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목재의 부활…지구 온난화가 목조빌딩을 부른다 사회경제

dom-pic685-685x390-42596.jpg » 캐나다 밴쿠버시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구내에 들어선 18층짜리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 브리티 컬럼비아대 제공

 

도시화에 밀려난 목재 건축

 

오늘날 고층 건물은 모두 철근과 콘크리트를 골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건축자재로 목재가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 도시화에 따라 건물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목재가 하중에 견디는 힘이 큰 문제가 됐다. 그 때 등장한 것이 철근과 콘크리트다. 1885년에 들어선 미국 시카고의 높이 42미터, 10층짜리 홈 인슈어런스 빌딩(Home Insurance Building)은 철근과 콘크리트 덕분에 세계 최초의 마천루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는 철근콘크리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목재가 화재에 약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공교롭게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시카고,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대도시의 대형 목조건물들이 잇따라 화재로 전소됐다. 이를 계기로 도시 대형 건축물 자재로서의 목재는 급속히 쇠락해갔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선 목재 건물 높이가 4~6층으로 제한돼 있다. 한국의 경우엔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목조 건축물의 높이를 18미터 이하(지붕 기준)로 제한하고 있다. 5층이 넘는 목조건물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100년 이상 찬밥 신세이던 목재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골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다. 철근콘크리트와 당당히 겨룰 고층빌딩 자재로 부활하고 있다. 전통적인 목재의 약점을 보완하자 새로운 건축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8층 53미터 높이 최고층 목조 빌딩

 

지난 9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는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이 들어섰다. 지상 18층짜리 이 건물의 높이는 53미터다. 학생 기숙사로 쓰일 이 건물은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9월이면 학생 40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고층건물을 떠받치기엔 너무 연약하고 뒤틀어지거나 타버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목재가 금의환향한 셈이다.
목조 고층빌딩이 가능한 건 구조용 면재료(CLT=cross-laminated timber)라고 불리는 새로운 목재 가공 기술 덕분이다. 이 목재는 여러 나무조각들을 가로 세로 엇갈리도록 겹겹이 쌓은 뒤 압축해 만든 일종의 합판이다. 1990년대 유럽에서 개발된 이 직교적층 방식은 기존 목재보다 여러 이점을 갖고 있다. 나무의 단점인 휨과 뒤틀림을 없앴고 강도는 훨씬 높아졌다. 균일한 크기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쉬워졌다. 폭 18미터까지도 가능해 건물 바닥재로 써도 충분하다. 나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한데다 겉면에 내열코팅 처리까지 해, 불이 나도 잘 번지지 않는다.

 

 

지진에도 강하고 공사기간도 단축

 

게다가 지진에도 강하다. 철근콘크리트보다 가볍고 유연한데다, 수많은 목재 접합부들은 지진의 움직임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어 지진 피해도 덜하다.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가 갖고 있는 친환경성과 심리적 친밀감도 빼놓을 수 없다.
목조 건축은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 밴쿠버 기숙사의 경우, 조립할 목재들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 공사기간은 70일도 안된다. 덕분에 예정보다 4개월 앞서 건물이 완공됐다. 전체 공사 일정의 18%가 단축됐다. 

 

092316NF_woodenSkyscrapers_DRUPAL.jpg » 목조 고층빌딩에는 세 종류의 목재가 들어간다. 바닥과 벽에 쓰이는 구조용 면재료(맨왼쪽)와 기둥과 보에 쓰이는 구조용 집성재(가운데) 그리고 많은 하중을 견뎌야 하는 기둥에 쓰이는 평행목재다. sciencemag.

목재는 거대한 온실가스 저장소


그러나 목조빌딩을 다시 도시건축의 전면에 나서게 한 일등공신은 무엇보다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우려라고 할 수 있다. 목재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우선 철근과 콘크리트는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철광석과 석회석을 녹이고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목재를 쓰면 이 과정이 필요 없으니 그만큼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철과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각각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 5%를 차지할 정도로 만만찮은 규모다.
목재는 또 거대한 온실가스 저장소이다. 나무는 생장 과정에서 광합성 활동을 통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빨아들인다. 나무 1㎥엔 1톤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나무 속에 저장된 탄소는 나무가 죽어 썩거나 불에 타버리면 다시 대기중으로 빠져 나온다. 나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늘리려면, 나이가 들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 나무는 베어내고, 생장 활동이 왕성한 어린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 베어낸 나무를 건물 자재로 쓰면 탄소를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다. 이것이 목재의 탄소 선순환 시스템이다. 세계 각국은 목재의 이런 효과에 주목해, 2011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목재제품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국가탄소계정에 집어넣었다.
밴쿠버 기숙사의 경우, 이산화탄소 2432톤을 줄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목재가 저장하고 있는 탄소만 1750톤이다. 캐나다의 차량 500대가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한 연구보고서는, 목조 빌딩의 탄소발자국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추정한다. 2014년 <지속가능산림 저널>(Journal of Sustainable Forestr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철근을 목재로 대체하면 탄소배출을 15~2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tr.jpg » 지난 4월 건설안이 나온 스웨덴 스톡홀름의 지상 40층짜리 목조빌딩 트라토펜. anders berensson architects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 명심해야


