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장 예민한 코를 가진 동물은 개 아닌 코끼리?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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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종 포유류 동물 후각 유전자 분석 결과

아프리카 코끼리가 2000개로 가장 많아

개는 1000개, 인간과 침팬지는 400개미만

 

 많은 포유류 동물에게 후각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상이한 냄새를 분별하는 능력은 먹이 냄새를 맡거나 포식자를 피하거나 배우자를 찾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각은 생물체의 게놈에서 발견되는, 후각수용체(OR: olfactory receptor)를 코딩하는 유전자의 레파토리(수와 종류)에 의존한다. 이 유전자들은 비강(nasal cavity) 벽을 뒤덮고 있는 후각세포에 발현되며, 후각세포들은 냄새 분자를 탐지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냄새 분자가 후각세포들을 자극하면, 후각세포들은 일련의 신호들을 코에서 뇌로 보냄으로써, 뇌로 하여금 특별한 냄새를 식별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코를 가진 동물은 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그 영광은 코끼리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7월23일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13개 포유류 종을 대상으로 OR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아프리카 코끼리가 가장 많은 OR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개보다 2배 이상, 인간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13종의 포유류 동물을 조사한 결과, 모든 종이 제각기 독특하고 다양한 OR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진은 10000가지 종류의 기능적 OR 유전자를 연구했는데, 그중에서 13개 포유류 동물이 공유한 것은 겨우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3종의 포유류 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OR 유전자를 보유한 동물은 무엇일까? 그건 개가 아니라 코끼리였다. 사실 어찌 보면 - 코의 길이로만 볼 때 - 이는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보유한 OR 유전자의 수는 약 2000개인데 반해, 개는 1000개, 인간과 침팬지는 400개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고등동물(특히 유인원)일수록 후각보다는 시각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OR 유전자의 수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코끼리는 2000개나 되는 OR 유전자들을 다 어디에 쓰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진은 “수많은 OR 유전자들의 구체적인 기능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아프리카 코끼리가 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발표된 다른 연구결과와도 얼추 들어맞는 것 같다. 최근에 벌어진 1:1 냄새맡기(여러 가지 냄새 구별하기) 대결에서, 아시아 코끼리의 코는 마우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마우스의 OR 유전자는 약 1300개다.) 그러나 아쉽게도 개와 코끼리의 1:1 냄새맡기 대결(nose-to-trunk sniffer test)은 아직 성사된 바 없다.
 앞선 연구에서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초정밀 후각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힌 바 있다. 케냐에는 두 부족, 즉 마사이족과 캄바족이 있는데, 전자는 가끔 코끼리를 못살게 굴고 죽이기도 하는 반면, 후자는 코끼리를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 그런데 코끼리는 먼 발치에서 코를 한 번 벌름거리는 것만으로도, 두 가지 부족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코끼리는 소변 냄새로만 30마리의 식구들을 구별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진은 최신 컴퓨터 기법을 이용하여 OR 유전자의 진화사를 추적한 결과, 특정 유전자들이 각각의 종들 사이에서 중복되거나 누락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특히 일부 계열의 OR 유전자는 특정 종에게서 크게 확장됐으며, 어떤 계열의 OR 유전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어떤 원시 유전자는 코끼리에게서 크게 확장되어 84개의 유전자로 증가한데 반해, 인간과 유인원에게는 1개의 유전자로 남아 있다고 한다.
 수백 개의 유전자가 중복되고 사라진 과정을 추적하면, 생물체마다 상이한 후각기능을 가지게 된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다. “다양한 포유류 동물들이 보유한 OR 유전자 레파토리들을 비교검토하면, 각 동물별 후각기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후각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8791&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7-25    
※원문정보: Yoshihito Niimura et al., “Extreme expansion of the olfactory receptor gene repertoire in African elephants and evolutionary dynamics of orthologous gene groups in 13 placental mammals”, Genome Res., Published in Advance July 22, 2014.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7/elephants-may-have-best-noses-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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