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앞에서의 한 달, 나는 왜 여기 서 있을까?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나는 오늘로부터 한 달 전, 624일부터 세종시 환경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나는 지리산에 산다. 지리산자락에 살고 있는 내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의 기치를 들고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설악산과 지리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서 별개가 아니며, 우리나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 국립공원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카가 자연생태계를 얼마나 심하게 훼손할 수 있는지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오르내리는 그 케이블카로 권금성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살지 못하는 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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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케이블카 건설 전((아래)(사진 박그림 대표 제공)

 

그런데 설악산에는 그 1개의 케이블카가 모자라다고, 1개의 케이블카는 속초에 있으니, 양양에도 필요하다며 오색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하나 더 짓자는 것이다.

오색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 계획은 이미 2차례나 부결되었다. 2차례 부결되었으나 일단 시작된 케이블카 건설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 계획이 제출되었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식이다.

 

이번 계획 노선의 상부승강장 탐방 데크에서 끝청봉(주요 봉우리)까지는 203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케이블카 설치가 되면 봉우리, 탐방로와의 연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 그 봉우리와 봉우리에서 연결된 능선, 대청봉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권금성의 지금 상태를 보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번 계획에서 양양군은 등산객의 삭도 하행 탑승 허용 방안 검토를 은근히 말하고 있다. 다른 코스로 올라갔던 등산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색으로 내려와 돈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돈만 된다면 설악산국립공원이 어떻게 될지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계획은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한다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계획단계에서부터 무시하겠다는 이야기다. 20126월과 20139월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견지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심의 기준,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환경부의 잣대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심의할 것도 없이 반려해야할 계획이다.

 

양양군은 이번 계획은 산양(멸종위기야생동물 1, 천연기념물)의 주 서식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계획된 노선 일대에서는 양양군의 조사보다 훨씬 많은 산양 서식 흔적이 나옴을 알 수 있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DMZ, 울진삼척지역과 함께 남한에 3곳만 남은 산양 집단 서식지이다.

또한 이번 계획에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평가기준에 따른 희귀식물 중 가까운 미래에 자생지에서 매우 심각한 멸종위기(EN)에 직면한 개회향과 눈향나무가 살고 있으며, 상부승강장 주변(지주 6부터 상부승강장 탐방 데크까지)은 국내에서 매우 희소한 아고산 식생대이다. 절대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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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지주 5)에 살고 있는 수령 213년 신갈나무. 이 나무는 케이블카가 건설된다면 베어지게 된다.(사진 김지석 교수 제공)

 

설악산국립공원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을 비롯하여 수달, 담비, ,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다. 대체 설악산국립공원 어디로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는지, 이제 환경부가 답해야 한다.

 

국립공원 중에서도 특히 설악산국립공원은 보전의 가치가 높은 공원자연보존지구가 78%(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자연보존지구 평균은 23%)나 되는 국립공원이다.

자연공원법에 공원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을 특별히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한다고 되어있다. 공원자연보존지구 면적은 국토 면적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설악산 대부분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천연보호구역이고, 설악산 일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에 등재된 곳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설악산 케이블카가 허가된다면 다른 국립공원은 언제든지 케이블카가 건설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리산도, 오대산도, 한라산도, 개발업자가 원한다면 정부는 그들의 손을 들어줄 테니 케이블카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지리산 아래에 사는 나는 내일도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환경부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심정으로 1인 시위를 한다.

지난 15년 동안 국립공원 케이블카 문제를 놓고 씨름해온 나는 그 기간 동안 환경부의 변화를 지켜봐야 했다. 그간 환경부는 관련 법을 바꿨고, 지침을 만들었고, 만들어진 지침을 2차례나 변경하였다.

또한 그들은 처음엔 국립공원은 보전해야한다고 말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다른 정부부처와 지자체, 주민들의 압력이 너무 거세어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국립공원에 대해서도 기존의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말한다. 이용 다양화,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이야기한다. 이제 환경부는 환경부이길 포기하고 보건복지부가 되겠다는 것인가.

그럼 국립공원은,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반달곰과 산양은 누가 대변할 것인가, 1%도 지켜내지 못하는 우리는 미래세대에 뭘 물려줄 것인가?

 

15년을 끌어온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쟁은 양양군의 세 번째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의 처리 여부로 일단락될 것이다. 나는 환경부가 국토교통부나 보건복지부가 아닌 환경부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법의 조항과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믿음과 국립공원을 삶터로 살아가는 야생동식물들의 간절함이 환경부를 눈뜨게 하길 바란다.

 

727일 출근시간 1인 시위 후

 

_ 윤주옥 협동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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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