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된장녀, 된장남/ 2011년12월10일 메주 만들기 후기 울타리없는텃밭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약칭 국시모)에는 '울타리 없는 텃밭'(약칭 울터)이란 게 있다.

울터는 국시모 회원들이 지리산자락 주민들과 만나 노동하는 모임이다.

 

올해 울터 계획은 오미자효소와 된장 만들기다.

 

오미자효소는 '돋을볕오미자계'란 이름으로

지난 9월 계원을 모집하여 효소를 담았고, 내년 1월 효소를 거르는 대사를 앞두고 있다.

오미자효소를 담고, 거르고, 분배하는 일은 흥미롭고 신나고 일이어서 계원들은 효소를 가져가는 일보다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계주인 나는 계원들이 그리 생각하리라 믿고 있다.

 

된장을 만드는 일은 겁 없이 시작한 일이다.

홍현두 교무(원불교)가 원불교 영산식품에서 장 담그는 일을 했었다하여 '장'을 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벌린 일이었다.

콩을 심어 된장 담글 사람들을 '콩에서 된장까지'란 이름으로 모집했다.

'콩에서 된장까지' 회원들은 구례여성농민회로부터 받은 토종콩을 각자 가지고 있는 텃밭에 심어 11월 수확하였다.

콩 수확 결과는 기대 이상과 완전 저조로 나눴다.

콩이란 콩은 모두 고라니에게 바친 완전 저조 회원들은

고라니를 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 않는 한 콩농사를 지을 수 없을 거라고, 고라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콩밭과 고라니 이야기를 들으며 고란이의 토실토실 살찐 뒷다리와 해맑은 눈이 생각났다.

 

고라니로부터 무사했던 콩을 모아 12월 둘째 주 메주를 담갔다.

장 담그기는 여성이라면, 어머니라면, 우리 맛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된장녀와 된장남의 활약, 이제 기대하시라!

 

# 짐 옮기기

12월 9일 메주 만들기에 필요한 콩, 가마솥, 장작, 볏짚 등을 옮기러 지리산사람들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차를 마시는 얼굴에 잠시 비장함이 오갔다. 

원불교 동원교당, 지리산사람들 사무실, 토지 채목장, 마산 정신화 님 집 등 각지에 흩어져 있는 메주 만들기 준비물이 섬진강가 박두규 시인 집으로 옮겨졌다.

 

jang (1).jpg

jang (2).jpg 

 

# 장작 만들기

채목장에서 가져온 나무로는 콩 삶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하던 중 섬진강가로 떠 내려온 참나무가 보였다.

톱을 들고 섬진강으로 내려갔다.

비취색으로 빛나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메주를 만드는 일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jang (4).jpg

jang (5).jpg

jang (6).jpg

 

나무를 장작으로 만드는 일, 도끼질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 어른 모두 관심을 표했으나 도끼가 문제다, 나무가 질기다란 말만 무성히 오갔다. 

 

jang (24).jpg 

jang (28).jpg

 

# 화덕 만들기와 가마솥 걸기

화덕을 만들어야 가마솥을 걸 수 있고, 그래야 콩을 삶을 수 있다.

시멘트 벽돌을 쌓고, 진흙으로 구멍을 막으니 훌륭한 화덕이 되었다.

화덕에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jang (7).jpg

jang (8).jpg

jang (9).jpg 

jang (19).jpg

 

# 콩 씻기

콩 80kg을 씻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콩을 미리 씻어 놓으면 편하긴 하지만 영양가가 높은 콩 껍질이 벗겨져 못쓰게 되니 삶기 직전 씻어야 한다.

 

jang (11).jpg      

jang (22).jpg

 

# 콩 삶기

가마솥에 콩 20kg을 넣고 적당량의 물을 부어 장작불을 땠다.

김이 나고, 콩 익는 내가 났다.

달아오른 가마솥이 넘칠 때마다 찬물에 헹군 수건으로 가마솥 뚜껑을 닦아줬다.

그 순간 끓어 넘치던 콩 삶던 물이 한 풀 꺾인다.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jang (18).jpg 

jang (27).jpg 

jang (38).jpg 

jang (36).jpg 

jang (35).jpg

 

콩이 삶아지는 동안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홍현두 교무에 의하면 콩 삶기는 삶은 콩을 엄지와 검지로 눌렀을 때 이물감이 없어야 한단다.

최상의 시점에 장작불을 빼낼 수 있는 경지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한 일이다.

 

jang (42).jpg 

jang (82).jpg

  

# 삶은 콩 으깨기

콩이 적당하게 삶아지면 으깨야 한다.

절구에 빻는 게 최상이겠지만 절구가 없을 때는 포대에 넣어 밟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으깨진 콩에선 구수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jang (73).jpg 

jang (45).jpg 

 

# 메주가 만들어낸 풍경   

메주를 만들던 12월 10일은 날씨 변덕이 심했다.

아침에 맑던 날이 오후에 접어들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지리산도 섬진강도 희뿌옇게 보였다.

박두규 시인 집 안에서 눈 내리는 섬진강을 바라봤다. 정말 멋졌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여럿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동하는 일은 힘겹지만 뿌듯한 일이었다. 

 

jang (64).jpg 

jang (69).jpg

 

된장 만들기를 책임지는 홍현두 교무는 잠시도 가마솥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가마솥 곁을 떠나지 않으니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메주와 된장은 세상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jang (62).jpg 

jang (70).jpg 

jang (33).jpg 

 

# 한쪽에선 먹고, 한쪽에서 일하고

잘 먹어야 한다.

잘 먹어야, 열심히 일할 수 있으니 노동하는 날은 잘 먹어야 한다.

쌀밥에 김장김치, 이런 날이면 한자리 차지하는 수육이 먹는 사람, 일하는 사람 모두를 기쁘게 했다.

 

jang (56).jpg 

jang (57).jpg 

jang (67).jpg

 

# 메주 만들기

메주 만들기는 손재주와 인내를 요한다. 

한자리에 앉아 2.5kg 무게의 메주를 여러 번 치대야하니 처음엔 재미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손목, 어깨, 허리가 찌릿찌릿 저려온다.

앉았다가 일어서고, 무릎을 꿇었다가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돌리다가 다리를 뻗고 그럴때마다 메주는 제 꼴을 찾아갔다. 

 

jang (49).jpg   

jang (76).jpg   

 

# 메주 탄생

하늘과 주변 생명체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온 콩이

나와 우리의 힘으로 삶아지고, 으깨지고, 다져져서 메주가 되었다.

12월 10일 아이 메주, 어른 메주, 다양한 사람들의 손을 거친 사연 많은 메주 101개가 탄생했다.

 

jang (60).jpg 

jang (86).jpg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2007년 7월 구례에 자리 잡은 우리가 지리산자락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메주를 만들며 생각했다.

우리가 지리산자락에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과 어울려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게 아닐까 하고.

 

메주는 꿈을 앞당기는 귀한 물건이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조윤주 님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