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인간 등쌀에...작은 동물만 살아남는다 지구환경

south1.jpg » 남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흰눈썹베짜기(White-browed sparrow-weaver). 향후 생태계의 지배종이 될 후보다. 사우샘프턴대 제공

 

문명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영향

13만년 동안 포유류 덩치 14% 줄어

향후 100년 걸쳐 25% 더 감소 예상

수명 짧고 곤충 먹는 동물 더 유리

 

일반적으로 자연 생태계 사슬에서 포식자는 피식자보다 덩치가 크다. 바다의 고래나 상어, 참치, 육지의 코끼리나 호랑이, 사자, 강이나 호수의 악어 등이 그런 사례다. 공룡의 시대인 중생대에 살았던 포유 동물의 덩치는 생쥐나 다람쥐 정도에 불과했다고 알려져 있다. 공룡들 틈바귀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날렵하게 이동하거나 쉽게 숨을 수 있는 작은 덩치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덩치 큰 포유동물들은 포식자 공룡이 사라진 후에 등장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만여년 전 농업혁명과 함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촌 포식자로 등장하고 나선 어땠을까? 지구 전역에 76억 인구가 포진해 있는 지금 이후엔 또 동물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올까?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인류 등장 이래 지구상의 포유류의 평균 덩치는 마지막 간빙기였던  13만년 전 이후 14% 작아졌다. 연구진은 이런 소형화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져 향후 100년에 걸쳐 포유류의 평균 체중은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연간 체중 감소율이 과거 0.00011%에서 앞으로는 0.25%로 급증한다는 계산이다.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다. 서식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탓에 몸집이 작은 동물이 상대적으로 생존에 더 유리해지고 있다. 연구를 이끈 논문 제1저자 롭 쿠크(Rob Cooke) 연구원은 조류와 포유동물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단연코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을 위한 삼림 벌목, 수렵과 사냥, 집약 농업,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변화가 서식지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주범들이다. 동물들의 희생 대가인가? 인류는 지난 200여년 사이에 평균 신장이 10센티미터 이상 커졌다.

south2.jpg » 검은 코뿔소. 미래의 패배종이 될 확률이 높다. 사우샘프턴대 제공

 

연구진은 1만5484종의 육상 포유류와 조류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이들이 자연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특징을 살펴봤다. 그 다섯 가지는 평균 체중, 한 번에 낳는 새끼 수, 서식지 다양성, 식습성(초식 또는 육식), 세대 길이(새끼 재생산 기간)이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을 더해 종 다양성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예측하는 자료로 활용했다. 분석 결과 현재의 포유류와 조류는 가용할 수 있는 생태계 생존 전략의 9%만 실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류는 종의 수는 1만여종으로 포유류보다 2배나 더 많음에도 생존 전략의 범위는 포유류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이는 조류가 포유류보다 그만큼 더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몸집이 작고 수명이 짧으며, 새끼를 많이 낳고, 곤충도 먹을 줄 아는, 그래서 다양한 서식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자연 생태계의 지배적인 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덩치가 작은 설치류나 울새 같은 종들이 생존경쟁의 승자가 될 유력 후보들이다. 반면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 특정한 환경 조건이 필요하고 수명이 긴 동물들은 멸종 목록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독수리와 검은 코뿔소 등이 패배종의 후보들이다. 특히 시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독수리들의 멸종은 자연 생태계의 질병 확산 위험을 높여 종 다양성의 감소를 부채질할 수 있다. 또 곤충 섭취 동물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곤충 감소나 토지 개발 같은 요인에 향후 종 다양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조류다.

south5.jpg » 인간에 의한 멸종(오른쪽)이 자연 상태의 무작위 멸종보다 규모가 더 크다.
쿠크 연구원은 "종의 소형화는 생태계와 진화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체격의 소형화는 생태계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이 다시 변화의 동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펠릭스 에이젠브로드(Felix Eigenbrod)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우리는 포유류와 조류의 멸종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각각의 종의 특성과 생태 변화 적응력에 따라 걸러지는 선택적 과정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종 다양성의 감소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더 강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위기를 인식하는 순간,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캐나다 메모리얼대의 아만다 베이츠(Amanda Bates) 연구위원은 "멸종 위험은 그동안 비극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만 간주됐지만, 바꿔서 보면 해당 생물의 보존 활동을 위한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며 "멸종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들이 존속할 때까지는, 보존 활동을 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이번과 같은 연구가 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https://phys.org/news/2019-05-shift-smaller-animals-century.html

https://www.southampton.ac.uk/news/2019/05/birds-mammals.page
논문 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9-10284-z
생명의 지도
http://www.ox.ac.uk/news/2017-10-09-scientists-complete-conservation-atlas-life
인간의 신장 역사
https://ourworldindata.org/human-height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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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