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신의 벽이 신뢰를 넘어섰다…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경제

crowd-of-people-1209630_960_720.jpg » 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들에 대한 불신도가 신뢰도를 앞질렀다. pixabay.com

 

정부, 기업, 언론, 엔지오 신뢰도 조사

불신한다는 비율이 신뢰비율을 추월

 

바야흐로 불신의 시대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에 대한 불신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투표나 미국의 아웃사이더 정치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기존체제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임계점에 다다르거나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촛불 민심에 놀란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언론 등에 대한 신뢰도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국제적인 홍보컨설팅업체 에델만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28개국의 4대 기관(정부, 기업, 언론, NGO)에 대한 신뢰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4개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종합정수를 매기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4대 기관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평균 47%로, 전년(50%)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기존 체제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신뢰를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신 답변 비율이 절반을 넘는 나라가 조사대상 국가의 3분의 2나 됐다.

 

 

edel2.jpg » 정보를 아는 공중과 일반 대중의 신뢰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에델만 보고서.

 

식자층과 일반 대중 신뢰 격차 심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발점

특히 ‘정보를 아는 공중’(informed public), 즉 식자층과 ‘일반 대중(mass population)’이 갖고 있는 정부, 기업, 언론 등에 대한 불신의 차이가 해마다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들의 신뢰점수는 오르거나 별다른 변화가 없는 잔면, 일반 대중의 신뢰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두 집단이 기존체제에 대해 보여주는 신뢰도 격차는 2012년 9%포인트에서 지난해 15%포인트로 넓어졌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과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에서 정부, 기업 등에 대한 두 집단간 신뢰도 격차가 각각 21%포인트, 19%포인트로 가장 컸다.

 신뢰의 위기는 언제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리처드 에델만(Richard Edelman) 회장은 “세계적인 신뢰 위기가 갖는 의미는 깊고 광범위하다”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시작됐으나, 세계화와 기술 변화가 2차, 3차 쓰나미처럼 이들 기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발점이라는 건 결국 가진자와 못가진자 사이의 계층 양극화가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걸 뜻한다. 그는 “그 결과 일반 대중들 사이에 해로운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경제·사회적 불안감이 촉발한 것이라는 얘기다. 부패(40%), 이주민(28%), 세계화(27%), 사회가치의 잠식(25%), 혁신의 속도(22%) 등이 불신과 불안의 정도를 높여온 요인들이다.

 

crowd-1531426_960_720.jpg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경향이 있다. pixabay.com

 

경영자, 관료보다 동료가 주는 정보를 더 신뢰

 

 보고서는 “이런 불신은 반대되는 의견을 배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듣고 보는 미디어 ‘반향실 효과’(echo chamber)를 통해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설문 응답자들이 편집자(41%)보다 검색엔진(59%)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사람들은 또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입장을 지지하는 정보를 접했을 경우, 이를 무시하는 확률이 거의 4배나 높았다.
 에델만 회장은 “사람들은 이제 언론도 기득권 집단의 일부로 본다”며 “그 결과 자신이 즐겨 보는 미디어와 주변 동료들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또 가짜뉴스 현상을 일으켰으며 정치인들은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중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존 권위의 해체에 대한 증거는 또 있다.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60%)을 경영자(37%)나 정부관료(29%)보다 훨씬 더 지지하고 있다.
 4개 기관 중에선 기업만이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응답자 4명 중 3명꼴로 기업이 공동체의 경제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기업 역시 불신의 길목에 들어선 상태다. 사람들의 대다수는 세계화(60%), 훈련 및 기술 부족(60%), 이주 노동자(58%), 저임 노동시장으로의 이동(55%), 자동화(54%)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표명했다. 캐스린 베이저(Kathryn Beiser) 에델만 기업실천부문 글로벌 회장은 따라서 기업 경영자들은 공정한 임금, 더 나은 교육훈련 같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한발 더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del1.jpg » 모든 부문을 통틀어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다. 에델만 보고서

 

신뢰 회복하려면, 대중의 불안 어루만져라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위험에 처해 있다. 정부 지도자에 대한 신뢰도는 29%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보다 6%포인트가 떨어졌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신뢰도가 37%로 1년새 12%포인트나 추락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는 이들 기관이 전통적인 역할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통합적 운영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말하는 통합적 운영 모델이란 대중들을 , 그리고 그들의 불안감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모든 일의 중심에 두는 것을 말한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모인 세계 경제 지도자들도 신뢰의 위기에 주목해,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핵심의제로 채택해 논의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불안과 상실감에 떠는 사람들과 진정한 마음으로 소통하고, 그들에게 공정한 대안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책임감 있게 나서자는 취지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신뢰도는?
  

edel4.jpg » 한국은 정부, 기업 등 4개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세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에델만 보고서

 

정부 신뢰도, 하락폭 가장 크고 점수도 가장 낮아


전세계 응답자들의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부, 기업, 언론, 엔지오 4개 기관의 신뢰도가 일제히 떨어졌다. 4개 기관의 신뢰도가 한꺼번에 하락하기는 신뢰도 종합점수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 비율은 41%로 전년보다 1%포인트, 언론은 43%로 5%포인트, 기업은 52%로 1%포인트, 엔지오는 53%로 2%포인트가 각각 추락했다.
 한국의 경우 정부를 포함해 기업, 언론, 엔지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평균 38%에 불과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에서 5번째다. 지난해 42%, 하위 8위에서 3단계가 더 떨어졌다. 그만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심해졌다는 뜻이다. 기관별로 보면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이 가장 심각하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전년 조사보다 7%포인트 낮다. 4개 기관 중 신뢰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그 결과 신뢰 점수가 최하위로 처졌다. 기업을 신뢰한다는 답변도 29%로 어슷비슷하다. 1년 사이에 4%포인트 하락하며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언론과 엔지오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0%, 56%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중위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국 전체로 봐도 정부 부문의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조사 대상국의 절반인 14개국에서 4개 기관중 정부가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언론이 가장 불신받는 나라는 8개국(호주 인도 싱가포르 터키 영국 미국(동률) 등)이었다. 엔지오 불신도가 높은 나라는 6개국(중국 일본 러시아 스웨덴 등)이다. 기업 불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홍콩이 유일했다.
‘2017 에델만 신뢰 지표(2017 Edelman Trust Barometer)’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13일∼11월16일 각 나라별로 18세 이상 1150명씩, 모두 3만3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식자층 200명을 포함한  1150명이 참여했다. 식자층은 25세 이상 64세 이하의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로 가계소득이 상위 25%인 사람 중, 정기적으로 뉴스 미디어를 구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민심에 불을 지르기 시작한 때이다. 이 조사가 진행중이던 10월29일 서울 광화문에선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출처
 https://qz.com/886054/the-results-are-in-nobody-trusts-anyone-anymore/
 보도자료 보기
 http://www.edelman.com/trust2017/
 에델만 회장 인터뷰
 http://news.joins.com/article/20795088
 세계의 시이오들 신뢰 추락 우려
 http://www.pwc.com/gx/en/ceo-agenda/ceosurvey/2017/gx.html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