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지리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그녀)를 만나자!

비가 내렸습니다.

 

1972년 노고단대피소를 시작으로 40년간 지리산에 살며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던

함태식 선생님(84세)이 지리산을 떠나게 되었음을 알리려 노고단에 가던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가끔씩, 함 선생님의 술과 낮밥 동무가 되어준 한성수 님(하늘씨앗교회 목사)은 '오늘은 비가 오는 게 맞지, 지리산도 슬플 거야.' 하였습니다.

어머니 같은 지리산이니, 더 슬프겠지요.

40년간 데리고 있던 아들을 멀리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 함 선생님은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옛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40년, 상상하기 힘든 긴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함 선생님은

노고단대피소, 피아골대피소, 피아골탐방지원센터 등에 머물며 지리산의 산증인으로, 지리산의 연인으로 살아왔습니다.

 

 

 

함 선생님과 함께 노고단에 온 사람들은 노고할매 탐방안내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 선생님은 11월쯤 지리산을 떠나 인천 사는 아들집에 가게 되었다고 하시며,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지리산과의 인연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함 선생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혔습니다.

누구인들, 40년간 살던 곳을 떠나는데, 더구나 지리산인데.. 가슴이 먹먹하지 않겠습니까?

 

 

 

함 선생님 이야기 후 한 명씩 돌아가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2009년 5월 4일 천왕봉에서 진행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상 시위 때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연관 스님(실상사 화엄학림 초대학장)도

스페인에서 잠깐 들어오셨다는 신부님도, 함 선생님을 위해 시를 읽어 준 이원규 시인도,

들락날락하며 그간 연습한 노래를 들려준 김휘근 님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모인 사람들은 지리산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함 선생님께 감사패와 감사선물을 드렸습니다.

 

'감 사 패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

 

40년을 지리산에서 살아온 선생님,

지리산의 사계절, 지리산의 밤낮, 지리산 골골에 훤한 선생님이 있어 지리산은 행복하였습니다.

지리산을 대신하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긴 시간 지리산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시간 지리산에 사는 동식물, 지리산자락에 사는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지리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011. 10. 24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함 선생님과 다시 지리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 이날 노고단에 있었던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노고단을 떠날 때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지리산은 짙은 안개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정태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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