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 미래직업-②기술윤리 변호사 사회경제

ad1.jpg »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줄 아는 로봇 페퍼. 유튜브 갈무리

 

10년 안에 로봇이 일상생활 속으로

 

많은 부문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로봇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로봇시대에 오히려 새로이 등장하는 일자리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술윤리 변호사’(Ethical Technology Advocate)이다. 윤리적 판단을 잣대로 사람과 로봇 사이의 충돌을 막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꿈나무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10년후 미래직업 가운데 두번째다.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는 우선 10년 안에 명실상부한 로봇 시대의 동이 틀 것으로 진단했다. 기하급수적 추세를 보이는 컴퓨터 성능 향상 속도와 인공지능 기술 성과가 결합되면 개인 도우미나 비서, 육체노동자, 숙련된 수작업자를 대체하는 로봇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토대로 한 것이다. 메릴린치 예측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5년 후 1530억달러 규모로 커진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로봇이 830억달러,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7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BCC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까지 자동화 시스템 성장의 4분의 1 가량은 로봇에서 온다.
 로봇은 수많은 화이트칼라를 지루한 관리 업무에서 벗어나서 좀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에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SF 영화에서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로봇들을 본 사람들은 로봇의 비약적인 발전에 오싹함을 느낄 수도 있다.

 

Méshumans-optimitzaciódelacriança.jpg » 10년 안에 로봇팔이 일반 가정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일 전망이다. 위키피디아

 

로봇이 늘리는 일자리, 없애는 일자리

 

누구나 알고 있듯 인공지능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일자리를 없앤다. 인공지능은 우선로봇 엔지니어를 비롯한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로봇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만 해도 향후 2년 동안 13%씩 성장할 것이라고 미 노동부는 전망한다. 미국에서만 로봇공학 분야에서 2018년에 약 5만6천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며, 이후 매년 5%씩 늘어날 것(리크루터닷컴)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육체노동, 중간관리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는 로봇의 등장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맥킨지의 예측에 따르면, 일상생활의 자연언어를 알아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계들이 등장하면 전체 노동시간의 60%, 금융과 보험 업무의 66%가 자동화할 것이다.
 그런 시기가 가까와질수록 로봇기술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매서추세츠주의 사립공대 워체스터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WPI)는 최근 미국에서 로봇공학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첫번째 대학이 됐다. 미래의 로봇 창조가(크리에이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ad4.jpg » 미 알로프트(Aloft) 호텔에선 로봇 ‘보틀러(Botlr)’가 룸서비스 물품을 배달해준다. 유튜브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yqPB2Q9IADE)

 

로봇의 조타수 노릇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로봇시대가 되면 이런 기술 전문가 말고도 인문적 시각에서 로봇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전문가도 새롭게 필요해진다. 이들이 바로 이번 주제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로봇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정부에 어떤 로봇을 허용하고, 어떤 로봇을 금지시켜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사람을 깜짝 놀래키거나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로봇에 가르칠 수 있는 지도사도 필요하다. 독일 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육성하기 위해 이미 2억유로(약 2460억)의 자금을 미래의 인간-기계 소통 문제를 다루는 연구에 배정해 놓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새로운 유형의 인간-로봇 커뮤니케이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8년에는 약 300만명의 노동자들이 로봇 상사 아래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가트너는 전망한다. 각 기업이나 기관에서 데이터 집약적인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일에는 로봇이 사람보다 더 우수한 업무 능력을 갖고 있으니 로봇 상사 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ad2.jpg » 인간을 해칠 줄 아는 로봇 `퍼스트 로'.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로봇이 스스로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사람과 로봇을 중재하고, 로봇을 지도한다

 

기술윤리 변호사는 이런 수요에 대응해 등장하는 신종 직업이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는 분야에서 사람과 로봇, 인공지능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로봇과 로봇 제작업체가 지켜야 할 도덕과 윤리 규칙를 정해줌으로써 로봇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이들의 조율 능력에 따라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는 인공지능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다음 단계는 로봇 설계의 윤리적 틀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로봇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알렉산더 레벤(Alexander Reben)은 “이는 로봇 혁명 시대가 펼쳐지면서 고개를 드는 가장 강력한 우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사람한테 해를 입힐이 아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제1 원칙(First Law)‘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사람이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로봇이 스스로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제1원칙’은 1942년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발표한 로봇공학 3원칙에서 따온 말이다. 아시모프가 만든 3원칙 가운데 제1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거나 인간이 해를 입는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레벤은 “나는 해를 끼치는 로봇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따라서 우리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술윤리 변호사들의 또다른 임무는 로봇을 가르치는 교사 역할이다. 보고서는 “이들은 로봇 학생들한테 사람의 일상 언어와 행동에서 보이는 미묘한 뉴앙스 차이를 구별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이들 덕분에 로봇과 인간 동료와 상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
 구글의 자연어 연구자인 페르난도 페레이라는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에는 애매한 점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로봇은 인간 수준의 상식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지도가 필요하다. 그런 지도를 해줄 인간 교사가 없다면 로봇은 이런 미묘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실패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환자의 신뢰가 생명인 로봇 간호사 역시 이런 인간 교사들이 없다면 환자 옆을 지켜내기가 어렵다.

ad3.jpg » 일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의 `헨나호텔'은 세계 최초의 로봇호텔이다. 모든 스태프가 로봇이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안내 도우미를 하는 로봇. 유튜브 갈무리

 

철학, 윤리학은 기본…예술적 소양 갖추면 금상첨화


 미래의 기술윤리 변호사에 도전하려면 어떤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과 철학, 윤리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하다. 주어진 상황에 맞는 감각적 순발력도 필요하다. 애슐레이 레아 곤잘레스 볼룸스 리서치(Volumes research) 연구원은 창의적 예술교육을 권한다. 예술은 인공지능과 로봇 도입을 둘러싼 방침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기술을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딩과 같은 기술 습득도 유용하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것은 고객의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드는 데 충분한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보고서는 기술윤리 변호사의 소통 기술이야말로 로봇혁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고 강조한다. 로봇시대를 열려면 로봇에 냉소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곤잘레스는 “사람들이 기술 개발자들에 대해 무모하다거나 신중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자동화 시스템은 시장에서 꽃피우기 어렵다. 뭔가 일이 잘못 됐을 때 개발과 마케팅, 피해 통제를 두루 주무를 줄 아는 강력한 커뮤니케이터가 없다면 로봇은 대중에게서 멀어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간-기계 상호관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둘 다 똑같은 원칙 아래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로봇이 고통을 느낄 줄 안다면 로봇이 고통을 느끼도록 놔둬선 안된다. 동시에 로봇이 인간을 해쳐서도 안된다. 그리고 로봇이 아닌 다른 것이 인간을 해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로봇 윤리 전문가들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참고
 https://www.fastcompany.com/3059484/mind-and-machine/this-robot-intentionally-hurts-people-and-makes-them-bleed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19
 http://singularityhub.com/2016/08/17/adorable-robot-assistant-pepper-now-available-in-the-us/ 
 로봇호텔 http://www.h-n-h.j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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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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