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 아닌 `수성' 우주항공

pla1.jpg » 태양과 8개의 행성들. NASA 제공

 

궤도는 금성이 더 가깝지만

평균 거리는 수성이 가까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뭘까? 누구라도 금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태양계 8개 행성의 공전 궤도를 놓고 보면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태양계 행성들이 언제나 일렬로 줄을 지어 태양을 도는 건 아니다. 행성들이 태양을 도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태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땐 궤도가 더 가까운 행성이라도 실제 지구와의 거리는 더 멀 수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각 행성과 지구의 거리를 평균해 계산하면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 달라질까?
한 소장학자 그룹이 이에 기반해 새로 계산을 해 비교한 결과, 지구와의 평균 거리가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 아닌 수성으로 밝혀졌다. 궤도 자체는 금성이 가깝지만, 실제 공전 궤도상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태양을 도는 건 수성이라는 얘기다.
미 앨라배마대 톰 스톡먼 박사과정생 등 3인의 소장 학자들이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피직스 투데이(Physics Today)’의 `논평과 리뷰' 코너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행성간 거리를 계산할 때 사람들은 보통 두 행성과 태양의 평균 거리 차이를 계산한다. 지구(1AU=지구에서 태양 거리=1억5000만km)에서 금성(0.72)를 빼면 0.28AU가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두 행성이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때의 거리만 계산하는 셈이다.

pla4.JPG » 수성(회색), 금성(노랑), 지구(파랑), 화성(빨강)의 태양 궤도 공전 시뮬레이션 화면. 유튜브 갈무리

최근거리와 최원거리의 차이는 6배

 

실제로는 두 행성의 공전 속도가 달라 금성이 태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때의 거리는 1.72AU다. 가장 가까울 때와의 차이가 무려 6배에 이른다. 이들은 점원법(PCM=point-circle method)이란 새로운 수학적 방법으로 실제 두 행성의 공전궤도상 평균 거리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이 방법은 각 행성의 공전 속도를 고려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행성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평균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단 계산을 위해 두 행성이 동일평면상에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동심원 궤도에선 공전 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양계 8개 행성의 평균 궤도 경사각은 2.6±2.2°, 평균 이심률은 0.06 ± 0.06이어서 이런 가정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곤 한 행성 궤도의 임의의 점에서 다른 행성 궤도의 모든 점에 이르는 거리를 합산한 뒤 평균값을 계산했다.

mer.jpg » 태양을 가장 가깝게 도는 수성. 나사 제공

수성이 금성보다 1500만km 더 가까워

수성과 가장 가까울 때가 전체의 절반

 수성은 다른 행성들과도 가장 가까워

 

그 결과, 수성이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와 금성의 평균거리는 1.14AU(1억7000만km), 지구와 수성의 평균거리는 1.04AU(1억5500만km)였다. 수성이 평균적으로 1500만km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계산이다. 지구와 화성의 평균거리는 1.70AU(약2억 5500만km)였다. 뿐만 아니라 수성은 토성, 해왕성 등 다른 모든 행성과도 가장 가까웠다. 

이런 계산 결과는 1만년에 걸친 각 행성의 궤도 공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와도 거의 일치했다. PCM 계산과 시뮬레이션 결과의 차이는 1%를 밑돌았다. 이들이 공개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면 궤도 공전 측정 기간 중 지구와 가장 가까운 시기의 비율은 수성이 거의 절반(45~47%)에 이른다. 그 다음은 금성(35~36%), 화성(17~18%) 차례였다.

연구진은 새로운 수학적 모델이 궤도를 도는 물체들 간의 평균 거리를 손쉽게 측정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신호 강도가 거리의 제곱 비율로 약해지는 위성통신 등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planet_sizes.jpg » 4개 암석행성들의 크기 비교. 왼쪽부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위키피디아 코먼스

 

"흥미롭지만 의미있는 결과는 아니다" 반응도

 

그러나 이들이 제안한 `지구의 가장 가까운 이웃 행성' 개념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스티븐 벡위드 UC버클리 천문학 교수는 이렇게 반문했다. "당신의 이웃이 한 해의 절반을 다른 장소에서 보내는 집에 살고 있다고 치자. 예컨대 당신이 위스콘신에 살고 있고 당신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한 해 7달을 플로리다에서 보낸다고 치자. 그러면 그 7달 동안은 그 옆집 사람들이 당신과 더 가까운 이웃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이웃은 나머지 다섯달 동안 바로 옆집에 사는 그 사람들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는 이들의 시도에 대해 `최근거리'를 재규정하는 흥미로운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의미있는 제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피직스 투데이' 웹사이트에 달린 70여개의 댓글 중에도 분석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글이 여럿 있다. 한 누리꾼은 "우주 탐사나 여행에서 의미 있는 것은 `가장 가까운 것'이지 `평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저널의 온라인 편집진은 이번 분석을 기술적 또는 문구에 얽매인 접근으로 보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수성이 지구에 평균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 3월14일 현재 지구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 뭔지 컴퓨터에 물어보면 답변은 금성이나 화성이 아니라 수성"이라며 "지금 바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정답 확률이 가장 높은 답변은 수성"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s://physicstoday.scitation.org/do/10.1063/PT.6.3.20190312a/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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