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인간과 효모, 유전자 호환이 가능하다 생명건강

cerevisiae_under_DIC_microscopy.jpg » 효모의 현미경 사진. 위키미디어코먼스

 

10억년 전 갈라졌지만 지금도 유전적 유사성 많아

 

효모와 인간은 지난 10억 년 전 공통의 조상한테서 갈라진 후 각자 다른 경로로 진화해 왔지만, 두 그룹 간에는 아직도 유전적인 유사성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모습은 영 딴판이지만, 유전적으론 가까운 친척관계라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술과 빵을 만들 때 발효를 위해 사용되는 효모는 길이 3~4마이크로미터의 단세포 미생물로, 달걀 모양을 하고 있다. 도대체 인간과 효모는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과학자들은 400여개의 인간 유전자를 한 번에 하나씩 효모에게 삽입해 봤는데, 그중에서 무려 50% 이상이 제기능을 발휘하여 효모의 생존에 기여했다고 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인디애나대 매튜 한 교수(진화생물학)이는 10억 년 동안의 진화적 발산(evolutionary divergence)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유전자가 동일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_Beer_brewing_bubbles.jpg » 효모로 맥주를 발효시키고 있는 모습. 효모는 호흡을 할 때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맥주나 막걸리 발효시 거품이 뽀글뽀글 생기는 건 이 때문이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인간유전체의 3분의1이 효모 유전자와 상응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인간과 효모(빵과 맥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미생물)가 분자적 유사성(molecular similarities)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인간의 유전체는 효모의 유전자에 대응하는 유전자들(counterpart)1/3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효모와 인간의 상응하는 단백질들들의 아미노산 배열을 비교해 보면 평균 32%가 겹친다고 한다. 텍사스 오스틴대의 에드워드 마코트 교수(시스템 생물학)는 그 중에서도 특히 몇가지 유전자들을 언짢게 여겼다. 이유인즉, 효모는 단세포생물인 데다 혈액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척추동물이 신생혈관의 성장을 지휘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효모의 경우에는 이 유전자들이 혈관신생이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코트 교수는 "효모와 인간의 유전자들 중에서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Compressed_fresh_yeast_-_1.jpg » 생효모(프레쉬 이스트) 제품. 유통기한이 짧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인간 유전자 주입하니 효모 유전자 대체 역할

 

마코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간의 유전자가 효모의 세포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결정했다. 연구진은 효모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유전자(: 대사를 제어하는 유전자, 세포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유전자) 414개를 선별했다. 그리고는 그 유전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불활성화시키거나 제거한 다음, 그에 대응하는 인간 유전자들을 효모에 주입했다. 만약 특정 인간 유전자를 주입받은 효모들이 배양접시 위에서 생존한다면, 그 인간 유전자가 효모의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76개의 인간 유전자가 효모의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마코트 교수는 효모에게 주입된 인간의 유전자 중 약 절반이 호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유전체 안에 공통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Dry_yeast.jpg » 건조시킨 효모(드라이 이스트). 물에 풀어서 사용한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신약개발이나 질병 연구에 유용할 듯

 

다음으로, 연구진은 대체가능한 유전자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00가지 이상의 요인들(: 유전자의 길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의 풍부함)을 평가해 봤다. 평가 결과, DNA가 유사하다고 해서 인간의 유전자가 효모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 대신, 한 무리의 유전자들이 긴밀하게 함께 움직이는 경우, 그중 대부분이 대체가능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DNA 복제경로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모두 대체불가능 판정을 받은 반면, 콜레스테롤 생성경로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거의 모두 대체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Science> 521(온라인판)에 기고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효모를 연구에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연구할 때 주로 개별 유전자만을 효모세포에 주입해 왔다. 그러나 상호작용하는 유전자 그룹을 한꺼번에 효모에 이식하면 좀 더 인간과 유사한 효모(humanlike yeast)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모는 신약개발이나 질병(특정 분자회로가 고장나서 발병하는 질병)을 연구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6461&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2015-05-27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정보: Edward M. Marcotte, "Systematic humanization of yeast genes reveals conserved functions and genetic modularity, Science 22 May 2015: Vol. 348 no. 6237 pp. 921-925, DOI: 10.1126/science.aaa0769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5/yeast-can-live-human-g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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