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효소와의 질기고도 애틋한 인연_ 3기 돋을볕오미자계를 마무리하며 울타리없는텃밭

당신은 인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인연이란 참 묘하여 의미 있게 만나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연도 있고, 스치듯 만나 질기게 곁을 맴도는 인연도 있다. 인연이란 환희로운 단어가 '질기게'와 어울릴까 싶지만,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연이 한번쯤은 '이제 그만'을 떠올리게 하니 인연은 질기고도 애틋한 일임에 틀림없다.  

 

내가 오미자효소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오미자효소가 목에 좋다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대단히 훌륭하다는 것을 체험한 후 나는 오미자효소 광신도가 되었다. 감기에도 오미자효소, 목이 아플 때도 오미자효소, 몹시 지쳤을 때도 오미자효소, 더울 때도 오미자효소, 시도 때도 없이 오미자효소를 말하게 되었다. 내가 오미자효소에 대해 말할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접신의 경지라고, 쩝!

 

2008년 지리산자락으로 내려온 나는 '돋을볕오미자계'(이하 오미자계)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과 오미자효소 만들기를 하였다. 오미자효소가 사람들과 나를 이어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미자계는 오미자효소를 만들어 먹는 모임이다. 오미자효소를 만들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는 원칙과 여력 되는 사람들의 공동노동을 전제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매년 9월쯤에 결성되는 오미자계는 계원들이 낸 돈으로 생오미자와 설탕을 구입하여, 오미자계 자산은 항아리에 담근 후 3개월간 저어주고, 3개월간 숙성시킨 후 다음 해 4월쯤 만들어진 오미자효소 총량을 계원 수로 1/n하며 마무리되는 '8개월 지속 단기성 계'라 할 수 있다.

 

2011년 9월 시작해 2012년 4월 마무리된 3기 오미자계에는 26명이 함께 했다. 3기 오미자계는 노동쿠폰을 발행해 4장의 노동쿠폰을 모으면 오미자효소 1병과 바꿀 수 있게 하였다. 모두를 위한 노동에 기꺼이 마음을 내준 계원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1기와 2기, 3기를 거쳐 온 오미자계는 스스로 만든 오미자효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백두대간 자락인 상주에서 생산된 생오미자에 공정무역 유기농 설탕으로, 항아리에서 발효, 숙성되니 당연한 자부심이라 생각된다.

 

2012년 4월 15일은 3기 오미자계가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서울, 목포 등에서 온 계원과 구례에 사는 지인들이 모여 항아리에서 숙성되고 있는 오미자효소를 나누고, 오미자술과 건더기를 분리해 술병에 담았다. 설거지와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계원들에게 택배 보내는 일도 마무리 날 해야 할 일이다. 마무리 날이야말로 머리가 아닌 힘이 필요한 날이니 이날 참석한 계원과 지인들에게는 오미자술이 한 병씩 지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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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기 돋을볕오미자계를 마무리하는 날, 구례 간전에 있는 작은 농막은 수공업 협동농장이 되었다.

 

DSC_6097.jpg↑  오미자효소를 만드는 일은 계원만이 아니라 지인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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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 오미자효소에 빠져있는 동안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름의 세상을 만든다.

 

오미자는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는 맵고 쓰다고, 또 껍질과 살, 씨는 모두 짠맛이 난다고 한다.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은 우리 몸을 기운차게 하는데, 단맛은 위와 비장, 쓴맛은 심장과 소장, 매운맛은 폐와 대장, 짠맛은 신장과 방광, 신맛은 간과 담에 좋다고도 한다. 오미자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는 오미자계를 웃음 짓게 하는 말들이다. 흐뭇하게 하는 말들이다.

 

오미자효소도 좋고, 오미자계도 좋지만 모든 모임이 그렇듯이 오미자계가 나만 건강하면 된다가 아니라 모두가 건강하게, 기쁨을 나누는 모임이 되려면 원칙에 충실하되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해 8월쯤 모이게 될 4기 오미자계는 공동노동의 의미를 살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할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함은 오미자계가 작지만 소중한 꿈을 꾸기 위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신은 인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혹시 오미자효소와 질긴 인연을 시작하고 싶다면, 오미자계에 들어오시라. 그 순간 인연의 묘함을 체험하게 될 테니까, 질기고도 애틋한 인연으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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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