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징기스칸과 10 남자, 불멸의 유전자 남기다 생명건강

1.16767.jpg »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거대한 징기스칸 동상. nature.com

 

징기스칸은 1227년에 사망한 몽골의 지도자로, 자식을 많이 나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오늘날 수백만명의 남성들이 징기스칸의 유전적 유산(genetic legacy)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징기스칸 말고도 열 명의 다른 남성들이 오늘날 세계인의 유전체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참고 1). 다만 과학자들은 그 10명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징기스칸의 유전적 유산은 매우 강력하다. 2003년 진화유전학자인 크리스 타일러-스미스(현재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아시아 16개 민족의 남성의 8%(그리고 전세계의 남성의 0.5%)Y 염색체에 거의 동일한 시퀀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참고 2). 그리고 이들에게 특정 시퀀스를 물려 준 사람은 약 1,000년 전 몽골리아에 살았던 사람이라고 한다.

"징기스칸은 수백 명의 자식을 낳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Y 염색체에 남긴 흔적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자손들까지도 넓은 지역에 걸쳐 대대손손 자식을 많이 낳아야 한다"고 최근 연구를 지휘한 영국 레스터대의 마크 조블링 교수(유전학)는 말했다. "어쩌다가 아들을 많이 낳는 남성들은 많다. 그러나 그 남성의 아들까지도 많은 아들을 낳는 경우는 드물다. 특정인의 자식들이 대대손손 다산성을 유지하여 가문을 이으려면 특단의 강화조치, 예컨대 권력을 움켜쥔 남성들이 여러 명의 여성들을 거느릴 수 있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_40970780_nurachi270.jpg » 청 태조 누르하치. bbc.com

 

1. 슈퍼스타의 탄생

 

과학자들은 징기스칸 및 그 후계자들 외에도 성공적인 부계가문을 창시한 인물들을 두 명 지목한 바 있다. 그중 한 명은 청태조 누르하치의 할아버지인 기오캉가(Giocangga)이고, 다른 한 명은 중세 아일랜드의 오네일 왕조를 창시한 오네일이다(참고 4).

조블링이 이끄는 연구진은 아시아의 127개 인구집단에서 5321명의 남성들을 선별했다. 연구진이 아시아에 주목한 이유는 데이터가 많은 데다가, 이미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부계가문의 증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5321명의 유전체 중에서 20명 이상이 공유한 Y 염색체 시퀀스를 11개 확인했다. 연구진은 공유된 시퀀스에 존재하는 DNA의 차이를 이용하여, 특정 가문의 시조가 살았던 연대를 계산했다. (무작위 돌연변이가 일정한 속도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누적된 총돌연변이를 속도로 나눠 시조가 살았던 연대를 계산할 수 있다.) 한편 연구진은 오늘날 특정 유전형이 가장 많아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시조의 거주지역으로 간주했다.

연구 결과, 11개의 가문 중 2개는 징기스칸과 기오캉가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를 정리해 <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 최근호에 기고했다. 나머지 9개의 가문은 (중동에서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시작됐으며, 그 시기는 기원전 2100년에서 기원후 700년까지 다양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연구의 오차의 한계가 매우 크므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지만, "징기스칸과 기오캉가의 가문은 아시아의 역사와 잘 부합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 권력의 유산

 

기원전 2100~기원전 300년에 살았던 시조들은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권과 농경문화권에 모두 존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청동기시대의 아시아에서 계층적·전체주의적 사회가 출현했던 시기(: 바빌로니아)에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등 장시기가 늦은 편에 속하는 3명의 시조들은 중국 북동부 및 몽골리아의 유목민족과 관련되어 있었는데, 그중 2명은 징기스칸과 기오캉가이며, 나머지 한 명은 제3의 인물(기원후 850년경)이다.

3개 가문은 - 아마도 실크로드를 따라 - 모두 서쪽으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기원전 200~18세기에 일련의 전제왕조들이 등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시조가 사망한 뒤에도 가문이 길게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기원후 850년경의 인물 중에서 시조 후보를 몇 명 찾아냈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좀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문의 뿌리를 찾는 작업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많은 간접적 추론을 통해 여러 가문들의 시조를 찾아냈다. 언젠가 징기스칸의 무덤과 유적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타일러-스미스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4612&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2015-01-27

참고

1. Balaresque, P. et al. Eur. J. Hum. Genet. http://dx.doi.org/10.1038/ejhg.2014.285 (2015).

2. Zerjal, T. et al. Am. J. Hum. Genet. 72, 717721 (2003).

3. Xue, Y. et al. Am. J. Hum. Genet. 77, 11121116 (2005).

4.Moore, L. T., McEvoy, B., Cape, E., Simms, K. & Bradley, D. G. Am. J. Hum. Genet. 78, 334338 (2006).

http://www.nature.com/news/genghis-khan-s-genetic-legacy-has-competition-1.16767

http://news.bbc.co.uk/2/hi/asia-pacific/4396246.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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