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법 책방

open1.jpg » 성당(왼쪽)은 폐쇄적인 문화를, 시장은 개방적인 문화를 상징한다. 픽사베이

폐쇄적 `성당' 문화냐, 개방적 `시장' 문화냐

디지털 혁신의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기준

 

4차 산업혁명이 지금의 사회경제적 변화 흐름을 아우르는 화두가 된 지도 3년이 됐다. 2016년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핵심 의제로 등장한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아직도 4차산업혁명의 실체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난무한다. 그 중 한가지는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3차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다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 디지털 혁신에서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이폰과 위키피디아의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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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신작 <성당에서 시장으로>(연세대 대학출판문화원, 2018)를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혁신의 방식에서 찾는다. 그가 찾아낸, 혁신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은 폐쇄와 개방이다. 그는 이를 대표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가인 에릭 레이몬드의 `성당'과 `시장' 개념을 빌려 설명한다. 소수의 전문가 그룹만으로 소프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 `성당',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이 `시장'이다. 레이몬드는 1997년 무료소프트웨어 리눅스 개발자 회의에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공개 주장한 뒤, 1999년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본격적인 오픈소스 보급운동에 나섰다. 이 교수는 레이몬드가 주창하는 열린 구조, 즉 `시장'이야말로 디지털 혁신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는 디지털 다위니즘의 요체로 본다.

 그가 꼽은 디지털 다위니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외부의 개발자들에게 앱 개발을 개방한 애플의 앱스토어다. 권위 있는 전문가 그룹이 편집하는 폐쇄적인 방식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몰락하고, 누구나 지식 콘텐츠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방식의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이 성공한 것도 성당과 시장 방식의 차이다. 

 기술 변화의 흐름을 겨울스포츠인 쇼트트랙 경기에 비유하면, 지금과 같은 급변의 시기는 곡선 구간에 해당한다. 쇼트트랙 경기 선수들은 직선 구간이 아닌 곡선 구간에서 추월을 시도한다. 곡선 구간에서는 기존 직선 구간의 주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달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새 주법을 잘 적용하면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시장 질서에 영향을 주는 변곡점이 바로 쇼트트랙의 곡선 구간에 해당한다고 그는 말한다.

 

open5.jpg » 4차산업혁명의 특징은 기술의 융복합이다. 픽사베이

 

4차산업혁명을 이끌 기술 융복합의 5가지 영역

 

이 교수는 앞으로 디지털 다위니즘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지금까지 디지털 제품 혁신이 디지털 다위니즘을 초래한 분야는 주로 콘텐츠 산업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들이 기존 제품을 스마트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제품 혁신이 모든 산업에서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플랫폼을 외부 파트너에게 개방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성공을 위해선 적절한 동기 부여 역할을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의 주축은 물론 경제적 이득과 같은 유형의 혜택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처럼 자신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역설한다.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의 특징을 융복합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융복합의 중심에 설 기술 영역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와 드론, 3D 프린팅과 바이오닉스, 블록체인과 가상현실 이렇게 다섯 분야를 꼽았다.

open7.jpg » 4차산업혁명 역시 이전의 세차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픽사베이

기술 혁신 후의 빈부격차 확대...어떻게 할까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기술에도 양면성이 있다. 이를 외면하는 혁신은 기술이 초래할 사회적 갈등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지만, 그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예컨대 인공지능과 로봇은 기술적 실업을 증가시킬 수 있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위협한다. 과거 세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성을 높여 삶을 윤택하게 해줬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 심화대라는 그늘도 키워갔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이 심화시킬 수 있는 기술의 부작용을 다루는 방식도 `성당'이 아닌 `시장'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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