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효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_ 1월 14일 오미자효소 거른 날 후기 울타리없는텃밭

누군가 말했다.

'오미자효소, 그거 생오미자하고 설탕하고 섞어 놓으면 되는 거 아냐?'

'빨래야 세탁기가 하고, 뭣 하러 힘들게 해, 된장이야 그냥 사면 돼지.'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엄마가 바느질한 이불을 덮고, 엄마가 빨아준 신발을 신고, 엄마가 기워준 양말을 신을 때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해보니 시간과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 힘듬 속에는 행복도 있었다.  

이불을 시칠 때면, 아이의 운동화를 빨 때면, 바늘에 실을 꿸 때면 번거롭고 궁색 떠는 듯한 일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였다.

번거롭지만 기쁨을 주는 일, 오미자효소와 된장 만드는 일은 그런 일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오미자효소 광신도'라 한다.

목이 아플 때, 여름철 기운이 없을 때, 초기 감기에는 오미자효소가 최고라고 말하는 내가 신들려 보일 때가 있다고도 한다.

맞다! 나는 오미자효소에 약간은 미쳐있다. 

또 혼자 미치기 아까워, '돋을볕오미자계'를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담고, 함께 거르고, 함께 나누고 있다.

 

1월 14일은 '돋을볕오미자계'가 오미자효소를 거르는 날이었다.

오미자효소를 지극히 사랑하는 계원들은 기다렸다고, 꼭 오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1월 11일, 12일, 13일... 14일이 가까워지니 계원들은 미안하다는 메일과 문자를 보내왔다.

하필이면 그날 아들이 먼 여행을 떠난다고,

하필이면 그날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자고 한다고,

하필이면 그날 나는 외국에 있다고,

하필이면 그날 결혼식이 있다고... 아.. 하필이면 그날 왜 이런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할까? 하필이면 그날,

 

하필이면 그날, 오미자효소를 거르기로 하였으니 많은 계원들이 올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

모이는 사람끼리 할 수 밖에.

그리하여 계원 3명과 친구들 1명, 비계원(구례에 산다는 이유로 불려나온) 3명이 오미자효소 거르는 일에 함께 하였다.

 

하늘은 맑으나 겨울답게 코끝이 시리던 1월 14일,

오미자효소 항아리가 있는 구례 간전 논곡마을 뒷산 '나무를심는사람들' 농막에 모여 일을 시작하였다.

 

항아리를 열자 농막 가득 오미자효소 향이 번졌다.

'돋을볕오미자계'의 오미자효소는 작년 10월 7일 유기농 생오미자와 공정무역 설탕을 1대 1.1의 비율로 배합하여 항아리에 담근 후

1달 동안은 3일에 한 번씩 저어줬고 설탕이 완전히 녹은 후 2달간은 항아리에서 발효되고 있었다.

남다른 빛깔과 향기와 맛은 질 좋은 생오미자와 설탕, 시간과 정성이 빚어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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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효소라도 더 짜내기 위해 손으로 꽈악, 오미자효소 작업에서 가장 고난이도 노동이다.

어깨에 힘이 가고, 손목이 아프고, 허리까지 뻐근해졌다.

작년 여름 지칠 때마다 오미자효소를 마셨다고, 정말 좋다는 이야기가 적절한 시점에 오가고

목포에서도 '오미자계'가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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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효소 찌꺼기를 술 항아리에 담아 술을 부었다. 

이제 3개월 후면 오미자효소도, 오미자술도 더 깊은 맛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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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닦고, 가지런히 하고, 뒷설거지를 끝내니 낮 2시가 되었다. 

일에 요령이 생겨서 인지, 숙련 일꾼들이어서 인지 생각보다 빨리 일이 마무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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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돋을볕오미자계'는 4월 15일 오미자효소와 오미자술을 분배하면 자동 해산되며,

8월 중순, 4기 '돋을볕오미자계' 계원을 모집한다.

'돋을볕오미자계'는 오미자효소 만드는 일을 통해 공동노동과 노동쿠폰 발행, 건강한 먹을거리 나눔, 유기농 지역농산물과 공정무역 물품 소비 등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오미자효소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공동노동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노동에 참여하여 노동쿠폰을 얻고 싶다면,

똑똑똑... '돋을볕오미자계' 문을 두드리면 된다.

 

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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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