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지리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그녀)를 만나자!
2011.10.27 14:34 윤주옥 Edit
비가 내렸습니다.
1972년 노고단대피소를 시작으로 40년간 지리산에 살며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던
함태식 선생님(84세)이 지리산을 떠나게 되었음을 알리려 노고단에 가던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가끔씩, 함 선생님의 술과 낮밥 동무가 되어준 한성수 님(하늘씨앗교회 목사)은 '오늘은 비가 오는 게 맞지, 지리산도 슬플 거야.' 하였습니다.
어머니 같은 지리산이니, 더 슬프겠지요.
40년간 데리고 있던 아들을 멀리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 함 선생님은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옛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40년, 상상하기 힘든 긴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함 선생님은
노고단대피소, 피아골대피소, 피아골탐방지원센터 등에 머물며 지리산의 산증인으로, 지리산의 연인으로 살아왔습니다.
함 선생님과 함께 노고단에 온 사람들은 노고할매 탐방안내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 선생님은 11월쯤 지리산을 떠나 인천 사는 아들집에 가게 되었다고 하시며,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지리산과의 인연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함 선생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혔습니다.
누구인들, 40년간 살던 곳을 떠나는데, 더구나 지리산인데.. 가슴이 먹먹하지 않겠습니까?
함 선생님 이야기 후 한 명씩 돌아가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2009년 5월 4일 천왕봉에서 진행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상 시위 때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연관 스님(실상사 화엄학림 초대학장)도
스페인에서 잠깐 들어오셨다는 신부님도, 함 선생님을 위해 시를 읽어 준 이원규 시인도,
들락날락하며 그간 연습한 노래를 들려준 김휘근 님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모인 사람들은 지리산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함 선생님께 감사패와 감사선물을 드렸습니다.
'감 사 패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
40년을 지리산에서 살아온 선생님,
지리산의 사계절, 지리산의 밤낮, 지리산 골골에 훤한 선생님이 있어 지리산은 행복하였습니다.
지리산을 대신하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긴 시간 지리산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시간 지리산에 사는 동식물, 지리산자락에 사는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지리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011. 10. 24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함 선생님과 다시 지리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 이날 노고단에 있었던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노고단을 떠날 때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지리산은 짙은 안개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정태연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