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2050년, 10억명이 실명 위험에 처한다 생명건강

 r9.jpg » 시력검사를 하고 있는 중국 어린이들. 브라이언홀든시력연구소 제공

문명에 훼손당한 자연의 보복인가

 

보통 어른들의 안구(눈알)는 가로, 세로, 깊이가 각각 2.4cm 안팎인 공모양이다. 광활한 세상과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작은 창이다. 사람의 감각기관 중에서 눈은 얼마나 중요한 기관일까? 한마디로 정리해주는 옛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百聞不如一見)”. 실제로 사람이 습득하는 정보의 80%는 시각을 통해서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오늘날 인류 문명이 이만큼 발전해오기까지 인류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하겠다.
그런데 인류 문명에 훼손 당한 자연의 보복일까? 화려한 첨단 문명 환경에 둘러싸인 인류의 눈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근시증후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근시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2050년 무렵 전세계 인구 중 최대 10억명이 실명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최근 나왔다.

r7.jpg » 근시는 안구가 길어져 망막 앞에 상이 맺히는 현상이다. 위키피디아

 

35년 후 인구 절반이 근시 된다

한국의 근시증후군 '세계 최악'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이언홀든시력연구소(Brien Holden Vision Institute)는 최근 세계 눈의 날(10월11일)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2050년 무렵이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인 50억명이 근시, 10억명이 고도근시 보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이들에게 적절한 행동 치료와 안과 치료가 시행되지 못할 경우, 이들의 실명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시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다. 지난 3월18일 과학저널 <네이처>는 근시가 동아시아에서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싱가포르 중국 대만 홍콩 일본 한국의 도시지역을 조사해보니, 10대 후반의 80~90%가 근시였다는 것. 특히 한국의 상황이 최악이었다. 조사한 19세 서울시민 중 96.5%가 근시였다. 지난해 대한안과학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만 12~18살 청소년 가운데 근시로 분류되는 시력 -0.75디옵터 이하 비율이 무려 80.4%나 됐다. 특히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도근시(-6디옵터 이하)도 전체의 11.7%다.
물론 미국 등 서구에서도 성인들의 근시 비율은 1970년대 초반 25%에서 2004년 42%로 30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현재 20억명인 근시 보유자 수는 202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5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r1.jpg » 동아시아 지역의 근시 확산 추세. nature.com

 

 

r4.JPG » 한국의 연령대별 근시 비율. 한겨레신문 그래픽

 

어린 시절 지나친 학습시간이 눈을 해친다

 

무엇이 이렇게 근시를 확산시키고 있을까? 대부분의 장애나 질환과 마찬가지로, 근시의 원인도 크게 유전과 환경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양인에서 근시가 많다거나, 부모가 근시인 경우 자녀들도 근시일 확률이 높다는 것 등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하지만 이런 유전적 요인으로는 최근의 근시증후군 확산을 설명하기 어렵다.
근시 확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 요인들이다. 첫째는 학습시간이다. 책을 보기 위해 커진 눈알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굳어져 버리는 것이다.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이 이에 적응한 셈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들을 보면 교육 기간이 길고 학교 성적이 좋은 집단일수록 근시 비율이 높다고 한다. <네이처>는 아시아 학생들의 근시 비율이 서구 학생들보다 높은 이유를 학습시간 차이로 보았다. 상하이에 사는 15세 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14시간을 숙제하기에 보낸다. 반면 영국이나 미국 학생들의 숙제시간은 5~6시간에 불과하다. 눈의 초점을 가까운 거리에 고정시켜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얘기다.

r2.jpg » 근시 방지를 위해 아이들에게 야외 활동을 권장하는 싱가포르의 포스터. nature.com

 

근시증후군 확산에 불을 지른 스마트폰

 

20세기 이후 급속히 진행돼 온 도시화도 사람들의 시력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먼 거리를 보거나 야외 활동을 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선 책보다 모바일 디지털 기기가 근시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손 안의 화면에 고정시켜 놓았다.

 

야외 활동 장려하고 잠 잘 땐 불을 꺼라

 

근시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야외활동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근시는 주로 초등학교 시절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안 모건(Ian Morgan) 호주국립대 교수는 “근시를 예방하려면 성장기 아이들은 적어도 1만룩스 밝기의 조명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생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만룩스는 햇빛이 쨍쨍한 여름 낮에 나무 그늘 아래 있거나 선글라스를 꼈을 때의 밝기라고 한다. 사무실이나 교실 등 실내의 인공조명은 보통 500룩스 이내다. 따라서 아이들이 낮에 하루 3시간 이상 밖에 나가서 놀도록 하라는 것이다. 야외 활동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대신 잠을 잘 때는 어두컴컴해야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병원과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 연구에 따르면, 2세 이전에 방에 불을 켜고 잔 어린이의 55%가 2∼16세에 근시가 됐다. 희미한 야간조명을 하고 잔 어린이들 중에서 근시가 된 비율도 34%였다. 반면 불을 끄고 잔 어린이 중 근시가 된 사람은 10%에 그쳤다.  연구진은 영유아기에 있는 아기들을 재울 때는 반드시 불을 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근시 판정을 받고 나면, 근시도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적극 치료에 임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구소는 전문가들이 처방하는 특수 콘택트렌즈와 안경 등을 통해 근시 진행을 50% 낮추면 고도근시가 되는 것을 90% 가까이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대표인 코빈 나이두 교수는 근시 문제에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이 눈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준 기술문명이 적어도 인류의 눈 건강에는 자충수가 된 셈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네이처 기사
http://www.nature.com/news/the-myopia-boom-1.17120

연구소 보도자료
http://www.brienholdenvision.org/media-centre/latest-news/1062-half-the-world-to-be-short-sighted-by-2050.html (2016년2월)

http://brienholdenvision.org/media-centre/latest-news/1044-1-billion-people-at-risk-of-blindness-by-2050.html

 

한겨레신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62917.html

네이버 지식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19860&cid=42062&categoryId=42062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91&contents_id=38070

근시 관련 외국서적
https://books.google.co.kr/books?id=654gVYn6uF4C&pg=PA56&lpg=PA56&dq=myopia+history&source=bl&ots=ba7qLvjzz3&sig=4S3jw4FnAKR8rVW7YsjEgE8xtYY&hl=ko&sa=X&sqi=2&ved=0CD4Q6AEwBGoVChMIkeOP6qe0yAIVSh6UCh1kJAb_#v=onepage&q=myopia%20history&f=false
근시 연구의 역사
http://www.myopia.org/ebook/10chapter5.htm
동물의 시력
http://petianbooks.blog.me/1017557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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