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뇌파로 드론 레이스…'염력시대' 열리나 기술IT

brain-drone1.jpeg »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해 승부를 가르는 `브레인 드론 레이스'가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유튜브 갈무리

조이스틱 대신 헤드셋을 쓰고 드론 조종

 

“쓰리, 투, 원, 고!”
진행자의 구령에 따라 바닥에 놓여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했다. 그리곤 결승 지점을 향해 느릿느릿 날아갔다. 지난 4월22일 미 플로리다주립대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드론 레이스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날의 드론 레이싱에선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레이스 참가자들이 조이스틱처럼 생긴 조종기를 들고 드론을 원격조종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참가자들은 책상에 앉아 헤드셋처럼 생긴 기기를 머리에 쓰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braindrone2.jpg » 컴퓨터 프로그램이 뇌파 신호를 받아 드론을 제어한다. 유튜브 갈무리

 

드론이 생각하는 대로 날아간다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


이 장치의 이름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이른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다. BCI는 뇌파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전달해 디지털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기를 쓰고 “전진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드론은 앞으로 날아간다.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떠올리면 옆으로 움직인다. 드론 레이스의 지도교수인 주안 길버트(Juan Gilbert)는 공개된 동영상에서 “드론을 전진시키고 싶다고? 그렇다면 의자를 앞으로 민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한 뇌의 반응 패턴에 기반한 드론 비행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의 뇌파 조종 드론, 이른바 '브레인 드론' 레이싱은 이렇게 등장했다.

  

뇌파 활용 기술이 여는 새로운 세계

 

BCI 기술은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리모컨이나 조이스틱처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뇌파를 물리적 에너지로 바꿔주는 능력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조종기로 움직이는 드론들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맹렬하게 날아가지만, 뇌파의 제어를 받는 드론들의 비행 속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뇌파를 통해 무형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예컨대 미연구팀은 최근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팔과 손을 뇌파로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팔이 절단된 환자가 뇌파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 조지아공대에선 뇌파로 작동하는 드럼 연주용 로봇팔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중이다. 버클리대 등에선 뇌파로 꿈을 읽어내 이미지로 변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길버트 교수는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싱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경주로 시작했지만 이 경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누가 알겠는가?”
뇌파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치부됐던 영역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신체 장애자들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장애가 없더라도 두 손, 두 발이라는 신체의 한계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어디에 가고 싶다거나, 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그것을 이뤄주게 하는 동화적 꿈도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정신을 집중해 나오는 에너지로 물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염력'이 마침내 뇌파 기술에 힘입어 초현실에서 현실 세계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일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 꿈을 이뤄주는 원초적 기술은 바로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 시작될 것이다.

 

bci-jan-smiles-at-bar-landing-page.jpg » 잔 슈어만(Jan Scheuermann)이란 이름의 여성이 마인드 콘트롤로 로봇팔을 움직여 초콜릿바를 입에 가져가고 있다. 그의 뇌에는 뇌파를 기록하는 칩이 심어져 있다. UPMC 제공(http://www.upmc.com/media/media-kit/bci/Pages/default.aspx)

 

뇌파 시대 헤쳐나갈 경쟁력을 키우려면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에선 조종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닌, 뇌파 신호를 보내는 능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뇌파를 읽어내는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미래엔 얼마나 확실한 뇌파를 낼 수 있느냐가 인간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지 않을까? 상상력과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할 법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뇌는 인간이 가진 정신적 자산이 융합하는 용광로이다. 그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상상력과 집중력이라는 불쏘시개이다. 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 여행 등 뇌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마인드 컨트롤처럼 직접적으로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주입식 공장형 교육 제도와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피해갈 수 없는 우려 '프라이버시 침해'

 

brain-1093904_960_720.jpg » 저장된 뇌파 기록은 프라이버시 노출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 pixabay.com

 

뇌파는 새로운 신원 확인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같은 이미지라도 사람마다 뇌파가 반응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브레인 프린트(brainprints)’, 즉 ‘뇌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모든 디지털은 족적을 남긴다. 모든 디지털 기록은 언제나 해킹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 뇌파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버시의 노출을 뜻한다. 기술의 명암, 어쩔 수 없는 기술의 사회적 속성이다.
   
출처
http://qz.com/669720/the-first-brain-controlled-drone-race-just-took-place-in-florida/
http://motherboard.vice.com/en_uk/read/brain-powered-drone-race

http://motherboard.vice.com/read/in-the-future-well-all-be-identified-by-our-brainprints

버클리대 연구사례

http://www.bbc.com/future/story/20140717-i-can-read-your-mind

뇌파로 신원확인

http://www.huffingtonpost.kr/2016/04/25/story_n_97698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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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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