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뱀이 영장류의 뇌를 진화시켰다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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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전 등장한 뱀, 포유류 포식자로

6천만년 전부터 치명적 독뱀 등장

뱀 위헙 맞서 커다란 시각중추 발달

 

뱀이 없었다면, 영장류의 뇌는 지금처럼 진화할 수 있었을까?
뱀을 보고 소스라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느다란 눈,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뱀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원초적 충격을 일으킨다. 그런데 원숭이의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영장류는 뱀의 위협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뱀이 없었다면 영장류는 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논란 많은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영장류 조상들에게 뱀과 맞닥뜨린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뱀은 지금으로부터 약 1억년 전, 곤드와나 초대륙의 숲 속을 미끄러지듯 누비고 다니며, 쥐 만한 크기의 포유류(현대 영장류의 조상)를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로부터 4000만년 후 독을 가진 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전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긴박한 위협이 되었다.
“초기 포유류에게 뱀은 제일 먼저 나타난 가장 지속적인 포식자였다. 뱀의 위협은 매우 심각해서, 영장류의 등장과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뱀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징은 진화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인간은 앞을 바라보는 눈(forward-facing eyes)과 커다란 시각중추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주변의 특이한 물체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구조로, 예컨대 뱀과 같은 동물이 나뭇잎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UC데이비스의 린네 이스벨 박사(행동생태학)는 말했다.

`뱀 탐지 이론' 그럴 듯한 가설, 그러나 증거가 없었다

 

이스벨 박사는 2006년 ‘뱀 탐지 이론’(Snake Detection Theory)을 발표한 이래, 뱀이 영장류의 등장과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그는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독사를 만나지 않았던 희귀 영장류를 사례로 들었다. 이 영장류는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여우원숭이(lemurs)다. 이 원숭이는 뱀 주변에서 진화해 온 다른 영장류에 비해 시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뱀 탐지 이론’을 외면해 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아르네 외만 박사(심리학)는 “뱀 탐지 이론은 매우 대담한 이론이지만 그 이론을 입증할 신경생물학적 증거는 거의 제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년 전, 일본 도야마대와 브라질 브라질리아대의 신경과학자들이 이스벨 박사와 함께 새 연구팀을 꾸리고, 뱀 탐지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10월28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은 그 연구 결과다.

뱀 본 적 없는 원숭이로 `시상베개' 반응 실험

 

연구진은 “뱀의 이미지가 영장류의 시상베개(pulvinar)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해명했다“고 발표했다. 시상베개는 시상(thalamus)의 뒤쪽에 존재하는 신경다발로, 시상베개의 뉴런은 눈을 이용해 주의력을 통제하고 가능한 위협을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영장류는 다른 동물보다 큰 시상베개를 갖고 있다.
이스벨 박사 가설에 따르면, 뱀과 다투는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 땅굴을 파는 동물들이어서, (하루 종일 나무 위에서 지내는) 초기 영장류만큼 시력에 대한 의존성이 높지는 않았다. 따라서 일부 포유류는 뱀독에 대한 저항성을 발달시킨 데 반해, 유인원은 보다 우수한 탐지 전략을 선택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시상베개의 뱀 탐지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사육돼) 뱀과 접촉한 적이 없는 마카크 원숭이 2마리의 뇌에 전극을 이식했다. 그리고는 원숭이에게 4종류의 이미지(① 뱀, ② 성난 원숭이, ③ 원숭이의 손, ④ 원이나 별과 같은 기하학적 모양)를 보여주면서 시상베개 뉴런의 반응을 측정했다.

 

4개 이미지 중 뱀에 대한 반응 속도가 가장 빨라

 

측정 결과, 뱀의 이미지는 원숭이의 시상베개 뉴런에 매우 강력하고 신속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도중 활성화된 91개의 뉴런 중 40%의 뉴런은 뱀 사진에 가장 활발하고 빈번하게 반응했다. 뱀에 반응하는 뉴런들은  성난 원숭이에 반응하는 뉴런보다 0.015초, 기하학적 모양에 반응하는 뉴런보다는 0.025초 먼저 활성화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독특한 시상베개는 뱀을 잘 인식하도록 진화되었음을 시사해준다. 영장류는 특히 움직이지 않는 뱀을 판별하는 데 능숙한데, 이는 영장류가 먹이에 접근해 움켜쥐는 능력(예: 잠자는 뱀에게는 접근하지 않지만, 바나나에는 가까이 다가감)을 설명해 준다고 이스벨 박사는 말했다.
캐나다 퀘벡대의 이사벨 블랑셰 박사(인지심리학)는 “이번 연구결과를 인간에게 곧바로 적용하는 건 무리다. 설사 인간의 시각계 깊은 곳에 진화의 흔적(뱀 민감성 뉴런)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신적 처리과정(예: 학습, 기억) 역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뱀 민감성 뉴런은 매우 중요하지만, 뇌의 일부분에 해당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때로 뱀보다 총이나 차 같은 다른 위협을 더 빨리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총이나 차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196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0-31     

원문
http://news.sciencemag.org/evolution/2013/10/did-snakes-help-build-primate-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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