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폴로 11호 달 착륙 45돌…그때 그순간 우주항공

62297main_neil_on_moon_full.jpg »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NASA 제공

 

세계인구 36억중 5억이 지켜본 역사적 장면

 

 “인간 달을 딛고 서다”(경향신문), “인간 달에 섰다”(동아일보),“억겁의 침묵 깨고-달은 숨쉬기 시작했다”(조선일보)” ….
 1969년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디뎠던 날의 신문 1면 머릿기사 제목들입니다. 오는 20일(미국 시간 기준, 한국 시간으로는 21일)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꼭 45년이 되는 날입니다.
 나사는 5억이 넘는 사람들이 그 역사적인 장면을 텔레비전을 지켜본 것으로 추정합니다. 당시 세계 인구가 36억명이었으니 지구촌 20명 중 3명꼴로 역사의 순간을 현장에서 목격한 셈입니다.
 

m3.JPG »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소식을 전하고 있는 1969년 7월21일자 석간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의 1면. 신문이 밝힌 착륙시간은 한국시간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재인용.

 

새 역사 경축하자…한국도 임시공휴일 지정

 

 이제 막 보릿고개에서 벗어나고 있던 한국도 달 착륙의 감격과 흥분에서 예외는 아니었죠. 정부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일을 임시공휴일(7월21일)로 지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필자의 부친은 그날치 일기에 “임시공휴로 휴업. 미국 과학자들이 달에 발 딛는 날이라고. 16일에 발사한 아폴로 11호가 성공하는 듯.”이라고 적어놓으셨더군요. 일기를 보면, 월요일이었던 그날 한국의 하늘은 맑은 뒤 구름이 끼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임시 공휴일 지정 이유는 “우주의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이날을 경축하고 달세계 개척에의 전 인류참여에 호응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폴로는 그야말로 최고의 유행어 반열에 올라, 그해 여름 유행한 눈병은 ‘아폴로눈병’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337869main_pg131_as11-44-6667_full.jpg » 아폴로 11호에서 찍은 달 사진. 달에서 1만85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한 것이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4천킬로미터이다. NASA 제공  

 

달의 신화는 가고 우주 과학이 오다

 

 아폴로 11호로 인해 수천년 동안 내려온 달의 신화와 전설, 문학적 상상력은 깨졌습니다. 대신 인류는 우주탐험이라는 새로운 영역과 과학적 상상력을 얻었습니다. 45년 전 그날 지구를 떠나 달 탐사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아폴로 11호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182231main_image_feature_868_ys_full.jpg » 1969년 7월16일 발사 준비를 위해 케네디우주센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세 우주인. NASA 제공

 

 7월16일 아침 9시32분 발사

 

1969년 7월16일 아침(미 동부시간 기준) 아폴로 11호의 승무원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이렇게 세 사람은 미 대륙의 남쪽 끝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의 새턴V 로켓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3단짜리 이 로켓은 이제 막 이 세사람을 우주로 쏘아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전 9시32분(한국시간 오후 10시32분), 로켓 엔진이 불을 뿜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아폴로 11호가 발사 타워를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12분 뒤 세 우주인은 지구궤도에 진입했습니다.

62295main_liftoff_full.jpg » 아폴로 11호를 탑재한 새턴V 로켓이 발사대를 이륙하고 있는 모습. NASA 제공  

 

7월19일 달 궤도 진입

 

 아폴로 11호는 지구궤도를 한 바퀴 반 돈 뒤, 달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사흘 뒤 아폴로 11호는 달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그 다음날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드디어 달 착륙선 이글(독수리)호에 옮겨탔습니다. 달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수리는 미국의 상징 동물이죠. 콜린스는 모선인 콜롬비아호에 남아 달 궤도를 계속 순회하며 이들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이글호는 착륙 지점인 ‘고요의 바다’를 조금 지나쳤습니다. 선장인 암스트롱은 긴급히 수동으로 우주선을 조종하며 바위가 널려 있는 곳들을 피해갔습니다. 
 

