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인간 후성유전체 첫 지도 작성 생명건강

sn-DNAroadmapH.jpg » 게놈은 염색체 안에 꽉 봉인되어 있다. 후성유전체는 이 봉인을 풀어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sciencemag.com

 

로드맵 프로젝트, 100여개 인간세포 화학태그 밝혀내

 

인간의 DNA에는 인체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시사항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임무를 적절히 수행할 때는 그런 지시사항 중 일부만이 필요하다. 상이한 세포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시사항을 선별할 수 있는 것은, DNA와 관련단백질(히스톤)에 부착된 태그(tag) 때문이다.

 미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3억달러 연구비에 힘입어, 로드맵 후성유전학 프로젝트(Roadmap Epigenomics Project, 이하 `로드맵 프로젝트`라 함)의 연구진은 100여개의 상이한 인체세포가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화학태그(chemecal tag)를 모조리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이러한 화학태그를 전문용어로 후성유전학적 변형(epigenetic modifications)이라고 부르는데, 이미 알츠하이머병, 암, 발생(development) 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로드맵 프로젝트`의 중간결과는 지난 8년 동안 수백 개의 문헌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2월 18일 <Nature>를 비롯한 20여개 저널에 최종결과가 공표되었다. 이로써 `로드맵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연구자들은 “향후 몇 년간 이번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유전자가 제어되는 방법`을 연구한 논문들이 대거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후성유전학의 로드맵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후성유전학은 매우 복잡하므로, 질병의 후성유전학적 기초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고 UC 데이비스의 재닌 라살 교수(후성유전학)는 논평했다.
 

 

후성유전체, DNA를 접거나 펼쳐 유전자 발현을 허용하거나 차단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과학자들은 이미 `DNA 염기서열(게놈) 너머에, 유전자의 기능을 제어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후성유전체(에피게놈)였다. 에피게놈에 붙은 접두사 에피(epi)는 of, upon, by, near를 의미한다. 따라서 에피게놈이란 `DNA 자체, 또는 히스톤(DNA를 포장하여 염색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연줄을 감는 얼레를 생각하면 된다)에 달라붙는 분자(화학태그)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학태그에는 메틸기와 아세틸기가 있는데, 이들은 DNA 염기서열을 변화시키지 않지만, DNA가 접히거나 펼쳐지게 함으로써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특정 조직(예: 간, 신경)의 세포가 특정 유전자만을 사용함으로써 일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후성유전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의 후성유전체를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세포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놈과는 달리, 에피게놈은 식사, 질병, 환경 등의 요인에 반응하여 변화하므로, 세포가(따라서 인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UCSD의 크리스토퍼 글래스 교수(유전체학)는 논평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후성유전체를 해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예전에 NIH가 후원한 ENCODE라는 프로젝트 덕분에, 메틸기 등의 표지가 부착된 염색체 부위를 표시함으로써 후성유전체를 찾아내는 기법이 개발되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는 세포주(cell lines: 배양접시 위에서 무한히 증식하는 불멸의 세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글래스 교수에 의하면, 세포주는 정상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로드맵 프로젝트`는 인체에서 직접 채취한 샘플(예: 심장, 간, 신장, 근육, 장, 피부, 지방, 태아의 조직 등)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되었다. 더욱이 일부 연구진은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 심지어 뉴런 등의 조직으로 분화하는 줄기세포까지도 분석했다.

후성유전체 중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건 약 5%

 

 111개의 조직 및 세포들의 후성유전체를 매핑하고 비교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모든 세포들의 유전체 중에서 `활성화된 부분`과 `불활성화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연구진은 특정 인핸서(enhancer: 유전자의 활성을 촉진하는 부분)들을 적시했는데, 이 인핸서들은 후성유전학 태그의 지배 하에서 상이한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발현되어야 하는지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브로드연구소의 매놀리스 켈리스 박사(컴퓨터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2월 18일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후성유전체 중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은 약 5%”라고 보고했다(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18/n7539/full/nature14248.html). 라살 교수에 의하면, 특정 세포에 고유한 인핸서가 특정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이 인핸서들 중에는 기존의 전유전체연관성연구(GWAS)들이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부분`으로 지적한 부분과 일치하는 것도 있다.
 켈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인핸서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모델 마우스의 뇌를 이용하여 후성유전체와 유전자발현 패턴을 분석한 다음, 최근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이용한 분석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마우스와 인간 공히, 신경계 활성에 관여하는 인핸서와 유전자의 활성이 감소한 데 반해,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인핸서의 활성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당초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네덜란드 랏바우트 대학교의 헹크 스튀넨베르흐 교수(후성유전학)는 말했다. “이는 후성유전학이 많은 복잡한 질병들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접근방법임을 시사한다”고 글래스 교수는 덧붙였다.
 루드비히 암연구소의 빙 렌 박사(분자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후성유전학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연구했다. DNA는 핵 속에 들어가기 위해 단단히 접혀 있으므로,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려면 특정 지점을 펼쳐야 한다. 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발생중인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DNA의 접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일부 지점의 접힘 패턴이 약간 변화한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인핸서가 DNA의 3D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18/n7539/full/nature14222.html).

향후 몇년 내 1000개 후성유전체 분석 예정

 

 공식적으로는 종료되었지만, `로드맵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수백 가지의 세포들이 - 다양한 환경과 시점에서 - 후성유전체 분석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 국제 컨소시엄은 향후 몇 년 동안 1,000개의 후성유전체를 분석할 예정이다. 게다가 이미 발표된 정보들을 취합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생성했지만, 많은 과학자들에게 가설검증이라는 숙제를 남겼다”고 글래스 교수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02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2-25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2/massive-project-maps-dna-tags-define-each-cells-id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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