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가상의 음식으로 체중을 줄인다 생명건강

diet-pill-comp.jpg »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는 기존 약물과 이번에 개발된 약물. 솔크연구소

 

이르면 2018년 이전 임상시험 가능할 듯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몸은 음식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몸 안으로 보낸다. 신호를 받은 몸은 몸 속으로 들어온 음식의 영양분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다. 그런데 이 공간을 만들려면 기존에 몸 안에서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야 한다. 쫓아내는 방법은 대사작용을 일으켜 지방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칼로리가 없는 물질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지방이 없어진 자리는 그대로 빈 공간으로 남고, 그 결과 체중이 줄어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의 과학자들이 이런 작용을 하는 화합물을 만들어냈다. 몸이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몸으로 하여금 지방을 태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펙사라민(fexaramine)이라고 이름붙인 이 물질을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비만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마우스의 체중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도 낮아지고, 염증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욕억제제나 카페인 기반의 다이어트약 등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약물과 달리 펙사라민은 피 속으로 녹아들어가지 않는다. 부작용이 덜한 소장 안에 남아 있다. 이에 고무된 연구진은 수년 안에, 이르면 2018년 이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vans-vial.jpg » 가상의 음식 역할을 하는 펙사라민을 들고 있는 로널드 에반스 박사. 솔크연구소

 

온몸에 퍼지지 않고 소장에만 작용해 부작용 적어

 

솔크연구소 유전자발현실험실 책임자이자 논문 선임저자인 로널드 에반스는 “이 물질은 가상의 음식과 같다”고 설명한다. 에반스팀이 이런 약물을 개발하게 된 것은 거의 20년에 걸쳐 파렌소이드엑스수용체(farensoid X receptor·FXR)라는 단백질을 연구해 온 덕분이다. 이 단백질은 간에서 담즙을 분비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지방과 당을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식사를 시작할 때 이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음식이 곧 몸 속으로 밀어닥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단백질은 소화를 위한 담즙 분비를 촉진할 뿐 아니라 혈당수치를 조절하고, 음식을 맞아들이기 위해 몸이 지방을 태우도록 유도한다.

비만, 당뇨, 간 질환 및 다른 대사 질환 치료제를 개발해온 제약회사들은 이 FXR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약물 개발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약물들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많은 부작용을 유발했다. 에반스 연구팀은 소장, 간, 신장, 부신에서 한꺼번에 FXR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장에서만 활성화시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단백질이 처음으로 도착하는 곳이 소장이기 때문이다.
논문 공저자인 마이클 다운스는 “펙사라민을 경구로 투여하자 위장관에서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약물이 소장까지만 전달되고 혈액을 통해 온몸에 퍼지지 않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체중 감소 효과를 높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비만 마우스에게 펙사라민을 5주간 매일 투여한 결과 체증 증가가 중단되고, 지방,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하락하는 것을 확인했다. 덧붙여 마우스의 체온이 오르는 것도 확인했다. 체온 상승은 생명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몸속 지방이 연소되고 있음을 가리키는 징표이다. 소장 안에서만 활성화하는 펙사라민은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됐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youtu.be/QNYkD7lgkXU

 

온몸의 FXR을 한꺼번에 활성화시키는 기존 약물보다 소장에서만 작용하는 펙사라민이 왜 더 효과적일까? 에반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은 릴레이 경주와 같다. 만일 주자들을 동시에 뛰게 하면 바톤을 넘겨주거나 넘겨받을 수 없다. 첫 번째 주자에게 달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다른 주자들도 차례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바로 그 방법을 알아냈다.”
비만 인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골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한 국제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전 세계 72억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21억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이는 약 10억명으로 추정되는 흡연 인구의 2배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비만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세계 전체 인구의 41%, 세계 성인 인구의 약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만은 당뇨 외에도 심장 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맥킨지는 비만을 전쟁, 흡연과 함께 세계 3대 걱정거리로 꼽기도 했다(http://plug.hani.co.kr/futures/2036277).
펙사라민은 혈류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FXR 작용 약물들보다 사람들에게 안전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한다. 그래서 임상시험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작용이 덜한 펙사라민이라도 음식 섭취 및 생활습관의 변화가 수반돼야 이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실렸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4295&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1-08    
Journal Reference: Sungsoon Fang, Jae Myoung Suh, Shannon M Reilly, Elizabeth Yu, Olivia Osborn, Denise Lackey, Eiji Yoshihara, Alessia Perino, Sandra Jacinto, Yelizaveta Lukasheva, Annette R Atkins, Alexander Khvat, Bernd Schnabl, Ruth T Yu, David A Brenner, Sally Coulter, Christopher Liddle, Kristina Schoonjans, Jerrold M Olefsky, Alan R Saltiel, Michael Downes, Ronald M Evans. Intestinal FXR agonism promotes adipose tissue browning and reduces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Nature Medicine, 2015; DOI: 10.1038/nm.3760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1/150105112734.htm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5/01/8.htm
http://www.salk.edu/news/pressrelease_details.php?press_id=2068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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