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절…“엘리베이터에선 말하지 마세요”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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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새 지침 마련

좁고 밀폐된 공간 내 전파 위험 높아

마스크 착용, 인원 제한, 출입 방향 표시도

 

최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 주민 집단감염 경로로 엘리베이터가 지목된 바 있다. 같은 동에 사는 감염자들이 별도로 접촉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된 침방울이 공중에 떠 있거나 바닥, 팔걸이, 단추 등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공용공간에서 전염됐을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밀폐된 공간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엘리베이터는 위험한 장소다. 환기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출입하는 잠깐의 시간만 빼고는 항상 닫혀 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인 2미터 간격을 유지할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위험한 공간에서 말을 하거나 기침을 하는 것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안전을 보장하진 못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도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도심 빌딩의 엘리베이터가 새로운 감염경로로 주목됨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엘리베이터 이용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새 지침의 주요 내용은 네 가지다. 우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둘째는 탑승자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숫자를 특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셋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방향을 바닥에 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공기중 전파 위험이 크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은 최근 큰 침방울뿐 아니라 미세한 에어로졸(지름 1마이크로미터 이하)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적절한 경고를 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le3.jpg » 엘리베이터 내 전파 위험 계산을 계산한 리처드 코시의 트위터.
“앞선 사람이 내뿜은 바이러스 입자의 25%에 노출”

 

 이와 관련해 미국 포틀랜드주립대의 컴퓨터과학자 리처드 코시(Richard Corsi) 교수는 엘리베이터 내의 공기전파 가능성을 계산한 결과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감염자 승객 A가 건물 1층에서 10층까지 31초 동안 혼자 탑승해 올라가는 상황에서, 그가 엘리베이터 안에 남기는 바이러스 양을 계산해 본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A는 기침을 하면서 휴대폰 통화를 하고, A가 내린 뒤 엘리베이터 문은 10초 동안 열려 있다 닫히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빈 상태로 다시 1층으로 내려간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승객 B는 승객 A가 내뿜은 바이러스 입자의 25%에 노출된다. 물론 엘리베이터 안과 밖의 기압 차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는 시간 등에 따라 바이러스의 잔존량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양의 다소와 상관 없이 바이러스 잔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시 박사는 "감염에 필요한 양이 얼마인지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탈 경우 엘리베이터에서는 가능한 한 대각선 방향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며 "`말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엘리베이터에 붙여 놓고 새로운 생활 예절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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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5명 이상 탑승은 자제를”

 

탑승 인원 제한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내공기 전문가인 하버드대의 조지프 알렌(Joseph Allen) 교수 등 전문가들은 빌딩 점유율이 60% 미만일 경우, 가능한 한 엘리베이터에 5명 이상은 타지 않도록 할 것을 권했다.

엘리베이터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새로운 엘리베이터 수칙을 계기로지금부터는 가능한 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관해서도 두 가지 지침을 마련했다. 하나는 한 단에 한 명씩만 서라는 것, 다른 하나는 에스컬레이터 끝에 소독제를 비치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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