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각질제거제의 불편한 진실 '미세 플라스틱' 지구환경

freund_img1_1442947219005.JPG » 각질제거제의 재료인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다을 오염시키고 있다. 미리안 제공

 

미 캘리포니아주, 각질제거제 규제법안 마련

 

여성들이 매끄러운 피부를 위해 곧잘 쓰는 게 각질제거제다. 요즘에는 남성들도 많이 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자연이 대신 고통을 받는다는 걸 아는가? 각질제거제의 재료가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이기 때문이다. 각질을 제거해주는 세안제를 사용한 뒤 씻어내게 되면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하수구를 통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치약을 비롯한 다른 퍼스널케어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퍼스널케어 제품의 환경 훼손에 주목해, 이 제품의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AB 888'이라는 이름의 이 법안은 “퍼스널케어 제품에 들어가는 지름 5밀리미터 미만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2020년 이후 금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캘리포니아주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퍼스널케어 제품의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전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하수처리장치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일단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또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진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도 역시 농작물에 살포돼 일부가 다시 강으로로 흘러들어간다.

 

f2.jpg »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과정. http://pubs.acs.org/

 

미국에서만 하루 8조개 알갱이가 바다로

 

UC 데이비스의 수질 전문가 첼시 로치먼 박사팀은 9월3일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의 경우 하루에 약 8조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수생동물 서식지(aquatic habitats)로 유입된다고 밝혔다. 이는 300개의 테니스장을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는 크기가 플랑크톤 정도만 해서 해양동물들에게 쉽게 먹힌다. 2014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새우, 요각류,  섬모충 등 다양한 동물성 플랑크톤들이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는다. 동물성 플랑크톤에 먹힌 플라스틱 알갱이는 연쇄적으로 더 큰 수생동물들에게 먹히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독성 화합물이 물고기 몸속에 쌓인다. 이는 최종적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 배출을 금지하는 법안은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은 아니다. 일리노이주에선 지난해 6월 규제법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7~8위)을 고려할 때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과거 캘리포니아주가 채택한 자동차연료 효율기준, 가구용 난연제 첨가 기준 등은 이후 다른 주들에도 수용됐다. 게다가 이번 법안은 생분해성 알갱이(biodegradable bead) 같은 예외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규제 내용이 강력하다.

<네이처>는 그러나 이번 법안의 유예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한다. 2020년까지는 아직도 5년이나 남았다. 그 사이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흘러들어갈 것인가? 그 때까지는  소비자 스스로 매끄러운 피부와 깨끗한 바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겠다.

 

f3.jpg »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들. oregonstate.edu/

 

매끄러운 피부냐, 깨끗한 바다냐

 

그런 선택에 도움을 주는 앱도 있다. 플라스틱 수프 재단(네덜란드의 NGO)과 북해재단이 벌이는  '미세플라스틱 철폐' 캠페인(한국어판 주소는 http://www.beatthemicrobead.org/ko/)을 통해 개발된 이 앱은 시판되는 페이스 스크럽이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려준다. 'plastics!'라는 이름의 이 앱은 한국어 버전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플라스틱 알갱이 퇴치에 나섰다. 미 일리노이주에서 규제법이 만들어진 이후 몇몇 화장품업체들은 미세플라스틱 대체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유니레버는 모든 스크럽과 세정제에서 미세클라스틱을 제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플라스틱병 같은 제품들도 시간이 지나면 플라스틱 알갱이로 분해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좀 더 큰 플라스틱 조각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달에는 약 90%의 바닷새들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새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해 먹는다는 것.

미세플라스틱 배출 규제법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관건은 법이 아닌 실행력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8099&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9-24 

http://www.nature.com/news/in-the-name-of-beauty-1.18398
http://pubs.acs.org/doi/pdfplus/10.1021/acs.est.5b03909 

http://oregonstate.edu/ua/ncs/archives/2015/sep/ban-microbeads-offers-best-chance-protect-oceans-aquatic-species

플라스틱 수프 재단 웹사이트

http://www.plasticsoupfoundation.org/en/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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