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 눈 내리던 날, 얼음골 케이블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_ 1월17일 가지산도립공원 보전 간담회 후기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2013년 1월 17일(목) 10시 통도사에서 ‘밀양얼음골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가지산도립공원 보전 간담회를 하였다.

 

통도사에서 진행된 밀양얼음골케이블카 관련 모임은 2008년 6월 18일 긴급현안토론회 ‘가지산도립공원-밀양얼음골케이블카 쟁점, 어떻게 풀 것인가?’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08년 당시 통도사는 밀양얼음골케이블카로 인한 통도사, 석남사, 운문사, 표충사 등의 수행환경과 가지산도립공원 자연, 역사문화 환경 훼손을 우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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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난 오늘, 다시 개최되는 간담회는 불법으로 드러난 밀양얼음골케이블의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하고, 밀양얼음골케이블카의 불법 건축으로 인하여 다시 불거진 가지산도립공원을 포함한 영남알프스가 불리는 ‘경남 동부의 큰 산군’ 보전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통도사, 표충사, 경남도의회 석영철의원, 경상남도, 한국화이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울산생명의숲, 울산환경운동연합, 밀양참여시민연대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밀양얼음골케이블카는 추진 초기부터 얼음골 관광지 활성화, 얼음골 주변 배내골, 천황산 사자평 등 연계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1998년 12월 공회의소가 밀양시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밀양얼음골케이블카 싸움은 2012년 9월 22일 케이블카 운행을 시작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니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2012년 10월 12일, 21일, 30일 마창진환경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밀양참여시민연대 등 3개 단체가 현장모니터링을 통해 운행 중인 밀양얼음골케이블카가 자연공원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한국화이바는 경남도의 감사가 진행되자 케이블카 운행을 중지했다. 2012년 11월 15일의 일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상부승강장 높이 변경에 대한 도 공원계획 변경 결정과 밀양시의 공원사업시행허가 변경 절차 없이 건축물 높이를 변경하여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 건축허가를 받은 후 설계변경 허가 전부터 이미 시공하였고 건물 완공시 설계도면과 다르게 불법 증축하여 건축법을 위반했다. 상부승강장 공사 장비 운반 목적으로 상당의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 작업로를 개설하여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 중간지주대 설치 위치를 변경하여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 기존 탐방로나 도로의 제한 내지 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가급적 피하라는 환경부의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 위반, 위반, 위반, 불법, 불법, 불법, 온통 위반과 불법투성이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간담회를 하는 어느 시간, 통도사에 눈이 내렸다. 서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헐재, 산들늪, 영축산을 생각했다. 간담회 중 통도사 도안스님이 읽은 ‘밀양얼음골 케이블카에 대한 통도사의 입장’은 우리의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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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통도사 사부대중은 영축총림 통도사와 이 일대 자연, 문화 유산 훼손에 반대합니다. 이는 2008년6월 통도사에서 개최한 긴급현안토론회 ‘가지산도립공원-밀양얼음골케이블카 쟁점,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도 밝힌 바입니다.

통도사는 영축산, 가지산, 신불산 등을 포함한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경남 동부의 큰 산군’이 잘 보전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 물려줘야 할 책임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밀양얼음골에 케이블카가 건설되었고, 여러 불법과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어 운행이 정지된 상황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밀양얼음골케이블카는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제를 제기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케이블카는 가지산도립공원 보전과는 무관한 시설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이곳에서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밀양얼음골케이블카로 인한 여러 환경적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시점에서 신불산군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케이블카는 건설과 운행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고, 야생동식물을 삶터에서 몰아내며, 경관을 파괴합니다.

산과 자연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며 케이블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통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통도사는 밀양얼음골케이블카에 반대하였던 것처럼 신불산케이블카에도 반대합니다.

 

돈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로 이곳저곳에 케이블카를 건설한다면 우리 산은 경관, 생태, 문화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걸어서 오르는 산, 걸으며 만나는 야생동식물과의 교감, 산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오랜 시간, 우리가 산과 교감하던 방식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연과 조화된 삶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산에 빨리 오르는 것보다 산에 오르며 교감하는 것의 의미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2012년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사찰'에 선정됐습니다. 세계유산이란 훼손 위기의 있는 유형유산 보호에 그 목적이 있으며, 국내적 중요성 보다는 세계적인 보편적 가치가 중요하므로 건축 환경적 진정성, 보존성, 독창적 가치 등 물리적 가치가 우수하며 유산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곳에 선정됩니다.

통도사와 통도사가 자리한 이곳은 경남도의 자랑이며, 우리나라의 자랑이고, 세계의 자랑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일부 사람들의 돈벌이만을 위한 케이블카를 건설하고, 도로를 넓히고, 관광지를 확장한다는 것은 소중함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통도사와 통도사가 위치한 이곳이 잘 보전되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아름다움과 보전 가치로 세계인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길 바라며, 중앙 정부와 경남도도 적극 협력해주길 바랍니다.

통도사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될 통도사와 이 주변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호지역으로 재계획되길 바라며, 가지산-신불산-영축산 등에 대한 어떠한 개발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통도사는 통도사 사부대중과 불자들과 함께 개발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도안 스님 (통도사) 사진_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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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