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외국어를 쓰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사회경제

sn-bilingualH.jpg » 골목을 걸어가는 여성. 독일어 사용자는 이 여성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했다. 반면 영어 사용자는 이 여성이 그냥 골목을 걸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SCIENCEMAG.COM

 

독일어 사용자와 영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

 

독일어 사용자와 영어 사용자는 동일한 현상을 서술하더라도 초점이 달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예컨대 한 여성이 여행을 하고 있다면, 독일어 사용자는 그녀의 행선지에 중점을 두고 서술하는 데 반해, 영어 사용자는 그녀의 여행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두 언어를 다 사용하는 사람은 두 가지 세계관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1940년대 이후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형성하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 왔다. 최근 수십 년간 점점 더 많은 연구들이 `언어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특정한 면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모국어가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재연되었다.
예컨대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영어 사용자들보다 푸른색을 더 잘 구분한다고 한다(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876524/). 또한 일본어 사용자들은 형태보다는 물질을 기준으로 하여 사물을 분류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어 사용자들은 사물의 상호조화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001002779190033Z).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그런 연구결과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고작해야 (언어와 무관한)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영국 랭카스터대의 파노스 아타나소풀로스 교수(심리언어학) 연구진은 이중언어 사용자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우리는 고전적 논쟁을 반대편에서 접근했다. 즉, `상이한 언어사용자들이 상이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보다 `이중언어 사용자에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고 그는 말했다.

독일어 사용자는 행선지에, 영어 사용자는 행동 그 자체에 관심 표명

 

아타나소풀로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어와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에 관심을 가졌다. 연구진에 의하면, 영어의 경우 행동을 시간에 귀속시키는 문법도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나는 배를 타고 버뮤다로 가던 도중에 엘비스를 봤다(I was sailing to Bermuda and I saw Elvis)”와 ”나는 배를 타고 버뮤다로 가서 엘비스를 봤다(I sailed to Bermuda and I saw Elvis)“는 뜻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어에는 이런 문법도구가 없다 보니, 독일어 사용자는 사건의 시작, 경과, 결말을 명시하는 데 반해, 영어 사용자는 결말을 생략하고 사람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동일한 사건을 보고서도, 독일어 사용자들은 `한 남자가 집을 떠나 가게로 걸어간다`고 말하는 데 반해, 영어 사용자들은 그냥 `한 남자가 걸어간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타나소풀로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어와 독일어 사용자를 각각 15명씩 모집하여,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거나, 운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들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참가자들에게 각 장면의 결말이 담긴 장면을 보여주면서, 한 가지를 골라 보라고 했다. 예컨대 한 여성이 길을 걷는 동영상을 보여줬다면, 「행선지가 있는 행동(어느 건물에 들어감)」과 「행선지가 없는 행동(그냥 거리를 배회함)」이 담긴 장면을 보여주면서,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를 추측해 보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독일어 사용자들은 40%가 「행선지가 있는 행동」을 선택한 데 비해, 영어 사용자들은 25%가 「행선지가 있는 행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어 사용자들은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영어 사용자들은 행동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언어자는 사용하는 언어따라 관점도 달라져

 

그렇다면 이중언어 사용자들은 어떨까? 연구진은 영어와 독일어에 모두 능통한 사람 30명을 모집하여 동일한 시험을 해 봤다. 연구진이 언어간섭(verbal interference) 기법을 이용하여 한 가지 언어를 차단한 결과, 영어가 차단될 경우 참가자들은 전형적인 독일어 사용자처럼 「행선지가 있는 행동」을 선택했으며, 독일어가 차단될 경우 참가자들은 전형적인 영어 사용자처럼 「행선지가 없는 행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중언어 사용자들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그때그때 관점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연구결과는 ”제2의 언어가 인간의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이번 달 《Psychological Science》에 기고했다. ”하나의 외국어를 배울 경우, 당신은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스테레오로 들으면 더욱 풍부한 음량을 느낄 수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지과학 연구의 커다란 성과다. `이중언어 사용자가 두 가지 관점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라고 에모리 대학교의 필립 울프 교수(인지과학)는 논평했다.
그러나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에 의심을 품고 있다. ”실험실에 조성된 인위적 환경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 일상생활에서보다 더 - 언어에 의존한 것 같다“고 리하이대의 바버라 몰트 교수(인지심리학)는 논평했다. ”나는 영어 사용자이지만, 실생활에서 행동 자체는 물론 그 결말에도 관심을 가진다.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갖기 위해 이중언어 사용자가 될 필요는 없다. 언어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는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395&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3-19 
※ 원문정보: Athanasopoulos P et al., ”Two Languages, Two Minds: Flexible Cognitive Processing Driven by Language of Operation“, Psychol Sci. 2015 Mar 6. pii: 0956797614567509.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5/03/speaking-second-language-may-change-how-you-see-world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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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