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 중국 '디지털 레닌주의'의 또다른 얼굴 벗님글방

Opening_ceremony_of_19th_National_Congress_of_the_Communist_Party_of_China_(VOA).jpg » 10월18일 개막한 중국 19차 공산당대회 개막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신계획경제

 

지난 10월 중국 제19차 당대회가 열렸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은 미래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정층설계(設計, Top Level Design)에 대한 것이 여러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디지털 레닌주의’라고 표현했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중심의 레닌주의를 디지털화했다는 뜻이다. 정층설계, 즉 하향식 설계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심도 있는 논의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정층설계의 의미를 정리해 본다.


 첫째Xi_Jinping_2016.jpg » 두번째 임기에 들어간 시진핑 주석. , 정층설계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신계획경제와 장기 국가발전 전략이 그것이다. 신계획경제라 함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및 사물통신 등 디지털 기술에 의해 수요를 판단하고 공급하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마윈이 주장하기도 했다. 장기 국가발전 전략이란 다양한 분야에서 2050년까지의 발전전략을 수립,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정층설계 중 신계획경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위성이나 드론 등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현황을 파악하고, 다음에 재배할 농작물을 결정할 수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체의 가치사슬을 디지털 기술로 통합함으로써 제조물을 원하는 때 원하는 디자인으로 생산성 하락 없이 만드는 체계를 의미한다. 빅데이터와 사물통신,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은 수요의 실시간 측정과 계획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계획경제의 단점으로 지적된 높은 계획비용과 시간지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신계획경제는 인류에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중국은 향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만~3만달러로 늘리려고 한다. 만약 중국의 14억 인구가 소득 증대에 따라 화석연료를 더 태우고 자원을 더 사용한다면, 지구 생태계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신계획경제는 에너지 및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신계획경제는 1~2차 산업에 국한된다. 전체 경제 규모의 일부만을 담당한단 뜻이다. 지식 산출물은 계획 생산이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은 계획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1차산업 고용 규모는 2% 이하, 2차산업 중 제조업은 8% 이하이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은 이 고용 규모를 더욱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차산업은 1%, 제조업은 4% 미만이 될 것이다. 대신 서비스산업과 지식산업의 비중이 올라갈 것이다. 해당 산업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도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신계획경제를 경제시스템의 근간으로 삼는다 해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신계획경제와 시장경제는 병존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 모델인가, 새로운 전체주의인가


 마지막으로, 정층설계는 세계화와 지식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인한 복잡성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복잡성의 증가는 정층설계의 지배구조인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를 어렵게 할 것이다. 인류의 반복된 경험이 이를 입증해왔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은 한편에서는 사회적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나,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화와 지식 증가 속도를 가속화시켜 그 이상으로 복잡성을 높일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 당국은 통제의 환상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중국의 정층설계는 다양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지구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양극화 문제를 극복한 국가모델이 될 수도 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체주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의 변화에 대응해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미래연구자들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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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퓨처리스트/에프엔에스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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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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