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암 원인은 숙주와 세균 궁합 안맞기 때문 생명건강

WEB_1_14501_42-31108440.jpg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이미지. nature,com  

 

미 연구진, 남미 콜롬비아 주민 대상 연구 결과

16세기 유럽이주민 정착지역 위암 발병률 높아

조상에서 받은 헬리코박터와의 부조화 때문인듯

 

위암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균의 궁합이 안 맞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있는 콜롬비아의 투케레스는 세계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인구 10만명당 150명꼴로 위암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곳에서 200km 떨어져 있는 해안도시 투마코의 위암 발병률은 10만명당 6명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25배(150/6)라는 차이는 부분적으로 인간과 미생물 간의 진화적 부조화(evolutionary mismatch)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위암의 주요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 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무해하지만 종종 종양을 초래한다. 이 균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로 줄곧 인간을 감염시켜 왔으며,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의 경우, 유럽 이주민들이 도착함과 더불어 이런 공동진화의 역사가 붕괴되고 말았다. 즉, 어떤 사람들은 조상들이 보유했던 것과 다른 종류의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의 펠라요 코레아와 스콧 윌리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인간 사이의 부조화가 양성 감염을 악성 감염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의대의 마틴 블레이저 박사(미생물학)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많은 사람들이 H. pylori를 보유하고 있지만, 위암에 걸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위암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일까, 아니면 숙주일까? 이번 논문은 숙주와 세균 간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는 위암 연구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진보다.”  
 

유럽산 헬리코박터가 토종 헬리코박터 몰아내

 

연구진은 먼저 대서양 연안의 투마코를 찾아가, 주민의 대다수(58%)와 그들이 보유한 헬리코박터균이 아프리카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투마코 주민들의 상당수는 해방되거나 도망친 노예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산지대인 투케레스의 주민들은 67%가 아메리카 원주민, 31%가 유럽인의 뿌리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투케레스 주민들이 보유한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유럽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럽의 정복자들(16세기에 멕시코나 페루를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이 들여온 헬리코박터균이 토종 헬리코박터균을 밀어내고, 투케레스 주민들의 위장 속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 분석 결과, 헬리코박터균은 자신의 기원과 숙주의 기원이 다를 경우, 암성 병변(cancerous lesions)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유래하는 헬리코박터는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위장 속에서는 말썽을 부리지 않고 얌전하게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들에게는 종양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출신지역이 다른 숙주와 헬리코박터균은 궁합을 맞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의 바버라 슈나이더 박사는 말했다.
 지금까지 위암 연구자들은 cagA라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cagA는 헬리코박터균의 병독성(virulence)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의하면 놀랍게도, ‘숙주-헬리코박터균’의 부조화가 위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cagA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에 의하면, 투마코와 투케레스 주민들 간에 나타나는 위암 유병률의 차이는 이 요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확인된 숙주와 세균 간의 관련성은 명확해 보인다”고 영국 워윅대의 마크 악트먼 교수는 논평했다. “그러나 식생활, 해발고도 등 다른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배제하려면, 남아메리카의 다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결과가 재현되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론이 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위암 유병률은 남성의 경우 10만명당 42명, 여성의 경우 10만명당 18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경우엔 헬리코박터 보균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위암 발병률은 매우 낮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4141&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1-15     
원문 
http://www.nature.com/news/human-microbe-mismatch-boosts-risk-of-stomach-cancer-1.14501
※ 원문정보: Kodaman, N. et al., “Human and Helicobacter pylori coevolution shapes the risk of gastric disease”, Proc. Natl Acad. Sci. USA http://dx.doi.org/10.1073/pnas.13180931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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