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지난 50년간 인류의 식단은 어떻게 바뀌었나 에너지식량

04712112_P_0.jpg » 세계인들의 식단은 지난 50년 사이 큰 변화를 겪었다. 박미향 한겨레신문 기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 각국 식단 변화 비교

 

 종교적 이유나 개인적 취향 같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한 나라로 확대해서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의 경제 사정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이 먹는 음식의 종류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에 따라 영양섭취량도 달라지겠지요. 10월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각국의 식단이 지난 50년(1961~2011) 사이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영양 섭취량은 얼마나 늘어났는지 비교하는 특집 인포그래픽을 제작해 소개했습니다. 세계 평균과 함께 한국을 비롯한 22개국의 식단 변화를 조사해 실었습니다. 

가장 큰 에너지원은 곡물…전체 영양의 45% 차지

 

우선 오늘날 인류의 평균 식단을 볼까요. 현대 인류의 가장 큰 에너지원은 역시 곡물입니다.  섭취 칼로리 전체의 45%를 쌀이나 밀, 옥수수 같은 곡물에서 얻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당류와 식물성 기름(20%), 감자 채소 과일 등의 농산물(11%), 고기류(9%), 버터 치즈 등의 각종 유제품 및 달걀(8%) 순입니다. 이는 50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곡물 비중이 4%포인트 줄고, 고기와 당류는 각각 3%포인트, 4%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세계인들의 1인당 고기 소비(칼로리 기준)는 50년 사이 거의 두배나 늘었습니다. 일일 평균 영양섭취량은 2194칼로리에서 2870칼로리로 30% 늘었습니다. 한국영양학회가 추정(2010년)한 한국인 보통 성인 남성(30~49세)의 하루 평균 필요섭취량 2400칼로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계인의 영양 상태는 지난 50년 사이 영양 부족 상태에서 가뿐히 벗어난 셈입니다.

 

WORLD1.jpg » 세계인의 평균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갈색이 곡류, 보라색이 당류 및 식물성 기름, 빨간색이 고기, 노란색이 유제품 및 달걀, 녹색이 농산물, 파란색이 기타 식량이다. 그래픽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인용.

 

한국인, 고기와 당류 섭취 비중 6배나 늘어

북한은 곡물 위주 50년 전과 큰 차이 없어

 

그렇다면 한국인의 식단과 영양상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950년대 세계 최고 빈곤국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은 지난 5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식단 변화를 겪은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엇보다도 하루 영양 섭취량이 2140칼로리에서 3329칼로리로 크게 늘었습니다. 하루에 필요한 영양 섭취량과 비교해 3329칼로리는 어떤 수준일까요.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한국인 성인의 1일 영양 필요섭취량(2010년 발표 기준)은 남성은 19~29세 2600칼로리, 30~49세 2400칼로리이며 여성은 19~29세 2100칼로리, 30~49세 1900칼로리입니다. 물론 신체적 특징과 활동량에 따라 필요섭취량은 개인별로 크게 다르니,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비만성인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필요량에 비해 과다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순 있겠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식단이 빠른 속도로 서구화의 길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양 섭취(칼로리 기준)에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에서 43%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반면 고기의 비중은 2%에서 12%로 무려 6배나 늘었습니다. 고기를 영양원별로 따져 볼까요. 소비량(무게 기준) 자체만 보면 해산물 소비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섭취 칼로리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은 돼지고기에서 가장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삼겹살 값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기보다 더욱 소비가 급증한 것이 있습니다. 당류와 식물성 기름입니다. 전체 영양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서 26%로 6.5배나 늘어났습니다.

 한반도의 또다른 반쪽인 북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50년전 북한 사람들의 식단은 남한과 거의 같았습니다. 칼로리량의 약 4분의 3(71%)을 곡물에서 섭취했지요. 오히려 곡물 비중은 남한보다 11%포인트 낮고, 고기 섭취 비중은 6%로 남한(2%)보다 높았습니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사람들의 영양원과 영양상태는 당시와 비교할 때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63%로, 종교 등의 이유로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 인도의 57%보다 훨씬 높습니다. 일일 평균 영양 섭취량도 1878칼로리에서 2103칼로리로 별반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북한은 1990년대에 대기근을 겪은 적이 있지요. 이에 따라 고기 소비가 급감했습니다. 1989년에서 1997년 사이에 고기 섭취는 무려 65%나 줄었습니다. 이후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1960년대 소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korea11.jpg » 한국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NK5.jpg » 북한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knk.jpg » 남한(왼쪽)과 북한(오른쪽)의 1인당 고기 소비량(g기준) 변화 비교.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 시기에 고기 소비량이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고기소비, 버블 붕괴 이후 하락

