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행동경제학으로 본 트럼프의 승리 사회경제

Donald_Trump_by_Gage_Skidmore_12.jpg »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만 70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람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려 했을까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통령선거는 세계적인 충격을 줬다.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하고, 자격을 갖춘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치 이단아로 취급받던 트럼프는 어떻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을까? 사람들은 왜 좀 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길을 버리고, 훨씬 위험하고 불확실한 길을 택했을까?
세계의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이 각기 저마다의 시각을 담아 다양한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앙유럽대(CEU)의 크리스토프 하인츠(Christophe Heintz) 교수가 트럼프의 승리를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본 글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망이론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이 주창한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무슨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거나 위험을 회피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통상 위험한 선택은 하려 하지 않는다. 예컨대 그냥 50만원을 받는 경우와 동전을 던져 100만원,아니면 꽝이 나오는 경우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를 택한다.

 

Vote_Leave_poster,_Omagh.jpg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에 투표할 것을 촉구하는 포스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 대중

좌절감, 공포장사, 과거 영광에 사로잡혀

 

그러나 사람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손해를 봤다고 느낄 때다. 예컨대 룰렛 게임을 하다가 50만원을 잃었다고 생각해보자. 손실을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런데 손실을 벌충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 번 더 게임을 하면 돈을 더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50만원을 잃고 끝낼 것이냐, 50% 확률로 손실을 만회하는 데 돈을 더 걸 것이냐. 후자를 택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도 있지만, 손실 금액이 100만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하인츠는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승리 프레임에선 확실한 걸 선택하는 반면, 패배 프레임에선 베팅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프레임이란 생각하는 틀, 즉 관점을 뜻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할지, 아니면 회피할지는 지금의 상황을 이득 국면으로 생각하는지, 손실 국면으로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생각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잠재적인 결과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 즉 자신의 기준치보다 더 나은지, 아니면 더 나쁜지에 달려 있다.
이 이론은 트럼프의 승리와 브렉시트 투표를 이해하는 데 어떤 실마리를 줄까? 하인츠는 두 행동경제학자 콰트론과 트버스키(Quattrone and Tversky)가 198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두 사람은 이 논문에서 사람들이 투표의 향방을 결정할 때의 태도가, 위험을 대하는 것과 똑같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나라가 손실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경우엔 위험을 감수하는 투표 경향을 보였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이번 미국 대선에 대비해 보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승리의 요인으로 경제적 상황에 대한 좌절감, 불안감을 조성하는 담론들(공포장사), 잃어버린 지난 시절의 영광에 대한 향수 등을 꼽았다. 하인츠는 사람들이 느끼는 경제적 좌절감의 직접적 원인은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불평등 확대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손실 국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추진세력은 바로 이 점을 공략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주도권을 되찾자"(Take back control)와 같은 트럼프와 브렉시트 구호는 잃어버린 지난 시절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이들은 또 사람들이 아주 놀랍도록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공포 장사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구실을 한다. 덕분에 손실 만회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이에 힘입어 실제로는 손실을 더 입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사람들은 이를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CxkdcgVUcAEH13H.jpg » 트럼프와 클린턴의 기대성과와 기대효용간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의 기대성과만이 손실 국면을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인츠 블로그에서 인용.

 

 경제적 좌절이 트럼프와 브렉시트 찬성표의 힘

 

위험추구형 선택이란 평균적으로 기대치는 더 낮고 불확실성도 더 높지만, 가능성의 범위는 더 넓은 쪽을 선택하는 걸 말한다. 하인츠는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다. 전망이론을 토대로 작성한 이 그래프는 효용과 성과 간의 함수관계를 보여준다. 이 효용 함수의 곡선은 손실 구역에서 아래로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위험을 추구하는 태도의 특징이다. 그래프를 보면 기대 성과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기대효용이 커진다. 이 그래프에서 클린턴의 평균적 기대성과는 트럼프보다 낫다. 트럼프의 성과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러나 손실 영역에서 사람들은 위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더 바람직한 것(효용)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평균적 기대성과가 더 낮은 트럼프의 기대효용이 클린턴보다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하인츠는 “경제적 좌절은 사람들한테 위험을 무릅쓰도록 부추긴다”며 “이것이 트럼프와 브렉시트에 표를 던지도록 이끈 힘”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의 분석이 트럼프에 투표한 사람들의 심리를 다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전망이론에서 설명하는 위험추구 심리가 도박을 하는 사람의 심리와 비슷하다는 점에선 사실 특별할 것이 없는 측면도 있다. 미국 뉴저지주의 아티스트 겸 작가 빌 벤슨(Bill Benzon)은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게슈탈트 전환’(gestalt switch)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게슈탈트 전환이란 ‘형태 전환’이란 뜻으로, 어떤 이미지나 형태가 그 자체로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심리학에 연원을 둔 미술 용어다. 예컨대 토끼로 보이던 것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리로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기대감은 착각일 뿐이며,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human-1375473_960_720.jpg » 트럼프 시대는 새로운 세계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킬까? pixabay.com

 

트럼프 시대는 새로운 시스템 논의의 출발점?

 

중요한 건, 동기야 어떻든 트럼프를 선택한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다. 게임 개발사 밸브에서 활동했던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최근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주장을 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종말을 뜻하며,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인간적 세계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과 동유럽 20억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세계 자본주의는 역사적인 발흥을 경험했지만 그 이면에서 서구 노동자들의 몫은 줄어들어갔다고 그는 진단한다. 트럼프의 승리는 이런 시스템이 결국 파탄났다는 걸 뜻한다. 이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갈망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그것을 트럼프에서 기대하는 건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련을 버리라는 마지막 통고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반면교사다. 그의 문제의식은 트럼프의 재정확대,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거리는 세계 금융시장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들린다. 들썩거림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제45대 대통령으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미국 노동자들의 선택은 미국인들에게, 또 세계인들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출처
https://twitter.com/FactTank/status/799702786619375616
http://cognitionandculture.net/blog/christophe-heintzs-blog/does-prospect-theory-explain-trump-and-brexit-votes
http://cognitionandculture.net/blog/christophe-heintzs-blog
https://people.ceu.edu/christophe_heintz
http://www.usnews.com/news/articles/2016-11-18/does-gambling-explain-votes-for-trump-brexit
콰트론과 트버스키

http://wikisum.com/w/Quattrone_and_Tversky:_Contrasting_rational_and_psychological_analyses_of_political_choice

https://www.unc.edu/~fbaum/teaching/POLI195_Fall09/Quattrone_Tversky_APSR_1988.pdf

전망이론에 대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7713&cid=58393&categoryId=58393
대니얼 카너먼에 대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79918&cid=42085&categoryId=42085

바루파키스 기고문

http://qz.com/839057/yanis-varoufakis-greeces-former-finance-minister-progressives-must-use-donald-trumps-victory-to-humanize-globalization/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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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