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스마트폰, 청소년기 발달을 3년 늦췄다 사회경제

mobile-phone-1917737_640 (1).jpg » 요즘 10대들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픽사베이

 

음주· 성경험 등 70년대 청소년보다 늦어

 요즘 18세 행동은 과거 15세 행동과 비슷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기성세대들이 미래세대를 거론할 때 거의 빠짐없이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그런 말이 또 하나 있다. "요즘 애들은 발랑 까졌어." 성적으로 조숙하거나 이해타산이 빠른 걸 가리키는 속어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아이들이 많은 것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리학 저널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 9월18일자에 발표된 '미국 청소년들의 성인 활동 감소'(The Decline in Adult Activities Among U.S. Adolescents) 논문에 따르면 2010년대 청소년들은 1970년대 청소년들에 비해 데이트, 음주, 아르바이트, 성관계를 경험하는 때가 3년 가량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충우돌하는 질풍노도 시기의 행동거지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얌전해진 셈이다.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정보기술 문명이 활짝 열어젖힌 글로벌화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아 보인다. 이번 연구는 1976~2016년 기간의 10대 미국 청소년 830만명을 대상으로 한 7차례의 대규모 설문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설문은 13~19세 청소년들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이끈 샌디에이고주립대 진 트웬지(Jean Twenge) 교수(심리학)는 "분석 결과 청소년기의 발달 속도가 과거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즘 18세 청소년들의 행동은 과거 15세 청소년들의 행동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국적, 인종, 성, 거주지역, 사회경제적 위상에 관계없이 뚜렷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70921_162732.jpg » 출처 : 아동발달. 쿼츠에서 재인용

 

13~16세가 변화폭 가장 커…최대 원인은 스마트폰


변화의 폭은 13~16세(초등 6년~중등 3년) 시기가 가장 컸다. 고3 및 대학생 시기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예컨대 1991년에 고교 재학중인 10대 청소년의 다수(54%)는 성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2015년 같은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41%로 떨어졌다. 중3의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중2의 음주 비율은 1993년 이후 59%나 떨어졌다. 이는 대학생(9%), 청년(7%)보다 훨씬 큰 하락률이다.

원인이 뭘까? 연구진은 온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을 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추정했다. 일부에서 숙제나 과외 활동이 더 많아진 것이 원인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연구진이 확인한 결과, 숙제나 과외 활동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온라인 공간에 붙잡아 둔 범인은 스마트폰이다. 트웬지 교수는 "스마트폰의 출현은 사회적 교류에서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333.jpg » 출처 : 아동발달. 쿼츠에서 재인용

 

핵가족, 늦은  출산으로 응석 기간 길어져

음주, 혼전임신 등 줄어드는 긍정 효과도


 10대들의 이런 변화는 성장 환경의 변화, 즉 가족 구성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가족 구성원 수가 적어지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쏟아붓는 돈과 관심도가 더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명 연장과 함께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아이들이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시기가 더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오늘날의 10대들은 과거의 10대들에 비해 위험을 감수하거나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아이들이 더욱 빨리 성장하게 된다는 통념과는 충돌한다.

이러 변화는 사회적으로는 양날의 칼이다. 우선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음주와 이성관계를 경험하는 시기가 늦어지면 청소년 음주, 혼전임신, 성병 문제 등이 줄어든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  논문 공동저자인 박희정 브린모어대 심리학 조교수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오늘날의 십대들이 운전, 직업 같은 성인의 책임과 섹스, 음주 같은 성인의 쾌락을 받아들이는 데 좀더 시간이 걸린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런 흐름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늘날 미국 문화의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martphone-569076_960_720.jpg » Z세대는 남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기기를 갖고 놀기를 좋아한다. 픽사베이

 

스마트폰 없애는 대신 독립성 키우기에 중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트웬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인터넷세대: 오늘날의 초연결 아이들은 왜 덜 반항적이고 더 관대하고, 덜 행복하게 자랄까, 그리고 왜 성인이 될 준비가 전혀 안돼 있을까>(iGen: Why Today‘s Super-Connected Kids are Growing Up Less Rebellious, More Tolerant, Less Happy - and Completely Unprepared for Adulthood)에서 독립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라고 권했다.
 트웬지 교수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사람들은 빨리빨리 전략(fast-life strategy)을 취했다. 그들에겐 일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들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상태로 상대적으로 빨리 자랐다. 2000년대의 사람들은 느린삶(slow-life)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명은 늘어나고 물자는 더 풍요로워졌다. 부모들은 더 오랜 기간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아이들은 어른이 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 스마트폰이 보급과 함께 이 슬로라이프 전략에 따라 양육된 첫 세대가 바로 Z세대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네이티브 디지털 세대다. 밖에서 활동하거나 노는 대신 혼자서 기기와 놀기를 더 좋아한다. 어떤 모임에 가면 그곳의 상황을 가차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못말리는 디지털세대다.
트웬지 교수는 자녀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스마트폰부터 없애는 대신, 독립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아이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거나 거기서 활동하는 더 관심을 갖게 하라는 것.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빅터 포나리(Victor Fornari)라는 이름의 한 소아과 의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10~15년 후에 나타날 것"이라며 아이들의 스크린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야외활동과 독서, 친구들과의 교제 시간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http://www.sciencealert.com/gen-z-study-psychology-sex-alcohol-driving-teenagers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9-teens-slowly-today-decades.html
https://qz.com/1081196/when-it-comes-to-teen-sex-dating-and-drinking-teens-are-doing-much-less-of-it/?mc_cid=ebfe9e596e&mc_eid=f400c949ac
https://scienceblog.com/496460/teens-growing-slowly-today-past-decades/

https://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17/09/has-the-smartphone-destroyed-a-generation/534198/
http://ppss.kr/archives/128689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405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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