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로프 없는 엘리베이터, 도시건축의 혁명? 사회경제

multi.jpg » 멀티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에 수평이동이라는 이동공간을 추가했다. 사진에서 노란색 줄이 엘리베이터 통로이다. 티센크루프 제공.

 

초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기술 '엘리베이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초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한 기술은 무엇일까? 구조역학을 토대로 한 다양한 첨단 건축 기술들이 동원됐겠지만, 결정적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아무리 높은 층을 쌓더라도 그 건물은 무용지물이다. 오늘날의 도시 생활은 엘리베이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운송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엘리베이터이다. 적어도 하루에 10억명 이상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72시간마다 전 세계 인구를 실어나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1854년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엘리샤 오티스(Elisha Otis)가 뉴욕 박람회장에서 현대적 엘리베이터를 세상에 공개한 지 올해로 꼭 160년이 됐다. 엘리베이터 발명은 고층빌딩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도시 건축에 혁명을 불러온 사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하늘을 긁어대는 이 마천루(skyscrapers. 摩天樓)는 속속 도시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현대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160년 동안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오티스가 발명한 엘리베이터 기술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오티스가 발명한 당시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이런 엘리베이터 방식은 앞으로도 유용할까? 현재 세계의 도시화율은 약 50%.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 인구전망 보고서들은 2050년 무렵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갈수록 도시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을 어찌 다 수용할 것인가? 이는 건축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maglevelevator.jpg » 멀티 엘리베이터는 도시건축 디자인에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로프 없이 움직이고, 옆으로도 움직이고, 여러대가 동시에 움직인다

 

 유럽 최대 철강그룹인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최근 하나의 대안을 내놨다. 지금과 전혀 다른 방식의 엘리베이터로 건물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멀티(MULTI)라는 이름이 붙은 이 새로운 엘리베이터에는 로프가 달려 있지 않다.  자기부상 열차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리니어 모터’를 이용해 승강기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로프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승강기는 위, 아래는 물론 옆으로도 이동이 가능해 건물 내 이동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엘리베이터의 활동공간이 1차원에서 2차원으로 격상된 셈이다. 이제 엘리베이터에 ‘승강기’  대신 다른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다. 한 외신은 이를 두고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윌리 웡카 스타일의 엘리베이터를 보는 듯하다고 전했다. 윌리 웡카의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로프 없이 설탕을 동력으로 삼아 초콜릿 공장과 하늘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willy-wonka.jpg »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나오는 유리엘리베이터.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위키피디아.

 

수송능력은 50% 늘고, 대기 시간은 30초를 안 넘어 

 

티센크루프에 따르면, ‘멀티’ 엘리베이터는 이동이 쉽도록 소재를 가볍고 튼튼한 탄소복합 소재로 바꿔 엘리베이터 하중을 50%나 줄였다. 이로써 승강기별로 하나의 모터만으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티센크루프는 새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엘리베이터의 수송 능력은 50% 늘어나고,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공간은 50%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라 이용 가능한 빌딩의 공간도 최대 25% 늘어난다.  필요 공간이 줄어들므로 건축비가 절감되고, 활용 공간이 늘어나므로 임대료 수입이 늘어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 시스템이 이런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은 지금과 같은 고-스톱 방식이 아니라 파터노스터(Paternoster) 같은 순환 방식에 기반해 엘리베이터를 작동하기 때문이다. 파터노스터는 놀이공원의 관람차나 스키장의 리프트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가리킨다. 버튼을 누르는 대신,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이 서 있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바로 탑승하고 원하는 층에 도착하면 내리는 방식이다. 1884년에 선보인 기술인데, 독일에서는 지금도 시청, 도서관 같은 공공건물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멀티 엘리베이터는 이 순환 시스템에 따라 하나의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여러 대의 승강기가 동시에 움직인다. 각각의 승강기는 초속 5미터의 속도로 움직이고, 50m마다 환승구가 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15~30초 정도면 엘리베티어를 탈 수 있다고 티센크루프는 설명한다.
 

