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만장자 시대가 온다고?…반길 만한 일일까 사회경제

bil2.jpg » 머지 않아 조만장자의 탄생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픽사베이

 

아마존의 베이조스, 첫 1000억달러 돌파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19세기까지만 해도 최고의 갑부를 지칭하는 말은 백만장자(Millionaire, 이하 달러 기준)였다. 19세기 중반 뉴욕의 한 거물 담배업자 부음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라고 한다.
억만장자(Billionaire)는 20세기 초반 독과점 심화의 산물이다. 억만장자의 재산은 백만장자의 1000배다. ‘최초의 억만장자’로 불린 사람은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John D. Rockefeller)였다. 1937년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미국 GDP의 1.5%였다. 현재 가치로 따져 3360억달러에 이른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독과점금지법은 그 때문에 생겨났다. 80여년이 지난 2018년 세계의 억만장자는 경제경영전문지 <포브스> 집계 기준으로 72개국 2208명에 이른다. 이들의 부를 합치면 9조1천억달러. 한국 GDP의 6배나 된다.
올해는 특히 처음으로 자산 1천억달러를 넘는 부자가 탄생해 주목받았다. 주인공은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색인(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현재 1500억달러(약 170조원) 안팎에 이른다. 지난해 만년 세계 최고 부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를 제친 이후 격차를 갈수록 벌려가고 있다. 그가 16%의 주식 지분을 갖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 9월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bil1.jpg » 제프 베이조스가 2030년 9월 사상 첫 조만장자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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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첫 조만장자 탄생한다"


베이조스가 슈퍼부자의 재산 단위를 한자릿수 더 올려놓자 여기저기서 조만장자(Trillionaire)의 탄생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전자부품 유통업체인 알에스 컴포넌트(RS Components)가 역대 블룸버그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 `포콤마 클럽'(The Four-Comma Club)은 베이조스가 앞으로 12년 후인 2030년 9월께 세계 첫 조만장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은 베조스의 나이가 66세가 되는 해다. 또 세계 500대 부호의 총자산은 현재 63조5천억달러에서 2025년 100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조만장자가 탄생할 산업 후보 18가지를 꼽은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10년 안에 첫 조만장자가, 스위스의 금융그룹 크레디트 스위스(CS)는 60년 안에 11명의 조만장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1조달러는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한국 GDP의 3분의 2, 인구 2억6천만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의 GDP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달 평균 585만원을 버는 한국 도시근로자가구의 가장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600만년간 모아야 가능한 액수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글로벌 GDP 총계 80조달러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재산인지 짐작이 간다.
어찌보면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전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들이 얼토당토 않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부의 편중이나 기업 세계의 약육강식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거침없는 사업 확장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아마존은 창업 24년 사이에 온라인 소매업은 물론 물류,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미디어, 영화관, 식품, 약국, 보안에 이어 우주 사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월 인도 식품 소매 체인업체인 모어를 포함해 인수합병한 기업만 80여개사에 이른다. <아마존 미래전2략 2022>의 저자인 다나카 미치야키 일본 릿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아마존의 행보를 두고 “‘에브리싱 스토어’를 넘어 ‘에브리싱 컴퍼니’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음성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만으로도 아마존이 2020년까지 10조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팽창하는 아마존 왕국의 영향력에 힘입어 아마존 주가는 지난 20년 사이에 1000배 이상 뛰었다.

 

bil6.jpg » 글로벌화는 세계 단일 시장을 통해 부의 편중을 심화시켰다. 사진은 그물처럼 얽힌 세계 항공노선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집중과 창출...부를 증식하는 두 가지 길

 

부를 늘리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부의 집중, 다른 하나는 새로운 부의 창출이다. 과거엔 전자가 주된 방식이었다. 고대의 영토 확장이나 근대의 식민지 침탈, 현대의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부의 축적이 전형적인 사례다. 21세기엔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부의 창출이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IT 대기업들이 이런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기술 혁신이 부로 이어지려면 성장성, 대중성, 수익성 등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부의 흐름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부의 집중과 부의 창출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다. 바로 인터넷에 기반한 글로벌화다. 인터넷과 글로벌화는 세계를 실시간 단일시장으로 만들어줬다. 덕분에 대기업들은 다국적을 넘어 세계 기업이 됐다. 올해로 각각 창업 20년, 14년을 맞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세계 광고시장의 25%, 온라인 광고시장의 61%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 바로 글로벌화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어떤 분야의 사업을 구상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관련 산업의 주가가 소용돌이치는 '아마존 효과'란 말까지 등장했다. 아마존의  꿈이 다른 기업엔 악몽인 셈이다.

