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휘영청 지구빛 아래 드러난 달 밤..."돌아다닐만큼 밝아요" 화보영상

한국 다누리호에 탑재된 미국 나사의 섀도캠
200배 높은 광감도로 영구음영지역 등 촬영
한국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에 실린 미 항공우주국의 섀도캠이 지구빛에 비친 달 앞면의 아리스타르쿠스 충돌구 지역을 찍었다. 우뚝 솟은 봉우리(왼쪽)가 선명하게 보인다. 나사 제공
한국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에 실린 미 항공우주국의 섀도캠이 지구빛에 비친 달 앞면의 아리스타르쿠스 충돌구 지역을 찍었다. 우뚝 솟은 봉우리(왼쪽)가 선명하게 보인다. 나사 제공
달 궤도선에 탑재된 카메라가 달 표면을 비추는 지구반사광(지구빛)만을 이용해 한밤중의 달 표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최근 한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에 탑재한 섀도캠으로 달 남극 등을 상세하게 담은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달 남극은 미국의 다음 유인 달 착륙 후보지다.

섀도캠은 햇빛이 직접 비치지 않는 남극의 음영지역 등을 관찰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한 카메라다. 이전의 달 촬영 카메라보다 빛에 200배 더 민감하기 때문에 직사광선이 없어도 근처의 지형에서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달 표면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달 영구음영지역에 물 얼음이 증발되지 않고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이 남아 있다면 현지에서 바로 식수로 쓰거나 산소와 수소로 분리시켜 로켓 연료와 우주비행사 호흡용 등으로도 쓸 수 있다.

물 얼음이 쌓인 곳을 찾아내고 영구음영지역내의 지형을 상세하게 촬영하는 것이 섀도캠의 임무다. 나사는 이를 토대로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유인 착륙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다누리호에 실린 섀도캠이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는 모습(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호에 실린 섀도캠이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는 모습(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구빛만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맨 위)에 담긴 곳은 달 앞면 북서쪽의 아리스타르쿠스충돌구 지역이다.

섀도캠은 기본적으로 달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물론 그 빛이 어떤 빛인지 가려서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리스타르쿠스충둘구 중앙 봉우리(왼쪽)를 찍은 사진에는 오로지 지구빛만 노출돼 있다.

나사는 “이 사진은 달에 도착한 우주비행사가 밤에도 지구빛을 이용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사진에서 아리스타르쿠스충돌구 중앙 봉우리의 그림자는 촬영 당시 지구가 지평선 35도 위에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나사는 설명했다.

암석과 흙이 굴러 내려가며 만든 자국이 선명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근 근처 섀클턴충돌구의 영구음영지역. 나사 제공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근 근처 섀클턴충돌구의 영구음영지역. 나사 제공
둘째 사진은 달 남극 근처 섀클턴충돌구의 영구음영지역이다. 사진에 표시된 화살표는 충돌구 가장자리의 벽을 타고 흙과 암석이 굴러 내려온 흔적을 가리킨다. 나사는 “이 흔적을 관찰하면 암석의 모양과 달 표토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섀도캠이 지구에서 반사된 빛만으로 찍은 달 적도 근처 브루스충돌구. 나사 제공
섀도캠이 지구에서 반사된 빛만으로 찍은 달 적도 근처 브루스충돌구. 나사 제공
지구에서 초승달이 뜰 때 달에선 둥근 지구 뜬다

셋째 사진은 카메라의 감도를 시험하기 위해 적도 인근의 브루스충돌구를 촬영한 것이다.

충돌구 가장자리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흙에서 빛이 반사돼 포착됐다. 나사는 이를 지구빛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밤에는 달빛이 땅을 비추듯, 달 밤엔 지구빛이 땅을 비춘다. 나사는 지구에서 초승달이 뜨는 시기에 이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초승달이 뜰 때, 달에서는 보름달 같은 지구가 뜬다. 이 둥그런 지구가 비추는 빛이 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지구빛은 달 남극의 영구음영지역에 반사된 햇빛 밝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섀도캠은 이 희미한 빛만 있어도 달 표면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고 나사는 설명했다.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극 인근 마빈충돌구. 고지대를 비춘 햇빛이 반사됐다. 나사 제공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극 인근 마빈충돌구. 고지대를 비춘 햇빛이 반사됐다. 나사 제공
넷째 사진은 남극 주변 충돌구의 고지대를 비춘 햇빛이 반사된 영구음영지역 사진이다. 남극에서 약 26km 떨어진 마빈충돌구의 가장자리다.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극 인근 마빈충돌구 주변. 왼쪽 하얀색은 햇빛이 강한 탓에 생긴 현상이다. 섀도캠의 광센서는 너무 민감해 햇빛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사진이 하얗게 된다. 나사 제공
섀도캠이 찍은 달 남극 인근 마빈충돌구 주변. 왼쪽 하얀색은 햇빛이 강한 탓에 생긴 현상이다. 섀도캠의 광센서는 너무 민감해 햇빛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사진이 하얗게 된다. 나사 제공
다섯째 사진은 마빈충돌구를 중심으로 더 넓은 주변 지역을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유난히 흰 왼쪽 부분은 직사광선을 받는 곳이다. 섀도캠은 빛이 적게 들어오는 곳에서 잘 작동하는데, 이곳은 그 한도를 넘어선 빛이 들어와 온통 하얗게 돼버렸다.

다누리호는 지난해 8월5일 지구를 출발해 12월26일 달 상공 100㎞의 궤도에 진입했다. 다누리호에는 미국의 섀도캠과 함께 한국이 개발한 편광카메라 등 국산 과학장비 5가지가 실려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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