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뇌 해킹에서 나를 지켜줄 새 인권 4가지 기술IT

display-dummy-915135_960_720.jpg » 신경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인권 개념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픽사베이

 

신경기술 발전이 부르는 새로운 가능성

 

인공지능이 판단, 추론 등의 능력을 갖추면서 로봇에도 행위 주체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1월 로봇에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이라는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빌 게이츠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로봇에 세금을 매겨 사람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 로봇기술과 어우러져 인간을 동시에 옥죄어 오는 기술이 또하나 있다. 바로 신경기술(뉴로테크놀로지)이다.

무엇보다 뇌파를 추적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술들은 정신활동의 어떤 과정에 뇌의 어느 부분이 관여하는지 파악하거나 뇌의 상태를 진단하고, 뇌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뇌파를 자극해 뇌졸중 환자가 운동 능력을 회복하도록 도움을 주거나 기억력이나 학습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페이스북은 4월에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6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가운데, 뇌파를 읽어 1분에 100단어를 입력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빌딩8'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regina-dugan-f8.530x298.jpg » 4월에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회의에서 빌딩8 프로젝트 책임자인 레지나 더간이 뇌파인식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있다. 페이스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마음을 도청한다

 

그러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이런 모습은 야누스의 한쪽 얼굴에 해당한다. 다른 한쪽에선 우울하고 끔찍한 모습들이 어른거린다. 컴퓨터에 포착된 뇌의 비밀들은 해킹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목소리 도청을 넘어 내면의 영역인 마음의 소리도 도청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킹 전문가들은 네트워크상의 모든 디지털 정보들은 본질적으로 해킹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외부의 조작에 따라 정신줄을 놓을 수도 있는 극단의 시나리오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미증유의 상황에 맞춰 인권 개념도 재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인권 규정으로는 정신과 마음의 안식처를 보호하기 어렵지 않을까? 
스위스의 생명의료윤리학연구소(Institute for Biomedical Ethics)가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다. 연구진은 최근 오픈액세스 저널 <생명과학, 사회와 정책>(Life Sciences, Society and Policy)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네 가지 인권 개념을 제안했다. 새로운 유형의 프라이버시 침탈과 상실에 대응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다.

hacker-1944688_960_720.jpg » 신경기술이 뇌의 비밀을 파헤칠수록 뇌의 해킹 가능성도 높아진다. 픽사베이

 

뇌 해킹 시대에 지켜야 할 네 가지 인권


 이들이 제안한 새로운 네 가지 인권은 인지적 자유(Cognitive Liberty), 정신적 프라이버시(Mental Privacy), 정신적 완전성(Mental Integrity), 심리적 연속성(psychological continuity)에 대한 권리다. 한마디로 프라이버시의 마지막 피난처인 뇌를 보호하는 권리들이다.
인지적 자유란 신경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자신의 정신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물론 여기엔 이를 거절할 권리도 포함된다. 예컨대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기기들을 이용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 군사과학자들은 뇌혈류직류자극(trans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이 사람의 정신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이 기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direct-brain-game-2.jpg » 워싱턴대 연구진이 뇌파로 게임을 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워싱턴대 제공

 

정신적 프라이버시는 절대인권인가, 상대인권인가

 

정신적 프라이버시는 자신의 동의 없이 신경기술 기기가 수집한 정신 활동 관련 데이터에 접근하려는 제3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업들은 이미 방대한 양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무기로 소비자 내면의 욕구를 자극해 물건을 팔고 있다. 미 UC버클리대 연구진은 뇌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이 이전에 본 영화 장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정신적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신적 프라이버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아야 하는 절대적 권리일까, 아니면 일정한 경우 유보될 수도 있는 상대적 권리일까?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사회와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컨대 어떤 범죄나 테러 우려가 있을 경우, 관찰자 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끔찍한 사태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민주 법치사회에서 확립돼 있는 무죄추정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나머지 두 권리, 즉 정신적 완전성과 심리적 연속성에 대한 권리는 정신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관련한 것이다. 정신적 완전성은 사람의 정신활동 과정이나 기억 제거 등에 개입하기 위해 뇌 이식칩을 해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다. 심리적 연속성은  뇌 해킹, 신경마케팅 등을 통해 사람의 성격, 정체성 등을 바꾸려는 시도에 대한 것이다. 신경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소비자들의 무의식적 행동과 태도에 접근해 이를 바꾸려는 기업들이 심리적 연속성의 침해자들이라 할 수 있다.