 물론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영국 버몬트대 산림생태학자인 윌리엄 키튼(William Keeton)은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뉴잉글랜드 숲을 관찰한 결과 100년 이상 그대로 방치하거나 벌목을 조금 한 숲이 더 많은 벌목을 한 숲, 그리고 벌목나무로 만든 제품보다 약 3분의 1 이상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무와 철근이 일대일로 교환될 수 있는지도 예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건축자재가 바뀌면 건물 디자인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재 제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Oakwood-Tower-by-PLP-Architecture-1-889x614.jpg » 영국 런던에 추진중인 80층짜리 목조 초고층빌딩 조감도. PLP Architecture

 

River-Beech-Interior.jpg » 건축설계업체 퍼킨스 플러스 윌(Perkins+Will)과 캠브리지대 팀이 제안한 시카고의 지상 80층짜리 목조 초고층빌딩 '리버 비치 타워' 내부 조감도.

 

80층 300미터 높이 빌딩도 가능

 

건축자재로서 목재의 다양한 장점이 부각되면서 목조 빌딩에서도 마천루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의 아파트 스타트하우스(Stadthaus, 9층, 2009년), 호주 멜버른의 아파트 포테(FORTE, 10층, 2012년), 캐나다 밴쿠버의 대학생 기숙사 브록 코먼스(Brock Commons, 18층, 2016년)에 이어 내년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1층짜리 목조 아파트 건설이 시작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선 높이 133미터의 40층짜리 목조 초고층빌딩이 추진되고 있다. 앤더스 베렌슨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건물의 이름은 스웨덴어로 나무꼭대기를 뜻하는 '트라토펜'(Trätoppen)이다. 영국 캠브리지대의 건축가 마이클 래미지(Michael Ramage)와 건축설계업체 피엘피 아키텍처(PLP Architecture)는 지난 4월 런던에 80층짜리 목조빌딩을 짓자는  설계안을 발표했다. 높이 300미터의 이 건물은, 완공이 되면 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게 된다. 이는 런던 시민 5천명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 미국 시카고에서도 건축설계업체 퍼킨스 플러스 윌(Perkins+Will)과 캠브리지대 팀이 공동으로 80층짜리 목조 초고층빌딩 '리버 비치 타워'를 제안해 놓고 있는 상태다. 80층은 건축가들이 현재 기술로 실현 가능하다고 꼽는 한계치이기도 하다. 이들은 10년 안에는 300미터 목조빌딩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대한민국공공건축상+최우수상을+수상한+국립산림과학원+산림유전자원부+종합연구동(촬영+작가+박영채).jpg »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인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산림과학원 제공

 

한국은 2022년 10층 목조아파트 도전


우리나라에서도 목조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7월 국내 최대 규모인 4층짜리 목조건물을 연구원 안에 지었다. 내년엔 국내에서 개발한 구조용 면재료(CLT)로 경북 영주에 5층 목조 공동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2022년까지는 10층짜리 아파트 건설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고층빌딩의 건축재료를 목재로 전환한다면 얼마나 많은 목재가 필요할까? 미 예일대의 세계지속가능삼림연구소 소장인 채트 올리버(Chad Oliver)는 세계의 구조강을 목재로 대체하려면 전세계 연간 삼림 성장 규모의 40%가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이는 지금보다 3배나 더 많이 벌목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리버는 그렇더라도 매년 숲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나무보다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벌목 기술로 볼 때, 숲이 상당히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120년 전 철강혁명에 버금가는 변화"


목고 고층빌딩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캐나다 건축가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목조빌딩의 잠재력을 120년 전에 시작된 철강혁명에 비유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가지 대책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저장소를 찾는 것”이라며 “나무는 이 두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물을 짓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목조건축은 과연 미래 고층빌딩 건축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아래는 <이코노미스트>가 제작한 목조빌딩 시대의 도래 동영상이다.

 

출처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9/would-you-live-wooden-skyscraper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9/160930145847.htm
http://cleantechnica.com/2016/10/10/canada-tops-tallest-wood-frame-building-world/
http://www.popsci.com/article/technology/worlds-most-advanced-building-material-wood-0

http://www.archdaily.com/796649/the-tallest-timber-tower-yet-perkins-plus-wills-concept-proposal-for-river-beech-tower


http://www.klhuk.com/portfolio/residential/stadthaus,-murray-grove.aspx#
http://www.forteliving.com.au/
http://skyscrapercenter.com/building/tratoppen/24866
http://andersberenssonarchitects.blogspot.kr/2016/04/tratoppen.html
http://inhabitat.com/worlds-tallest-timber-skyscraper-proposed-for-london/

 

마이클 그린 테드 강연
http://www.seri.org/kz/kzLecV.html?ucgb=KZLECT&no=3546
https://www.ted.com/talks/michael_green_why_we_should_build_wooden_skyscrapers
https://www.ted.com/talks/michael_green_why_we_should_build_wooden_skyscrapers/transcript?language=en#t-565105
http://blog.daum.net/ejungatt/277
목조건물이 지진에 강한 이유
http://cafe.naver.com/duplexhome/42712
산림과학원 보도자료
http://www.korea.kr/policy/pressReleaseView.do?newsId=156128080
http://www.korea.kr/policy/pressReleaseView.do?newsId=156109368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21901032027000001
시카고건축법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28030&cid=40942&categoryId=33083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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