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덩굴처럼 쭉쭉 뻗어가는 수색로봇 로봇AI

growing-snake-robot-1.jpg » 덩굴로봇은 포도덩굴처럼 쭉쭉 뻗어나가는 수색로봇이다. 유튜브 갈무리

 

비좁은 공간에 갇힌 사람을 찾아낸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잔해들 사이에서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갇혀 있다고 가정하자.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구조대원들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극히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야에 보이지도 않으니 구조대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이럴 때 자유자재로 몸을 구부려가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구조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덩굴처럼 뻗어나가면서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잔해더미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갇혀 있는 생존자를 확인하거나 그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로봇의 임무다. 소프트로봇이란 기계장치가 없이 유연한 물질만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vine2.jpg » 덩굴로봇은 한쪽 끝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

한쪽 끝엔 펌프, 다른 한쪽 끝엔 카메라

 

 임무 수행을 위해선 부드러운 소재가 필수다. 임무 수행 전의 로봇은 두루마리처럼 돌돌 감긴 튜브 형태다. 한쪽 끝엔 펌프가 있고, 다른 한쪽 끝엔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임무가 시작되면 로봇이 팽창해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 뻗어나간다. 다른 한쪽  끝은 제자리를 유지한 상태다. 이는 동물보다는 식물과 비슷한 이동 방식이다. 논문 수석저자인 앨리슨 오카무라는 이는 사람이나 동물이 돌아다니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쪽 끝은 고정된 채 다른 한쪽 끝만 확장돼 가는 특성을 고려하면 뱀로봇이라기보다는 덩굴로봇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카메라가 물체를 인식하고 내부의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면 이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해석해 진행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복잡한 경로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한다. 덩굴로봇은 회전방식도 독특하다. 로봇 내부는 여러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쪽을 다른 쪽보다 더 팽창시켜 모서리를 돈다.

vine.jpg » 이전의 뱀로봇과 달리 덩굴로봇은 시야 확보를 위해 몸을 나선형으로 꼿꼿이 세울 수 있다. 유튜브 갈무리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보다 빠르다

 

 연구진이 장애물 코스를 시험한 결과 덩굴로봇은 얼음벽을 오르기 전에 파리끈끈이, 풀, 못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비록 중간에 못에 의해 구멍이 나기는 했지만 구멍난 부분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못에 박힌 채로 로봇은 계속 뻗어나갈 수 있었다. 잔해물 틈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끝부분에 새로운 소재를 덧붙여 놓으면 만약의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갈 수도 있다.
 움직이는 속도도  빠르다. 사람보다 빠른 최대 시속 35.4km의 속도로 원래 몸 길이의 수천배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Usain Bolt)의 달리기 속도가 시속 45k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속도다. 현재 개발한 시제품은 28cm에서 시작해 최대 72m까지 미칠 수 있다.

 

 

 

재난구조·건물 보수에 두루 쓸모

인체 삽입용 튜브 대체할 수도


 덩굴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자기 몸 지름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몸을 팽창시키면서 바닥의 100kg 물체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또 몸을 나선형으로 돌려가며 허공에 몸을 세워 공간 전체를 촬영할 수도 있고, 몸으로 케이블을 감아 끌어당길 수도 있다. 재난 구조나 건물 보수관리 업무에 두루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능들이다. 특히 팽창 물질로 공기 대신 가압액체를 사용하면 갇힌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거나 건물 깊숙한 곳의 불을 끌 수도 있다. 소형화 기술이 더욱 개발되면 나중에는 치료시 인체 내부에 삽입하는 튜브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본다.
현재 시제품은 가장 흔하게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졌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다음에는 케블라 같은 고강력 섬유 소재로 버전2.0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 연구는 7월1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zu1.jpg » 일본이 개발한 뱀로봇도 덩굴로봇과 비슷한 방식이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일본서도 공기 주입·부상형 뱀로봇 개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난구조 로봇 개발에 열심인 일본에서도 최근 공기 주입 방식으로 이동하는 수색 로봇을 개발했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의 ‘혁신적 연구 개발 추진 프로그램(ImPACT)’의 하나로 도호쿠대 등의 연구진이 개발한 이 로봇의 임무도 무너진 건물 내 생존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로봇의 정식 명칭은 ‘공기 부상형 능동 스코프 카메라’다. 로봇의 지름은 50mm, 길이는 8m, 무게는 3kg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공기 분사 노즐과 앞부분의 카메라 등이 로봇의 핵심이다.
개발자인 도호쿠대 연구팀은 바닥만 기어다녔던 이전의 수색 로봇과 달리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몸을 꼿꼿이 세울 수 있어 지형지물을 높은 곳에서 관찰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목적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소프트 로봇의 주된 이점은 부드럽고 가벼워서 단단한 기계적 로봇보다 안전하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로봇이 사람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또 다른 이점은 유연하고 복잡한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기계적 로봇보다 훨씬 어렵지만, 일단 기술이 본궤도에 오른 이후엔 확장 가능성은 훨씬 더 크다.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59898-vine-inspired-robots-grow-on-demand.html
 http://newatlas.com/growing-robot-vine/50558
 https://techxplore.com/news/2017-07-soft-robot.html
 http://www.nanowerk.com/news2/robotics/newsid=47507.php
 http://www.futurity.org/growing-robot-1489982/
 http://www.sciencealert.com/this-growing-twisting-snake-of-a-robot-could-one-day-save-your-lif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7/watch-shape-shifting-robot-extend-its-tentacle
 논문 보기
 http://robotics.sciencemag.org/content/2/8/eaan3028.full
 
 일본 공기부상형 뱀로봇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138576&memberNo=36405506&vType=VERTICAL
 https://www.jst.go.jp/pr/announce/20170612/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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