brainscansle.jpg » 유시버클리대 연구진이 뇌파를 읽어 재현한 영화 장면. 위의 것이 실제 영화 장면, 아래쪽이 뇌파로 재현한 장면. 유시버클리대

 

개인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마지막 피난처


논문 제1저자인 마르첼로 이엥카(Marcello Ienca) 바젤대 신경과학자(박사과정생)는 "마음은 한 개인에게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마지막 피난처로 간주되지만 신경공학과 뇌 영상, 신경기술의 발전으로 마음의 자유가 위험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제안하는 새 인권법은 이런 강압적, 침습적인 신경기술을 거부하고, 이 기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이 기술의 오용으로 피해를 입을 마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교한 뇌 영상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같은 신경기술의 발전은 이제 임상 단계를 지나 실제 소비자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개의 기술이 그렇듯, 신경기술 역시 오용과 악용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동저자인 로베르토 안도르노(Roberto Andorno) 취리히대 교수(인권법)는 "뇌 영상 기술은 이미 형사법정에서 합법성을 다투는 단계에 이르렀다. 예컨대 형사 책임이나 재범 위험을 평가하는 도구로 쓰인다. 기업들은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뇌 영상을 이용한 신경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뇌 영상 데이터를 이미지와 텍스트 또는 소리로 바꿀 수 있는 뇌 판독기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개인의 자유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네 가지 인권을 새롭게 제안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DARPA-TNT.jpg »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은 시냅스 가소성을 활용해 기술습득력을 높이는 프로젝트(TNT)를 시작했다. 다르파 제공

 

지나친 '권리 인플레'라는 지적도

 

연구진의 제안은 신경기술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새로운 인권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구진도 이른바 ‘권리 인플레’(rights inflation) 문제를 거론한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모든 것에 기본권이란 딱지를 붙이게 되면 이미 존재하는 기본권의 의미가 희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새로운 인권 개념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의 프라이버시와, 그에 수반하는 데이터에 대한 보호 권리를 확대 적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딱히 반대할 명분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정신적 완전성과 심리적 연속성 개념의 경계가 모호해 오히려 하나로 합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신경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드러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틈으로써 신경기술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에 경고의 목소리를 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겠다.
이들이 제안한 새 인권 개념 네 가지 가운데 사람들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미국의 한 인터넷 언론이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사람들은 정신적 프라이버시(49%)를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지적 자유(29%), 정신적 완전성(15%),  심리적 연속성(7%) 차례였다.
새로운 인권 개념을 논하기엔 시기상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엥카는 이렇게 답한다. "과학소설은 우리에게 기술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 유명한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신경기술은 어떤 경우엔 이미 현실이 됐다. 또 어떤 것은  현실에 가까워졌고, 어떤 것은 군사용이나 상업용 시험적용 단계까지 왔다. 우리는 이런 기술들이 우리 개인의 자유에 미칠 영향에 대응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7/05/2.htm#.WQk1ZEXyiUl
https://lsspjournal.springeropen.com/articles/10.1186/s40504-017-0050-1
https://singularityhub.com/2017/05/01/4-new-human-rights-for-when-our-brains-are-hooked-up-to-computers/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7/apr/26/new-human-rights-to-protect-against-mind-hacking-and-brain-data-theft-proposed

http://newatlas.com/neuroscience-human-rights/49235/
다르파, 뇌 업로드 기술
https://futurism.com/darpa-is-planning-to-hack-the-human-brain-to-let-us-upload-skills/
유럽의회 전자인간 의결
http://www.fnnews.com/news/201701131750426924
페이스북 빌딩8 프로젝트
https://techcrunch.com/2017/04/19/facebook-brain-interface/
유시버클리 연구 결과
https://medicalxpress.com/news/2011-09-brain-imaging-reveals-movies-mind.html

뇌파로 게임하기

http://newatlas.com/direct-brain-stimulation-play-games/46815/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