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제임스웹, 외계행성의 빛을 포착하다 우주항공

40광년 거리 트라피스트-1 행성계 관측
행성이 방출하는 차가운 자외선빛 측정
표면 온도 추정해 대기 존재 여부 확인
트라피스트-1 항성과 트라피스트-1b 행성 상상도. 지구보다 조금 더 큰 1b는 이 행성계의 7개 행성 중 별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태양∼지구 거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궤도를 1.51일 주기로 돈다. 나사 제공
트라피스트-1 항성과 트라피스트-1b 행성 상상도. 지구보다 조금 더 큰 1b는 이 행성계의 7개 행성 중 별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태양∼지구 거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궤도를 1.51일 주기로 돈다. 나사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사상 처음으로 암석형 외계행성이 방출하는 빛을 측정함으로써 천체 관측에서 또 하나의 지평을 열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에임스연구센터의 토머스 그린 박사(천체물리학)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은 제임스웹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40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트라피스트-1(TRAPPIST-1)을 공전하는 암석형 외계 행성 ‘트라피스트-1b’에서 방출되는 빛을 잡아내 표면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행성의 표면 온도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잣대다.

이 행성은 별과의 거리가 워낙 가까워, 지구의 달처럼 한 쪽 면이 별에 고정된 채로 별을 돌고 있다. 연구진이 제임스웹의 중적외선기기(미리)로 측정한 결과, 별을 향한 쪽의 이 행성 표면온도는 섭씨 230도였다. 연구진은 이는 이 행성에 대기가 없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기가 있었다면 열이 분산돼 이보다 100도는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행성의 온도는 행성이 생명체를 보듬는 데 필요한 대기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대기가 있으면 대류 현상으로 열이 분산되지만, 대기가 없이 직접 별에서 방출되는 빛을 받으면 온도가 크게 치솟는다.

나사는 “우리 태양계의 암석 행성만큼 작고 온도가 낮은 외계 행성에서 어떤 형태로든 방출되는 빛을 처음으로 감지했다”고 이번 관측에 의미를 부여했다.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인 트라피스트-1b가 별 뒤로 이동할 때의 별 밝기 변화를 보여주는 광도곡선.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인 트라피스트-1b가 별 뒤로 이동할 때의 별 밝기 변화를 보여주는 광도곡선.

태양보다 작은 별, 생명체 탐색의 주무대

질량이 태양의 9%에 불과한 초저온 적색왜성(M형 왜성) 트라피스트-1이 거느리고 있는 이 행성계는 7개의 암석 행성으로 이뤄져 있다. M형 왜성은 태양 크기의 0.08~0.6배로 우리 은하에서 가장 많은 유형의 별이다. 태양 크기의 별보다 10배나 많고, 암석형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가능성도 2배나 높은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게 M형 왜성이다.

트라피스트-1을 도는 행성들은 발견 당시 크기와 질량이 지구의 0.4~1.4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천문학자들을 흥분시켰다. 행성들의 별과의 거리는 모두 태양~수성 거리보다 가깝다. 하지만 별이 작기 때문에 별에서 받는 에너지는 태양계 행성과 비슷하다. 

번에 온도 측정에 성공한 트라피스트-1b는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으로 크기는 지구의 1.4배이고 별과의 거리는 태양~지구의 100분의 1, 별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약 4배다.

20230329500953.jpg

중적외선기기, 3700분의 1 변화도 잡아내

이전 관측에서도 이 행성에는 대기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확실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제임스웹의 강력한 중적외선기기를 이용해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은 ‘2차 일식 광도 측정’(secondary eclipse photometry)이라는 기술이다. 이는 행성이 별 뒤로 이동할 때 별의 밝기가 얼마만큼 변화하는지를 계산해 온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트라피스트-1b는 자체 가시광선을 방출할 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적외선은 발산한다. 연구진은 별과 행성을 합친 밝기에서 별 자체의 밝기를 빼서 행성이 얼마나 많은 적외선을 방출하는지 계산했다. 별은 행성보다 1000배가 넘게 밝기 때문에 행성의 이동에 따른 밝기 변화는 0.1%가 채 안된다. 제임스웹의 중적외선기기는 0.027%(3700분의 1)의 극히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해냈다. 연구진은 불과 몇분 내에 끝나버리는 그 시간을 놓치지 않고 다섯차례나 잡아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온도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열을 순환시킬 대기가 없는 암석으로 만들어진 천체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으며 이산화탄소에 의해 빛이 흡수되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라피스트-1 행성계의 7개 행성은 모두 별과의 거리가 태양~수성 거리보다 가깝다. 이 가운데 3개 행성(e, f, g)은 액체 상태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주가능 구역에 있다. 나사 제공
트라피스트-1 행성계의 7개 행성은 모두 별과의 거리가 태양~수성 거리보다 가깝다. 이 가운데 3개 행성(e, f, g)은 액체 상태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주가능 구역에 있다. 나사 제공

거주가능 구역 행성에 큰 기대

연구진은 현재 트라피스트-1b에 대한 2차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낮과 밤의 온도 차이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트라피스트-1 행성계에는 이것 말고도 행성이 6개 더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제임스웹 중적외선기기의 관측 능력을 확실하게 확인한 만큼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행성계의 중앙에 있는 3개 행성(트라피스트-1e, 1f, 1g)의 표면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 행성들에 대한 추후 관측 결과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