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사람들은 진짜 미래를 알고 싶어할까 사회경제

kasan.jpg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 그는 예지력을 갖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 Flickr/Internet Archive Book Images/public domain

 

예지력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 카산드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는 불행한 예언자다. 고대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딸이자,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여동생인 그가 신의 능력인 예지력을 갖게 된 연유는 이렇다.  미모가 뛰어났던 그에게 올림포스의 신 아폴론(Apollon)이 반해 버리고 말았다. 아폴론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주는 대가로 카산드라의 마음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아폴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만 받고 신의 사랑은 거절했다.
예지 능력을 얻은 카산드라의 눈에는 앞으로 벌어질 엄청난 일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트로이는 멸망, 아버지는 비극적 최후를 맞는  끔찍한 미래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카산드라의 말을 믿지 않도록 아폴론이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카산드라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공포의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봐야만 하는 건 카산드라에게 끔찍한 고통이었다. 카산드라는 그제서야 예지력을 갖게 된 걸 후회했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Aias_Kassandra_Louvre_G458.jpg » 아테나 성상에 매달려 있는 카산드라를 아이아스가 끌어내고 있는 모습.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작품.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늘날 카산드라가 다시 나타나, 나의 미래를 알려준다고 하면 어떨까?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짚어내는 능력은 인류문명의 초기부터 사람들이 꿈꿔왔던 것이다. 동양의 주역, 서양의 점성술 등이 일찌감치 탄생한 배경이다. 사람들이 문자를 알기 전부터 활용해 오던 이런 점술법들은 첨단 기술문명이 만개한 21세기에도 여전히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뜻한다. 다른 한편으론 예지력에 대한 유혹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걸 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glass-ball-1767291_960_720.jpg » 실제 대다수 사람들은 긍정적 상황이든 부정적 상황이든 미래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픽사베이

 

10명중 8~9명이 부정적 미래 알고 싶지 않다고 답변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대다수 사람들이 미래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죽음처럼 미래에 일어날 일이 부정적인 경우엔 더 그렇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의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 박사팀이 독일과 스페인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이 연구에서 설문 응답자의 85~90%는 미래의 특정한 부정적 사건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40~70%는 미래의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미래에 대해 알고 싶다고 답변한 사람은 단 1%에 불과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알게 됨으로써 받는 고통과 후회를 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지금 즐거운 일들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런 심리는 ‘카산드라의 힘’을 오히려 거부한다.”
 연구진은 설문 참가자들에게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5가지씩 총 10가지의 미래 상황을 가정하고 그것을 미리 알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런 질문들이다. 자신, 또는 자신의 배우자는 언제 사망할까? 뭣 때문에 죽을까? 자신의 결혼생활은 이혼으로 끝날까? 시청중인 축구 녹화경기 결과를 미리 알고 싶은가? 올 크리스마스엔 무슨 선물을 받게 될까? 죽음 이후에도 삶이 있을까? 외국에서 거액을 들여 사온 사파이어보석이 진짜인지 알아보고 싶은가?
 거의 모든 질문에서 대다수 참가자들이 답을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성별을 알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의 성별을 앞고 싶어했다. 37%만이 알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미래 설문 내용과 응답 결과

질문 내용

부정적 답변 비율

배우자가 언제 죽을지 알고 싶습니까 

 89.5%

배우자가 무엇 때문에 죽을지 알고 싶습니까  

 90.4%

당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싶습니까

 87.7%

당신이 무엇 때문에 죽을지 알고 싶습니까 

 87.3%

당신이 이혼할지 알고 싶습니까

 86.5%

축구 경기 결과 미리 알고 싶습니까

 76.9%

크리스마스 선물이 뭔지 알고 싶습니까

 59.6%

죽음 후의 삶(내세)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까 

 56.9%

사파이어 보석이 진짜인지 알고 싶습니까 

 48.6%

태아의 성별을 알고 싶습니까

 40.4%

 

알면 후회할 것같으니 '고의적 무지' 선택


 연구진은 이를 ‘고의적 무지’(deliberate ignorance)로 설명했다. 답을 알면 후회할 것같은 생각이 들어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래의 사건에 대해 ‘모른다’를 선택함으로써 사람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미래의 사건을 알게 될 때 찾아오게 될 ‘후회’라는 부정적 감정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 응답자들의 나이, 학력 등은 다양했지만 ‘고의적 무지’의 패턴은 두 나라에 걸쳐 매우 일관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고의적 무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경향이 더 짙다는 것도 알아냈다. 후회할 것같다는 마음이 위험 회피나 보험 가입 행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의적 무지의 동기는 후회 예감’이다. 미래의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남은 시간의 길이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사건이 더 가까울수록 고의적 무지의 확률이 높았다. 예컨대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자신이나 자신의 배우자가 언제 죽을지, 뭣 때문에 죽을지에 대해 덜 알고 싶어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인생 이벤트들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 특히 중국이나 인도 같은 동양인들한테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고의적 무지가 죽음, 이혼 같은 부정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즐거운 이벤트의 경우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마음 상태”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서뿐 아니라 기쁨과 놀라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고의적 무지를 선택한다는 얘기다.

 

23Me_1.jpg » 23andme의 가정용 유전자 검사 키트.

 

미래예측 기술에도 세밀한 가이드라인 필요


  미래예측과 관련해 이번 연구가 시사해주는 바는 무엇일까? 과학의 발전으로 미래 예측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이제 자신의 미래 건강 위험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유전자 분석업체는 이미 그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6일 유전자분석 업체인 23앤드미(23andMe)에  ‘가정용 유전자 검사 키트’ 시판을 승인했다. 특정 질병의 발병 위험을 간편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상 질병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을 포함해 10가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해당 질병군과 관련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149달러(약 17만원)짜리 검사 키트를 구매한 뒤 침을 용기에 담아 이 업체에 보내면 6~8주 후에 검사 결과를 받는다. 그러나 이 테스트가 곧바로 의학적 진단인 것은 아니다. 병이 발병하는 데는 유전적 변이 말고도 생활습관,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사자가 그 정보를 내면적으로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에만 그렇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그 정보가 마음의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통해 뭔가를 알고 나면 후련해질까? 우리가 알아낸 것은 우리가 진짜 알고 싶어하는 것일까? 유전자 분석에 따른 예측은 정확할까? 미래를 잘못 읽어낸 것이라면,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예측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즘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규범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카산드라 기술에도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미래 예측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도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번 연구는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심리학 리뷰>(Psychological Review) 3월호에  <카산드라의 후회: 알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출처
 보도자료
 https://www.apa.org/news/press/releases/2017/02/know-future.aspx
 논문 보기
 https://www.apa.org/pubs/journals/releases/rev-rev0000055.pdf
  
 http://www.livescience.com/57939-knowing-future-psychology.html
 http://www.livescience.com/28593-fortune-telling.html
 https://www.mpg.de/11070648/deliberate-ignorance
 https://www.inverse.com/article/28105-future-forecasting-prediction-deliberate-ignorance
 https://psmag.com/why-wed-rather-not-know-the-future-cad3bf4009b8#.b6m4m815l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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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