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당신의 건강운, 출생월이 말해준다 생명건강

astronomical-clock-408306_1280.jpg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태어난 달과 질병들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논문이 나왔다. pixabay.com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10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국악 가요 <백세 인생>의 한 대목이다. 재밌는 가사 덕분에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서 많이 불린다고 한다.

 

 

 '9988'(99세까지 88하게 살자)이란 말이 상징하듯,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무병장수를 꿈꾼다. 그래서 인류는 옛적부터 자신의 몸이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어떤 질병에 강한지를 알고 싶어했다. 그래야만 그 질병을 피하거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지문이 다르듯, 사람마다 건강을 지켜내는 힘, 질병을 이겨내는 힘도 제각각이다. 사주명리학이나 점성술 같은 동서양의 전통 운명학은 사람마다 다른 그 운명의 연원과 실체를 나름대로 찾아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birth7.jpg » 사주명리학의 음양오행도. 사주명리 블로그(http://blog.naver.com/taeryeong55/220388990484)에서 재인용.

 

빅데이터 덕분에 가능해진 분석

 

고대인들이 일생의 운명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로 삼았던 것 중 하나가 그 사람이 태어난 때이다. 사람도 우주를 구성하는 만물의 하나인 만큼, 어떤 자연 환경과 어떤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는지가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동양의 사주명리학에선 이 우주만물의 이치를 음양오행의 순환으로 파악한다. 목(나무), 화(불), 토(흙), 금(쇠), 수(물)로 이뤄진 오행은 각각 봄, 여름, 간절기,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변화 흐름을 상징한다. 오행의 각 행은 비슷한 성질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는 특정 신체 부위와 짝을 이룬다. 예컨대 봄은 간, 여름은 심장, 간절기는 위장, 가을은 폐, 겨울은 신장의 성질과 잘 어우러진다고 보았다. 출생 연월일시에 따라 정해지는 사주팔자는 이 오행의 다양한 조합이요, 사주풀이는 그 조합을 분석해 건강운을 비롯한 운명 전반을 점쳐보는 작업이다. 서양인들이 즐겨 써온 점성술에선 천체의 운행을 상징하는 12개의 별자리를 탄생월과 결합시켜 건강운을 점친다.
이런 전통적 방식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무대 뒷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출생월과 건강의 관계를 따져 묻는 문화는 그대로 이어져, 현대 과학에서도 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IT 산업이 낳은 빅데이터는 이런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도구이다.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해 출생월과 건강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연구 논문이 나왔다.

birth2.jpg » 출생월과 질병의 상관관계. 겨울 출생자들에겐 고혈압, 심방세도,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관이 많다. 봄 출생자들에겐 협심증이 많다. 여름, 특히 늦여름 출생자들에겐 천식이 많이 관찰된다. 가을 출생자들은 ADHD, 바이러스 감염, 급성 기관지염 위험이 높다.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

 

55개 질병의 출생월 관련성을 확인

질병 위험, 5월생 최저-10월생 최고

 

화제의 주인공은 미 컬럼비아대 데이터과학자들이다. 이들은 뉴욕장로교병원과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에서 1985~2013년 사이에 진료를 받은 환자(1900~2000년생) 174만9400명의 의료기록과 출생월 자료에서 뽑은 1688개의 질환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결론이 어떻게 나왔을까? 연구진은 55개의 질병이 출생월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39개는 이전에 학계에 보고되거나 보고된 것들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알레르기, 천식, 비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대장염, 근시, 죽상경화혈전증(atherothrombosis), 중이염, 어린이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그런 사례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것은 16개였다.

16개 질병 중 9개는 심장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늦겨울과 초봄에 태어난 사람들의 심장질환 위험이 더 높았다. 바이러스 감염과 기관지염은 11월생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천식은 7월과 10월생이 가장 많았다. ADHD는 11월생이 많았다. 겨울생은 신경계통 질환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5월생의 질병 위험이 가장 낮았고, 10월생의 질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birth3.jpg » 각 출생월의 평균 수명. 상반기 출생자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더 짧다.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

 

출생시의 자연 조건이 일생의 건강에 중요

 

왜 출생월이나 계절 요인이 특정 질병의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연구진은 <미 의료정보학회저널>(Journal of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에 게재한 논문에서,  출생시와 출생 직후의 초기 발육 메카니즘이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육 초기에 비타민 D를 생성하는 햇빛이나 위험 물질에 노출되는 정도 등이 일생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인 니컬러스 태토네티(Nicholas Tatonetti) 박사는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질환 위험 인자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rth4.jpg » 심장합병증, 만성심근허혈, 경색전 증후군 등 3개 질병의 출생월별 질병 발생률. 생일이 이른 사람들의 질병 발생률이 더 높다.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

