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4억6500만년 전 삼엽충의 `마지막 식단' 생명건강

퇴적암 속 화석 뱃속에서 음식물 발견
해저에서 갑각류, 조개류 등 섭취한듯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작은 생물 위주
현미경으로 본 삼엽충 화석. 빨간색과 파란색은 소화관에 있는 음식물이고 오른쪽 연두색은 입이다. 네이처 제공
현미경으로 본 삼엽충 화석. 빨간색과 파란색은 소화관에 있는 음식물이고 오른쪽 연두색은 입이다. 네이처 제공

38억년의 지구 생명 역사에서 고생대를 대표하는 생물을 꼽으라면 삼엽충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삼엽충은 5억4000만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현해 고생대 전 기간에 걸쳐 2억7천만년 동안 번성하다 페름기 대멸종기에 자취를 감췄다.

삼엽충이란 이름은 몸이 왼쪽, 가운데, 오른쪽 세 부분으로 뚜렷이 구분돼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바다에 사는 절지동물로, 남아 있는 화석만으로도 2만 종 이상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멸종동물 가운데 하나다.

삼엽충은 뭘 먹고 살았을까? 체코와 스웨덴 공동연구진이 처음으로 삼엽충 화석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프라하 인근에서 발견된 4억6500만년 전 삼엽충(Bohemolichas incola) 화석의 뱃속에서 삼엽충의 섭식생활을 알 수 있는 내용물을 발견하고 이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오르도비스기(4억9천만~4억3천만년 전)는 기온 변화, 해수면 상승, 대기 산소 증가 등으로 해양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한 기간이다.

해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삼엽충 상상도. Jiri Svoboda
해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삼엽충 상상도. Jiri Svoboda

삼엽충은 포식자 아닌 ‘해저 청소부’

보헤몰리카스 인콜라 (Bohemolichas incola)라는 이름의 이 삼엽충 화석은 1908년 한 개인이 수집한 퇴적암에서 발견한 것이다. 화석 속의 삼엽충이 살던 당시 체코 프라하 분지는 바다였다.

연구를 이끈 체코 카렐대의 페트르 크라프트 교수는 어린 시절 박물관에서 본 이 삼엽충 화석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화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여년 전 화석 한가운데 외피가 약간 깨진 부분에서 드러난 껍질 조각 같은 것이 삼엽충 소화관의 내용물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화석을 깨뜨리지 않고 이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컴퓨터 단층 촬영(CT)보다 해상도가 훨씬 좋은 싱크로트론 현미경 단층촬영이라는 의료영상 기법을 이용하면 화석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내부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1년 반에 걸쳐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 껍질 조각들은 예상대로 삼엽충의 마지막 식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엽충의 마지막 식단은 주로 둥그런 모양의 껍질을 가진 새우류의 아주 작은 갑각류였다. 화석의 보존 상태가 좋아 지금은 멸종된 해양생물(Conchoprimitia osekensis)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해저 생물인 원뿔형 소라, 오늘날의 불가사리나 성게류와 비슷한 극피동물, 대합조개나 굴 같은 이매패류도 있었다. 쉽게 분해할 수 있거나 통째로 삼킬 수 있는 것들을 먹잇감으로 택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조개껍데기가 보존된 것으로 보아 삼엽충은 해저에 사는 동물이었으며 아마도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식자는 일반적으로 연한 부분만 골라서 먹기 때문에 내장에 조개껍데기가 가득 차 있다는 건 삼엽충이 포식자가 아니라 청소부에 가까웠다는 걸 뜻한다는 것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멜라니 홉킨스 박사(고생물학)는 ‘사이언스’에 “삼엽충이 포식자인지 청소부인지는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던 부분”이라며 “이번 연구는 삼엽충이 청소부였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삼엽충 소화관에서 확인한 음식물(위). 아래 붉은색은 스타일로포라라는 이름의 극피동물, 보라색은 원뿔형 소라 껍데기, 파란색은 갑각류 조각. 네이처 제공
삼엽충 소화관에서 확인한 음식물(위). 아래 붉은색은 스타일로포라라는 이름의 극피동물, 보라색은 원뿔형 소라 껍데기, 파란색은 갑각류 조각. 네이처 제공

화석 하나에 담긴 삼엽충의 삶

삼엽충이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건 진흙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소화관이나 가슴이 일부 뒤틀려진 것으로 보아 탈피 직전의 상태에서 화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동저자인 스웨덴 웁살라대의 페르 알버그 교수(고생물학)는 인터넷매체 ‘기즈모도’에 “이 삽엽충은 속이 완전히 꽉 차 있는 상태였다”며 “절지동물은 탈피를 시작할 때 껍질을 벗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기술 중 하나가 소화관을 물이나 음식물로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내장 속의 껍질 조각은 산성에서 녹는 탄산칼슘 성분인 점을 들어 삼엽충의 장은 중성 또는 알칼리성이었으며, 조개껍데기에서 드러난 소화관 모양의 흔적으로 보아 삼엽충의 위는 두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랍스터나 새우 같은 갑각류와 투구게, 바다거미, 거미류 같은 협각류를 포함하는 다른 절지동물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이 두가지 특징은 절지동물 초기에 진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엽충 자체도 죽은 후 다른 청소부 동물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라는 증거도 나왔다. 삼엽충 곳곳에 나 있는 터널 흔적이 이런 추정의 근거다. 대부분의 터널은 머리 부분에서 발견됐고 내장 주변에는 많지 않았다. 이는 죽은 삼엽충의 소화 기관에 청소부 동물에게 해로운 효소들이 있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오랜 세월 퇴적암 속에 묻혀 있다 바깥세상에 나온 화석 하나가 수억년 전 삼엽충의 삶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을 열어젖힌 셈이다.

*논문 정보

org/10.1038/s41586-023-06567-7">https://doi.org/10.1038/s41586-023-06567-7

Uniquely preserved gut contents illuminate trilobite palaeophysiology. Natur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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