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생] 목재위성은 우주쓰레기의 해법이 될까 세상을 바꾸는 생각
2021.01.04 21:18 곽노필 Edit

세계 각 나라와 기업이 쏘아올리는 인공위성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우주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 해만 해도 900기가 넘는 위성이 우주로 발사됐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 한 곳이 쏘아올린 것만 해도 840여개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Euroconsult)에 따면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약 1000개의 위성이 발사될 전망이다.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한 위성은 지구 대기로 진입하면서 대부분 불에 타 없어지지만 일부는 우주공간에 남아 있다. 세계경제포럼 등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약 6천개의 위성이 있으며 이 가운데 40%는 임무가 다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다. 지름 1cm 이상의 우주쓰레기 약 90만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게로 따지면 약 8천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시속 3만km가 넘는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며 다른 위성이나 우주선을 위협한다. 실제로 2006년엔 작은 우주쓰레기 조각이 국제우주정거장과 충돌해 창문에 박힌 적이 있다. 2009년엔 러시아의 폐기 위성이 이리듐 통신위성과 충돌하기도 했다. 일부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기 중에 오염 물질을 남기거나 다 타지 않고 지상에 추락할 수도 있다.
현재 우주쓰레기 해소법으로 추진중인 것은 작살이나 그물을 쏘거나 로봇팔로 쓰레기를 수거한 뒤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유럽우주국은 2025년 우주쓰레기 수거 위성 클리어런스 1호를 처음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수거 대상은 2013년에 발사한 베스파 위성의 잔해다. 로봇팔로 이 위성을 잡아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돈이 많이 들어 비용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다. 아예 우주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위성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일본의 목재업체 스미토모임업(린교)과 교토대가 2023년까지 세계 최초의 목재위성(LignoSat) 만들어 발사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리그노(Ligno)는 나무, 샛(Sat)은 인공위성을 뜻한다. 이들은 이를 위해 최근 `우주에서의 나무 생육과 목재 이용에 관한 기초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우주목재 프로젝트'(LignoStella Project)라고 명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인공위성에는 높은 온도와 방사선에 견딜 수 있도록 알루미늄, 고강력 케블라섬유, 알루미늄합금 등이 소재로 쓰인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로 인해 위성들은 임무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궤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우주에 견딜 수 있는 강점이 오히려 우주쓰레기를 더 만들어내는 셈이다.
게다가 인공위성에 사용된 알루미늄은 지구로 돌아올 때 작은 입자들로 분해돼 수년간 대기 상층부를 떠돌다니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위성을 나무로 만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위성을 나무로 만들면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해 지구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할 때 도중에 모두 타버리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임업은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목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재 기술의 발달로 강도와 내구성에서 일반 콘크리트나 금속 못잖거나 오히려 뛰어난 목재들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미 이런 기술을 이용한 높이 수십미터의 고층 목조빌딩이 지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어떤 물리적, 화학적 과정을 더해 우주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목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2019년 미국의 한 연구진은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알루미늄보다 강한 목재를 만든 바 있다. 스미토모임업이 적합한 목재를 찾으면 그 다음에는 교토대 연구진이 이를 재료로 목재 위성의 엔지니어링 모델과 비행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목재위성의 또다른 장점은 전자파와 지자기가 투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테나와 자세 제어 장치를 위성 바깥이 아닌 내부에 둬도 된다는 걸 뜻한다. 위성 구조가 그만큼 단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