 

겨울과 봄 출생자, 심혈관 위험 높아

 

출생월과의 상관성이 밝혀진 9개의 심혈관 질환 중 6개는 3월생이나 4월생에서 발병 위험이 높았다.  3월생은 심방세동, 울혈성 심부전, 승모판장애 질환에서 가장 높은 위험군에 속했다. 3월생은 대신 호흡기 질환과 신경계통에는 대항력이 강했다. 반면 10월생은 호흡기 질환 위험이 높고 심혈관 질환 대항력이 강했다. 특히 1918년 스페인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자들한테서 태어난 아이들은 20% 이상의 발병 위험을 갖고 있었다. 이는 모성 감염과 심혈관 질병 위험 사이의 관계를 말해준다. 따라서 겨울철(1~3월) 모성 바이러스 감염은 그 달에 태어난 아이들의 심혈관 질환을 높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한마디로 가을생(9~12월)은 심혈관 질환에 강하고, 겨울생(1~3월)과 봄생(4~6월)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 눈에 띄는 건 5월과 7월생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질병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심혈관 질환 위험과 수명 사이의 관계도 확인됐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은 출생월에 태어난 사람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연구진은 “가을 출생자가 봄 출생자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심혈관 질환과 출생월 관계는 비타민 D와도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겨울철에는 비타민 D 생성 활동이 낮아지고 부갑상샘 호르몬 분비는 더 높아진다. 어머니한테서 보충을 받더라도 모유로 키운 아이와 신생아들에서는 비타민 D의 계절적 결핍이 관찰됐다. 이는 부갑상샘 호르몬과 비타민 D가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부갑상샘 호르몬 증가는 나이 든 남자들의 심부전 증가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층의 경우엔 비타민 D 결핍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고혈압과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5~9월생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정상자연분만 비율이 낮았는데, 이는 이전의 오스트리아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birth5.jpg » 출생월별 질병 관련성. 5월과 7월생은 상관성이 있는 질병이 없다.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

 

또래들보다 미성숙한 11월생과 ADHD 위험

 

ADHD는  출생월이 11월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675건에 1건꼴로 11월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상대적 미성숙이 ADHD의 가능성을 높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에서는 취학 연령 기준일이 12월31일이어서, 늦은 달에 태어난 아이들이 또래들보다 미성숙해 ADHD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취학연령 기준일이 같은 스웨덴에서도  11월 출생아에서 ADHD 비율이 가장 높았다. 태아기나 출생 직후인 겨울철의 비타민 D 결핍도 ADHD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의 개별 연구 결과와도 상통한다. 예컨대 이번 연구에서 집먼지진드기가 유발하는 천식 위험은 7월생과 10월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덴마크 연구에서는  5월과 8월생의 천식 위험이 가장 높았는데, 이 시기 덴마크의 햇빛은 뉴욕의 7월,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통계적 상관성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과민반응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통계적 상관성을 확인한 것이지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또 출생월과 관련한 위험은 식생활, 운동 같은 변수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며,  출생월 이외에 아직 찾아내지 못한 숱한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지역에 한정된 자료만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이를 다른 지역에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한계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건강 예측 지표로 활용하려면 똑같은 관련성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는지를 알아보고 이 상관성 뒤에 있을 수 있는 다른 원인들도 탐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보편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미국의 다른 지역과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birth-month-disease-connection-150609d-02.jpg » 이번에 처음으로 출생월과의 상관성이 확인된 16개의 질병. livescience.com서 인용.

 

 

참고

http://newsroom.cumc.columbia.edu/blog/2015/06/08/data-scientists-find-connections-between-birth-month-and-health/

https://www.yahoo.com/health/study-finds-how-your-birth-month-affects-your-121189699487.html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117205/Your-birth-month-DOES-determine-ll-sick-Researchers-reveal-ailments-risk-from.html

http://www.sciencealert.com/the-month-you-re-born-may-affect-your-risk-of-certain-diseases-research-suggests

http://www.nhs.uk/news/2015/06June/Pages/Does-your-birthday-affect-your-disease-risk.aspx

http://medicalxpress.com/news/2015-06-scientists-birth-month-health.html?utm_source=nw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weekly-nwletter

 

http://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295060.php

논문 원문 보기

http://jamia.oxfordjournals.org/content/early/2015/06/01/jamia.ocv046

 

 

인포그래픽

http://www.livescience.com/51147-how-your-birth-month-affects-your-risk-of-disease-infographic.html

점성술에서 말하는 탄생 별자리와 건강

http://blog.naver.com/umyil/40036174307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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