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세계최고 기온 기록행신 봇물 왜 터졌나 지구환경

누적 온실가스에 엘니뇨가 겹친 효과 말고도
사하라 먼지와 선박발 이산화황 감소도 영향
대서양 상공의 사하라사막 먼지층. NOAA
대서양 상공의 사하라사막 먼지층. NOAA

지난 6월8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발표한 이후 세계 평균 기온이 잇따라 새기록을 세우고 있다. 엘니뇨란 적도 지역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기와 해양의 움직임을 교란시켜 전 세계의 기온을 높이고 기상이변을 유발한다.

6월 지구의 대기 및 해수면 온도를 포함한 주요 기후 지표는 모두 이전 최고 기록을 넘어섰고 해빙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일엔 세계기상기구(WMO)가 7년만에 엘니뇨가 진행 중임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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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선 일일 기온 기록까지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 일일 평균 기온은 지난 3일 17.01도로 엘니뇨가 극심했던 2016년 8월의 16.9도를 뛰어넘은 데 이어 4일과 5일 17.18도, 6일엔 17.23도까지 치솟으며 4일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7일과 8일엔 17.20도, 17.17도로 약간 꺾였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높은 온도를 20세기 이후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엘니뇨로 인한 온난화 효과가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2016년 엘니뇨 이후 지금까지 대기에 방출된 온실가스만 해도 무려 2400억톤에 이른다.

엘니뇨가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해수 온도 분포도. 해수면에서부터 수심 400미터에 이르는 적도 지역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 더 컨버세이션
엘니뇨가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해수 온도 분포도. 해수면에서부터 수심 400미터에 이르는 적도 지역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 더 컨버세이션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인 먼지 농도

그런데 최근 기후와 관련한 기록이 한꺼번에 바뀌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시대의 킴벌리 리드 박사후연구원은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햇빛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는 에어로졸 입자들의 대기 중 농도가 줄어든 것이 기록적인 더위의 또다른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목한 에어로졸 입자는 사하라사막의 먼지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 입자다.

그는 우선 아프리카 적도 부근 사하라사막의 먼지 수치가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구 대기를 부유하고 있는 에어로졸 2600만톤의 대부분은 사막에서 발생하는 먼지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사막 먼지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약 8%를 상쇄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올해 초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volume)에 발표했다. 세계 사막 먼지의 절반이 사하라 사막에서 나온다.

올해 들어 대서양 허리케인 발생지역의 먼지 농도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Michael Lowry
올해 들어 대서양 허리케인 발생지역의 먼지 농도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Michael Lowry

특히 사하라사막은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대기 중에 ‘사하라공기층’(SAL=Saharan Air Layer)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먼지 기둥을 만든다. 이 먼지 기둥은 고도 4.5km 상공까지 올라간 뒤 북대서양을 건너 수천km 떨어져 있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해안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북대서양의 허리케인 발생지역(MDR)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미 해양대기청은 “사하라 먼지를 대서양 너머 미국까지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대서양 중부의 고기압 세력이 올해는 약해진 탓”이라고 밝혔다.

사하라 먼지기둥은 북미지역의 골칫거리인 허리케인 발생을 초기에 억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은 습한 열대공기층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이 공기층에 건조한 사하라 먼지기둥이 들어서면 허리케인이 용틀임하기가 어렵다. 6월 초 열대 북대서양 지역의 먼지 농도는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2008년 미국기상학회가 발행하는 <기후저널>(Journal of Climate)에서는 사하라사막의 먼지가 북대서양 열대지역에 뚜렷한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반구 여름에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의 35%는 사하라 먼지가 좌우한다.

대기오염 물질 이산화황의 두 얼굴

리드 연구원이 지적한 또 하나의 요인은 대양을 오가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이 지난 몇년 새 크게 줄어든 점이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 선박유의 황산화물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선박유로 많이 쓰는 중유, 특히 벙커C유에는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가솔린보다 황산화물이 1천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카본 브리프>는 이번 조처로 인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은 2020년 이후 연간 850만톤에서 250만톤으로 70%나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이산화황 배출량도 약 1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 중의 이산화황 입자 역시 온실가스가 유발하는 지구 온난화 효과의 일부를 상쇄해준다. <카본브리프>는 선박으로부터 나오는 대기 오염 물질의 감소는 2050년까지 지구 기온을 약 0.05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SO₂)으로 인해 현재 온실가스발 지구 온난화 효과 중 0.9도가 감춰져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요컨대 온실가스 누적, 엘니뇨 재개, 사하라사막 먼지와 이산화황 감소라는 네가지 요인의 조합이 이번 여름 세계 평균 기온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리드 연구원은 그러나 이산화황의 온난화 상쇄 효과는 인류가 오염물질 배출 감소로 얻는 장기적인 이점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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