는 커피 원두는 20그램인데 이를 15그램만 쓰고 더 굵게 갈아 넣으면 맛 좋은 에스프레소 샷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제조에 걸리는 시간은 기존 25초에서 7~14초로 줄어들고, 커피 수율은 18%에서 22%로 높아졌다고 한다. 연구진은 스페셜티커피협회가 규정한 전통 레시피에 따르면 에스프레스 한 컵을 만들기 위해선 7~9그램의 원두를 넣게 돼 있지만, 현재 미국 커피숍에서는 커피 용량을 늘려 1회에 15~22그램의 원두를 쓴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의 레시피에는 무시할 수 없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커피 찌꺼기와 재료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오리건의 한 커피숍에서 1년간 새 레시피를 시험한 결과 커피 한 컵당 13센트씩, 1년간 3620달러의 재료비가 절감됐다. 미국 전역의 커피숍에 연구진의 레시피를 적용할 경우 하루에 310만달러씩, 연간 11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espresso.jpg » 분쇄한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 용기에 넣는 모습. 오리건대 제공
헨든 교수는 "우리는 더 많은 커피를 추출해 돈을 절약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도 희망한다. 그러면서도 타거나 쓰지 않은 맛 좋은 커피를 원한다. 우리가 발견한 방법은 이를 모두 이루게 해준다."고 말했다.

물론 이상적인 커피가 무엇이냐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다. 커피 애호가들의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연구팀이 이상적인 커피 추출 조합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확인한 몇가지 사실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맛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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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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