중국 돼지고기 소비량 20배나 늘어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 역시 경제 발전과 함께 1960년대 이후 쌀 소비가 줄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단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고기와 유제품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고기 소비량은 79%, 유제품 및 달걀은 161%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의 유제품 및 달걀 소비량은 아직도 미국인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섬나라인 일본은 7세기 이후 1200년 동안 유지해온 육식 금지령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고기보다 해산물을 더 많이 소비해 왔습니다. 줄곧 늘어만 가던 고기 소비는 그러나 일본의 버블경제가 절정에 이르던 1989년에 똑같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중국인들의 식단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중국인들의 1인당 하루 칼로리 섭취량은 1961년 1415칼로리에서 2011년 3073칼로리로 50년 사이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입니다. 오늘날 중국인이 소비하는 농산물은 미국인의 거의 2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식단의 내용도 다양해졌습니다. 50년 전엔 하루 영양의 83%를 곡물과 채소 등 농산물에서 섭취했으나, 지금은 이 둘의 비중이 62%로 줄었습니다. 이 줄어든 부분을 고기와 당류, 유제품 등이 메꾸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의 고기 소비 증가세가 놀랍습니다. 가공식품을 포함해 중국인 1인당 돼지고기 소비(무게 기준)는 50년 전보다 거의 2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china6.jpg » 중국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JAPAN1.png » 일본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미국, 닭 칠면조 섭취 늘고 소나 돼지고기 줄어

소말리아는 50년 전보다 영양상태 더 나빠져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50년 전에 이미 오늘날 세계인들의 평균 영양섭취량과 같은 영양상태를 누렸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미국은 브라질 중국 아르헨티나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의 오일시드(콩, 해바라기 등 기름을 짤 수 있는 농산물) 생산국입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듯 미국인의 식단에서 1인당 식물성 기름 소비량은 50년 사이에 2.5배 많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인이 섭취하는 칼로리량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식물성 기름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식단 구성 내용을 보면, 유제품 및 달걀이 23%에서 14%로 줄어든 반면, 당류 및 식물성 기름은 29%에서 37%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전통적으로 육식을 즐겨 먹는 미국인이지만 육식의 내용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50년 사이 닭,오리, 칠면조 같은 가금류 고기 섭취(칼로리 기준)는 200% 이상 늘어난 반면, 전통적인 육식 품목인 쇠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은 오히려 소폭 줄었습니다. 

 50년 전보다 오히려 영양 상태가 후퇴한 곳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소국 소말리아입니다. 소말리아 사람들의 일일 평균 영양섭취량은 1961년 1794칼로리였으나 2011년엔 1695칼로리로 줄었습니다. 영양의 질도 나빠졌습니다. 설탕 같은 당류 섭취의 비중은 5%에서 13%로 높아진 반면, 1인당 고기 소비량(칼로리 기준)는 50년 전에 비해 21%나 줄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 기지를 꿈꾸고 다이어트를 고심하는 첨단과학과 풍요의 세상이 됐지만 세상 한쪽에서는 여전히 영양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게 오늘날 인류의 현실입니다. 세계인들의 식단 변화 속에 숨어 있는 인류 불평등의 아픈 속살,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요.  

 

USA1.jpg » 미국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somal3.jpg » 소말리아의 식단 변화 비교. 왼쪽이 1961년, 오른쪽이 2011년.
 

식량 3분의 1이 유실되거나 버려져

식단만 바꿔도 수십억명 먹여 살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이런 특집을 실은 것은 세계 식량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전 지구 차원에서는 여전히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르는 식량 문제가 더욱 큰 현안입니다. 현재 72억에 이르는 세계 인구는 2050년대가 되면 9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때가 되면 식량문제는 어떤 상황을 맞을까요? 90억명을 먹여살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네 식구로 구성된 미국인 보통 가정에서 유실, 부패, 잔반 등으로 버려지는 음식이 한 해 1160파운드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를 칼로리로 계산하면 120만칼로리나 된다는군요. 성인 평균 하루 영양섭취량을 2500칼로리로 치면, 한 사람이 1년4개월여 동안 먹을 식량이 그냥 사라져버리는 셈입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농장에서부터 최종 소비처인 주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량의 3분의 1이 유실되거나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걸 양으로 따지면 2조8천만 파운드에 이르는데, 이 정도면 30억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또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식량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해법으로 식단 개선을 제안합니다. 이는 땅에서 수확하는 농작물 중에서 소, 돼지 같은 가축의 먹이로 쓰는 양을 줄이고 사람한테 공급하는 양을 늘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자면 육식 위주의 식단을 바꿔야 합니다. 비식용으로 쓰이는 식량의 분량은 전세계에 걸쳐 40억명분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걸 식용으로 돌리면 식량 문제 해결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육식을 하더라도 사료가 많이 드는 소고기에서 닭고기나 돼지고기로 바꾸면 사료용 농작물을 3분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식량 증산도 좋지만 이렇게 버려지고 잘못  쓰이는 식량들을 줄이거나 식단을 바꿔, 먹을거리들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지구적 차원의 지혜가 절실해 보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발행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세계 최대 비영리단체 가운데 하나로, 1888년에 설립돼 현재 세계 곳곳의 과학 연구, 환경 보존·탐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식단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인포그래픽을 보려면 여기(http://www.nationalgeographic.com/what-the-world-eats/)를 클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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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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