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엄마의 스트레스, 남자아기를 유산시킨다 생명건강

sn-culledmales.jpg » 18세기 핀란드 교회에서 수집한 가족에 관한 기록들은 왜 시기별로 성비가 달라지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sciencemag.org/  

 

일단 태어나면 생존율 높아

 

 어려운 시기에는 남자아기보다 여자아기가 더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초과하는 일은 없는데,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제 그 이유가 밝혀졌다. 핀란드의 교회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태어난 남자이기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남자아기들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이는 여성이 특정 남자아기들을 유산시키는 성향을 진화시킨 이유를 설명해 주며, 유산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아기는 여자아기보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극심한 추위, 지진, 자연재해, 심지어 9/11과 같은 인재는 이런 가능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예컨대 9/11이 발생한 후 몇 개월 동안 미국에서 출생한 아기들의 성비는 전형적 비율인 105:100 밑으로 대폭 하락했었다고 한다.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여성은 자발적으로 연약한 남자 태아를 유산시킴으로써 새로운 임신의 여지를 남기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여성들은 어려운 시기에 남성보다 생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자아기를 유산시킨다는 것은 진화적으로 그다지 의미가 없다.) “아기를 양육하는 데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므로, 엄마의 몸이 `어떤 태아를 낳아 양육하고 어떤 태아를 아예 유산시켜 양육의 부담을 줄일 것인지`를 선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그건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고 UC버클리의 론 리 박사(경제 인구통계학)는 말했다.
 만약 엄마에게 이러한 선택능력이 있다면, 어려운 시기에는 건강한 아들이 태어나게 된다. 실제로 2006년 UC버클리의 인구보건 연구자인 랠프 카탈라노와 팀 브루크너는 Human Mortality Database(http://www.mortality.org)의 데이터에서 그러한 경향을 발견한 바 있다. 즉,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남자아기들은 유아기를 무사히 넘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루크너는 이러한 통계수치를 넘어서서,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남자아기들이 그렇지 않은 남자아기들에 비해 건강하며, 더 많은 자녀를 낳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한 결론이 나와야만, `선택적 유산`이 진화적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브루크너는 영국 셰필드대의 버리 루마 교수(생물학)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루마 교수는 핀란드 교회의 기록을 전산화했는데, 이 기록에는 핀란드인들의 가족사와 자녀의 탄생 및 성장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18세기 핀란드 교회의 기록을 열람하여 1790~1870년에 태어난 신생아들의 성비를 조사하는 한편, 얼마나 많은 남자아기들이 유아기를 무사히 넘기고, 그들이 나중에 성년이 되어 낳은 자녀들 중 유아기를 무사히 넘긴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80년 동안 남자아기의 출생비율이 낮았던 해는 16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세기의 한 해에는 신생아의 성비가 79:100으로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태어난 남자아기들은 다른 해(신생아의 성비가 정상비율에 가까운 해)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유아기를 넘기는 비율이 12% 높았다. 나아가 유아기를 넘긴 남자아기들은 다른 해에 태어난 남아아기들에 비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자손을 8.7% 더 낳았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지난주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기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남자아기는 여자아기보다 유산에 취약하며, 유산된 남자아기는 연약한 아기다`라는 생각을 확인했다”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윌리엄 제임스 박사(심리학)는 말했다. 제임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핀란드의 임신부들이 어려운 시기에 겪었던 스트레스(예: 굶주림)가 뭐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임신기의 주변환경이 평생 동안 남자아기의 질(質)을 형성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5~6년 먼저 사망한다. 우리는 남녀의 수명에 불균형이 존재하는 이유와, 수명의 변동성에 기여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궁 속에서 연약한 남자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다”라고 브루크너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이번 연구는 -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 부모들이 자녀의 성(性)을 통제할 수 없었던 산업화 이전의 시기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생물학과 환경적 스트레스 간의 기본적 상호작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유타 대학교의 켄 로버트 스미스 교수(생물인구통계학)는 말했다. “단, 여자아기의 생존율까지 함께 분석했다면,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남자아기가 정말로 건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형제의 생존율을 비교평가했다면 결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미스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리 박사는 “태아가 유산됨으로써 형제의 양육이나 엄마의 건강이 향상됐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인생 초기에 작용하는 기본적 힘이 평생 동안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3910&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2-17    
※ 원문정보: Tim A. Bruckner, Samuli Helle, Elisabeth Bolund, Virpi Lummaa, “Culled males, infant mortality and reproductive success in a pre-industrial Finnish popula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14.0835. Published 10 December 2014.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12/why-women-s-bodies-abort-males-during-tough-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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