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지랄엔, 지랄 총량의 법칙 태평육아

23d54f19d9669a43025aabb50aa2f0fb.요즘 26개월 딸아이의 본격적인 ‘지랄’이 시작되었다. 제깐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재간이 없다. 그냥 잘 놀다가, 잘 자다가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운다. 이렇게, 저렇게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그냥 놔두기도 하고, 혼내도 보고, 심지어 엉덩이 두들기기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럴 때 나의 결론은 ‘너의 지랄이 시작되었구나….’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동안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청소년기에 그걸 다 쓰고 얌전히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릴 적 범생으로 살다가 뒤늦게 불현듯 찾아온 지랄을 주체 못해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 바로 ‘지랄 총량의 법칙’이다. 물론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으니, 예외적으로 평생을 지랄 맞게, 혹은 그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을 거다.



5da2096eea871535f924207b36aa7b9c.이웃이자, 직장 상사였던 희망제작소 소장인 유시주 소장님이 창안하고, 경북대 김두식 교수가 그의 저서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공식화된 이 법칙의 요체는 '어떠해야한다는 선입견과 기대를 버려라, 그러면 마음에 평화가 올지니...’이다. 이 법칙은 이제 제법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 우리 딸을 대하는데 제법 자주 꺼내 암송하는 잠언이 되고 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될 때, 왜 그럴까? 도대체 언제 괜찮아질까? 어쩌란 말이냐? 분석하려고 들지 말고,  ‘그럴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이의 정기적인 ‘지랄’을 그냥 인정하고 받아주면 한결 마음이 홀가분하다. 좀 심하다 싶으면 나중에 얼마나 효녀가 되려고 그러지...하면서...ㅋ



아이를 키우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고, 때마다 고비고비를 넘는다. 처음 아기를 낳자마자 아름다운 감동의 세계는 잠시 잠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가끔 뱃속으로 넣어버리고 싶은 실존적, 아니 생존적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나에게는 출산의 고통보다 끔찍했던 ‘그 아래’의 고통, 이것만 나으면 살 것 같았다. 아래가 괜찮아질 무렵, 이번에는 위가 말썽이다. 젖 물리고, 젖 몸살 달래고를 반복하는 젖과의 전쟁이다. 그 다음은  잠투정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신생아 때는 잘만 자더니 백일 무렵 잘 자다가도 눕히기만 하면 울어대는 등센서가 작동한다. 이때 고문 수준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백일의 기적’만을 기다린다.



0174492aac1206786aad03c5cd41386d.백일이 지나고 어느 정도의 리듬을 갖게 되면서 이제 살만 하니, 6개월 무렵부터는 ‘먹이는 전쟁’의 시작이다. 밥 숟가락 들고 애 뒤꽁무니 쫒아다니다보면 하루가 간다. 애를 키우다보면 밥만 잘 먹으면 살 것 같고, 젖만 떼면 살 것 같고, 잠만 푹 자면 살 것 같고…그런 것들이 얼추 되어가면, 결막염, 감기, 중이염, 장염, 건선을 골고루 한번씩 앓고, 아…! 그 사이 팔도 한번 빠지고, 올 겨울엔 건선 때문에 난생 처음 병원(정확히는 한의원)도 들락날락 거렸다. 아플 때는 아프지만 않으면 살 것 같다.



아이를 안고 다닐 때는 걸어 다니면 살 것 같더니, 아이가 걷기 시작하니 내 손을 뿌리치고 저 혼자서 가겠다고 난리고, 이제 손 좀 잡고 걷는가 싶더니 고집을 피우고 아예 드러눕는 고강도 투쟁을 불사한다. ‘밭 맬래? 애 볼래? 하면 밭 맨다’는 말처럼 요즘같은 땡볕에도 아... 밭 매러 나가고 싶어라~



무슨 허들경기도 아니고, 아니 허들경기는 단거리로 끝나기나 하지, 이건 끝이 없는 허들 마라톤이다. 요즘 내 18번이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뗏목을 타는데 뒤집어져서 모터보트 타고 가는데 모터보트 기름 떨어져서 그냥 막 헤엄치면 셔셔셔~ 셔셔러셔셔셔~~’ 추억의 서세원 ‘개그송’이다.ㅋㅋ



‘백일의 기적’, ‘돌의 기적’ 기적 시리즈가 잠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기적만 기다리다가는 80% 재롱, 20% 지랄이라도 ‘육아=고통’이라는 등식을 견인하는 이상한 파레토 법칙에 빠질 수 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묻지마 지랄 앞에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암송하며 참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유용한 처방전이 없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지랄과의 전쟁에서는 서세원 아저씨의 ‘개그송’ 처럼 어이없는 노동요가 유용한 무기가 되어준다. 육아라는 장기전을 엔조이하기 위해서 심호흡 한 번 하고, 먼 산 한번 바라보고, 어떤 지랄 같은 상황에서도 코너코너에 숨어있는 깨알같은 웃음을 건져내는 예능감 장전하는 수밖에...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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