 

bil4.jpg » 소행성 자원 채굴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주산업, 미래의 부를 거머쥐는 황금밭


조만장자의 탄생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우주산업이다. 우주 공간을 활용한 통신, 여행, 탐사, 개발, 각종 실험 등을 이용한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황금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소행성 자원 채굴이다. 지구에는 희귀하지만 소행성에는 풍부한 광물자원을 캐오는 사업이다. 현재로선 백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소행성 정보 웹사이트 애스터랭크(Asterank)은 최대 100조달러에 이르는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소행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는 우주여행 실현을 위해 매년 10억달러(1조1천억원)을 우주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우주 개발사업자들에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우주의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이다. 1967년 발효된 이 조약의 정식 명칭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Treaty on Principles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the Other Celestial Bodies)이다. 우주조약은 '우주는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으며, 우주에서 얻는 이익은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해 써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개발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 공동의 합의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총대를 멨다. 미국 정부는 2015년 “영리 목적의 우주 자원 이용”을 미국 시민과 기업에 허용하는 우주법(Space Act of 2015)을 제정했다. 우주의 상업화는 슈퍼부자들에겐 또 하나의 기회이지만, 사회적으론 부의 편중을 한 단계 더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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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의 빛과 나머지 그림자' 세상이 된다면

 

지난해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1%가 전세계 소득의 80% 이상을 가져가고 있으며, 최상위 부자 8명의 재산을 합치면 하위 50%인 36억명의 재산과 같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슈퍼부자들의 자산은 연평균 11% 증가하고 있다. 옥스팜은 "이런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25년 후 첫 조만장자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하위 50%의 소득 성장은 0인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300% 성장했다. 일단 축적된 부는 가속도를 낸다. 옥스팜 분석에 따르면 억만장자의 부 가운 데 3 분의 1은 상속받은 것이다. 여기에 투자 전문가의 도움과 정치적 영향력이 덧붙여지면서 스스로 증식해가는 구조가 완성된다.  "20% 상위 소수자가 사회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발표된 때가 19세기 말이었다. 파레토의 주장은 이후 오랜 기간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는 법칙으로 통용돼 왔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부의 균형추는 더욱 끝으로 치우쳐 이제는 1% 사회를 말하는 형국이 됐다. 2011년 두달여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가 점령시위는 1% 사회에 대한 항의였다. 조만장자의 탄생은 최상층 1% 내부의 또 다른 계층 분화를 시사한다. 세상이 만약 `0.1%의 빛과 나머지 그림자들'로 나눠진다면, 누가 조만장자를 반길 수 있을까?

 

출처

글로벌 웰스 피라미드(CS)

베이조스 첫 조만장자 전망
세계 불평등 보고서
-1980년 이후 최상층 0.1%가 쌓은 부는 하위 50%의 재산과 맞먹는다
아마존 기업인수합병 리스트
아마존 주가 추이
-1997년 10주 180달러가 2018년 9월 24만4천달러로
옥스팜 보고서 요약본
베이조스의 재산가치 비교 그래픽
옥스팜의 조만장자 전망
조만장자 탄생 전망
세계 억만장자 인덱스
애플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 2위는 아마존 9170만달러
불평등의 대물림으로 사다리 올라가기 더 어려워져
소행성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베이조스의 부와 향후 전망
저소득층의 빚이 미국 경제 떠받쳐
세계적 불균형의 심화
밀레니엄세대의 53%가 백만장자 꿈을 꾼다
옥스팜 보고서(2017년 1월)
소행성 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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