269792main_GPN-2000-001210_full.jpg » 달 표면을 향해 하강하고 있는 달 착륙선 이글호. 아폴로 11호 사령선 콜롬비아호에서 촬영한 것이다. 착륙선 아래쪽에 길게 막대 모양으로 늘어뜨려져 있는 것은 달 표면 감지용 센서다. 이 센서는 달 표면에 닿는 즉시 승무원에게 이글호 엔진을 끄라는 신호를 보내도록 돼 있다. NASA 제공

 

7월20일 오후 4시 '고요의 기지' 착륙

 

 20일 오후 4시18분(한국시간 21일 새벽 5시18분), 드디어 이글호가 달에 착륙했습니다. 이글호엔 30초 가량 버틸 연료만 남아있었습니다. 암스트롱은 지구에 첫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기지. 이글호는 착륙했다.”(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긴장이 풀린 휴스턴 관제센터 직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습니다. 관제센터는 승무원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이 거의 쓰러져 죽을 뻔한 한 무리의 남자들을 구했다, 우리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You got a bunch of guys about to turn blue, we‘re breathing again.)

 62288main_aldrin_ladder_full.jpg » 닐 암스트롱에 이어 착륙선 조종사인 버즈 올드린이 사다리를 타고 이글호를 내려오는 모습. NASA 제공

 

7월20일 오후 10시56분 달에 첫 발

 

 오후 10시56분(한국시간 21일 오전 11시56분), 착륙한 지 6시간 반이 지난 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5억이 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암스트롱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잠시후 합류한 올드린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장엄한  폐허로다!”(magnificent desolation). 짤막하지만 강렬한 묘사입니다. 이들은 2시간 반 동안 달 표면을 탐험하면서 토양 샘플을 수집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62291main_crater_orbit_full.jpg » 달 궤도에서 촬영한 308 분화구.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이어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NASA 제공

 

7월24일 태평양 해상 귀환

케네디 약속 8년만에 실현

 

 이들은 미국 성조기, 희생된 아폴로 1호 승무원들을 기리는 패치, 이글호의 명판 등을 남겨두고 지구로 출발했습니다. 그들이 두고 온 명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 지구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 처음으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다. 1969년 7월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평화로이 왔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이글을 다시 이륙시킨 뒤 콜린스의 콜롬비아호와 도킹했습니다. 세 사람은 사흘 뒤 7월24일 태평양 하와이 인근 바다에 무사히 착수했습니다.
 이로써 1961년 4월12일 소련에 첫 우주비행 기록을 내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대가 가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한 다짐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케네디가 정한 시한이 불과 5개월 남짓 남았을 때입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 들인 돈은 약 250억달러, 말 그대로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현재 가치로 우리 돈 100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 아폴로 1호 시험중 폭발로 3명의 우주인이 숨지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일, 어떤 곳에도 빛과 그림자는 항상 함께 있는 법인가 봅니다.  

ksc-71pc-178.jpg » 아폴로 11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세 우주인. 왼쪽부터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 사령선 콜롬비아호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착륙선 이글호 조종사 버즈 올드린. NASA 제공

 

다음 우주 행선지는 소행성, 화성

 

 지구로 돌아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암스트롱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콜린스는 “미래의 화성 여행”을 이야기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더 추진해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세 우주인은 미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암스트롱은 은퇴 후 대학 교수로 활동했고, 콜린스는 미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보를 지냈으며, 올드린은 지금도 우주탐험 전도사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사의 다음 우주탐험의 핵심은 오리온 계획으로 불립니다. 캡슐형 우주선 오리온에 우주인을 태워 소행성(2020년대), 화성(2030년대)에 보낸다는 계획입니다. 나사의 우주 탐험 미래엔 어떤 빛과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래는 아폴로 11호 발사에서 착륙까지의 모습을 담은 하이라이트 동영상입니다.

 

 

 미 항공우주국의 달 착륙 45주년 기념행사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 4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펼칩니다. 18일에는 <나사TV>를 통해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우주 탐험의 미래’에 대한 토론을 중계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중인 우주인 레이드 와이즈먼이 화상을 통해 깜짝 출연합니다. 오후 3시30분에는 버즈 올드린이 참석하는 토론도 진행됩니다.
 D-데이인 20일에는 <나사TV>를 통해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역사적인 걸음을 내딛는 장면을 다시 틀어줍니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10시에는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건물명칭의 재명명 행사가 진행됩니다. 이 행사는 2012년에 작고한 암스트롱을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아폴로 11호가 지구로 귀환한 24일 오후 6시에는 <나사TV>를 통해 다시 한번 패널토론을 진행합니다. 주제는 ‘나사의 다음 큰 도약’입니다.
 나사는 아폴로 11호의 역사적 사진과 영상, 음성 자료를 아폴로45주년 코너(www.nasa.gov/apollo45)에 모아놨습니다. 기념 행사와 관련한 영상을 보거나 행사 일정을 보려면 나사TV(www.nasa.gov/nasatv)를, 나사 우주탐험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보려면 탐험코너(www.nasa.gov/exploration)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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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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