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스타일 확산의 기폭지는 필리핀 사회경제

gang.jpg » 2012년 9월 현재 '강남 스타일'을 언급한 트위터의 위치 정보. 논문에서 인용

 

5개월만에 10억을 돌파한 대기록의 비밀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은 2012년 7월15일 공개된 이후 불과 5개월만에 유튜브 조회수 10억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단일 비디오의 조회수 10억은 유튜브 사상 첫 기록이었다. 더구나 영어가 아닌 한국어 노래인데다 싸이는 해외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였다. 그럼에도 강남 스타일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일 안에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와 미 MIT 연구진이 당시 전세계 SNS 이용자들의 활동 분석을 통해 그 비밀의 한 자락을 잡아냈다. 연구진이 최근 인터넷 논문집 ‘아카이브’(ArXiv.org)을 통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확산의 진원지 역할을 한 주인공은 필리핀 SNS 이용자들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FMFA_2013_(8565145586) (1).jpg » 싸이이 강남 스타일 공연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외이주자가 많고 영어를 쓰는 점이 주효


연구진은 강남스타일이 SNS를 통해 어떻게 번져나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시 ‘강남 스타일’(Gangnam Style)을 언급한 트위터들의 위치 정보 기록을 살펴봤다. 위치 정보 파악이 가능한 세계 580만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필리핀이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열풍에 불을 지필 수 있었던 이유로 몇가지를 꼽았다.

 

gangnam.jpg » 2012년 9월29일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서 펼쳐진 강남스타일 군무. 유튜브 갈무리


첫째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필리핀이 케이-팝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필리핀은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에 비해 세계와 훨씬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필리핀인들이 본국에 보내오는 송금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2010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셋째는 필리핀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강남 스타일>이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면서, 필리핀의 소셜 네트워크 이용자와 팔로워-팔로잉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통해 전세계에 급속히 전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구글 트렌드에서도 지역별로 '강남 스타일'이라는 문구를 검색한 시기를 분석한 결과, 트위터 분석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염병이 파도처럼 확산되는 양상과 비슷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늘날 SNS를 통한 정보 확산 방식이 사람간 접촉을 통해 파도처럼 확산돼 가는 과거의 질병 전염 방식과 똑같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14세기에 3500만~2억명의 희생자를 내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사람간 접촉을 통해 하루에 2킬로미터씩 퍼져나갔다. 활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극히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 스타일>은 사람간 물리적 접촉이 아닌 사회적 유대관계망을 통해 불과 몇달만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세계 30여개국의 음악 차트를 휩쓸었다. 전자는 오프라인, 후자는 온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간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는 면에서는 똑같다는 것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정보 확산의 속도는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언어나 문화 등의 사회적 유대가 강한 지역은 사회적 유대가 약한 지역보다 더 빨리 정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남 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29억회를 넘어선 상태다.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8341/how-the-gangnam-style-video-became-a-global-pandemic/
https://techxplore.com/news/2017-07-scientific-awesome-success-gangnam-video.html
https://arxiv.org/abs/1707.04460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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