 

 2016년 처음 적용…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상상력 제공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부문 CEO인 안드레아스 시렌베크(Andreas Schierenbeck)은 보도자료를 통해 “매년 뉴욕시 직장인들이 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면 무려 16.6년,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내는 시간울 합치면 5.9년이나 된다. 이 수치는 도시에서 엘리베이터의 효율성 제고가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티센크루프는 일단 높이가 300미터 이상인 빌딩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것을 권한다. 물론 이 시스템이 특별히 빌딩 높이에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동인구가 작은 빌딩에서는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질 뿐이다. 티센크루프는 2016년 완공되는 독일 로트바일의 240m 높이 빌딩에 이 멀티 시스템을 처음 적용한다고 밝혔다.
  티센크루프의 ‘멀티’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앞으로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건물 디자인에 대한 도전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수직으로, 한 통로에 한 대만 움직이는 기존 엘리베이터가 주는 공간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축가들에게 이제까지 공간 활용의 제약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건물 디자인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새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어떤 건축 미학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르키메데스가 시작한 엘리베이터의 역사

 

76427_elevator_lg.gif »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제작한 도르래 원리의 엘리베이터. 고대 로마의 건축가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가 저서 <건축서>에서 소개한 것이다. http://etc.usf.edu/clipart/76400/76427/76427_elevator.htm

 

사실 엘리베이터는 고대부터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기원은 B.C. 236년경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개발한 도르래로 알려져 있다. 도르래는 애초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데 사용되다가 점차 사람이나 화물을 수직으로 운반하는 엘리베이터로 발전했다. 로마에서는 콜로세움 경기장 안에 검투사나 동물들을 들여보낼 때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의 동력원은 오랜 기간 노예나 동물, 수력을 이용하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증기기관을 거쳐 전기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로 실용화하지 못했다. 줄이 끊어지면 곧바로 추락해 대형 사고가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 해묵은 숙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미국 버몬트 출신의 발명가 엘리샤 오티스(1811~1861)였다. 오티스가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40살이던 1851년 제재소를 침대 프레임 제조공장으로 개조하는 일을 맡았을 때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쉽고 안전하게 공장 3층으로 설비를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작동되는 엘리베이터를 고안해냈다. 운행중 줄이 끊어지면 안전장치가 튀어나와 엘리베이터 양 옆의 가이드레일에 있는 톱니에 걸리게 함으로써 추락을 방지한 것이다. 오늘날 초고층 빌딩을 가능하게 해준 기술이 탄생한 순간이다.

 

Elisha_OTIS_1853.jpg » 1854년 뉴욕 세계박람회장에서 오티스가 엘리베이터 줄을 끊으며 엘리베이터의 안전성을 시연해보이고 있는 장면.위키피디아.

 

그는 2년 뒤인 185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엘리베이터를 직접 들고 나가 직접 시연을 해보였다. 박람회장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자신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탄 뒤 관람객들 앞에서 줄을 끊어도 엘리베이터가 추락하지 않고 그대로 정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관람객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 이 한 번의 시연으로 오티스의 엘리베이터는 단박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Haughwout_Building_from_west.jpg » 1857년 세계 최초의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뉴욕 브로드웨이의 하우워트 백화점 건물. 위키피디아.

 

오티스는 3년 뒤 뉴욕 브로드웨이의 도자기상점인 하우워트사의 5층 건물에 세계 최초의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엘리베이터 전문업체인 오티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1931년 뉴욕 맨해튼에 102층짜리 초대형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결정적 기술도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이 빌딩에는 67개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고 한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탄생은 도시의 인구 수용 한도를 급격히 높여 놓음으로써 오늘날 인구 1천만이 넘는 초거대 도시를 가능하게 했다.

 

 

출처
http://www.thyssenkrupp.com/en/presse/art_detail.html&eid=TKBase_1417074157421_1378444349
http://phys.org/news/2014-12-company-sideways-moving-elevators.html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4/12/2.htm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4006&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2-19    

http://thyssenkrupp-elevator.co.kr/kor/press_release-19036

 

유튜브 보기

http://youtu.be/KUa8M0H9J5o

윌리 웡카의 유리 엘리베이터
http://youtu.be/cMkmGb1W-9s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