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 무엇으로 나는가 - ②

차기 전투기, 무엇으로 나는가 - ②

차기 전투기 사업의 경쟁과 검증, 그리고 국익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차기 전투기 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후보 업체들의 부실한 제안서 제출로 유찰되었던 차기 전투기 사업이 재공고를 통해 7월 5일 제안서접수를 최종 마감했다. 6월 유찰 당시 사업 일정의 연기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됐지만, 정부는 올해 안에 업체 선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2차 제안서 접수를 추진했다.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자는 측과 다음 정권으로 연기하자는 측은 여전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차기 전투기 사업은 건국 이후 단일무기체계로는 최대 국책 사업이다. 약 8조 3,000억 원이 소요예산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예산은 단지 비행기 60대의 가격일 뿐이다. 도입 전투기를 향후 30년간 사용한다고 할 때, 그 유지비용을 감안한다면 소요예산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또한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을 경우 그 액수가 일정 정도 감소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증가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민자 유치가 불가능한 안보사업으로 100% 국민의 혈세로 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오늘 우리의 세금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지불해야 하는 세금으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최적의 전투기를 구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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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이터 타이푼 ⓒ EADS

5가지 차원에서 본 차기 전투기 사업

이번 차기 전투기 사업은 소요예산과 향후 운영예산의 거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전액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이 대한민국 항공 산업에 어떠한 공헌을 할지 고려할 때 공익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2위 재래식 무기 수입국가로서 향후 이 사업의 결과가 한국의 무기 도입 관행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사업이 안보적 차원, 산업적 차원, 사회적 기여 차원 그리고 외교와 동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안보적 관점에서 무기 구매의 목적은 국방력 강화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방어적 무기든 아니면 공격적 무기든 간에 무기 도입 사업은 특정 국가의 안보정책 방향을 예상하고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즉, 국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는 것이다. 

전투기는 공세적 무기다. 이것은 외부의 위협을 가장 먼저 차단하며, 이를 무력화 시킨다. 동시에 전투항공력은 적국에 대해 중요한 억지력을 제공한다. 적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할지라도 최첨단 전투항공 자산이 이를 정밀하게 보복할 수 있다. 또한 잠재적 적국이 자국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을지라도 전투항공력이 우세하다면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최소화 할 수있다.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관계가 이 상황에 해당된다. 때문에 국가안보적측면에서 항공우주력은 도태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공군이 전투기 사업의 완결을 요구하는 이유는 보유 전투기 50% 이상이 도입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기종으로, 신형 전투기로의 교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후 전투기들은 개량 사업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량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최신형 전투기 도입은 사실상 매우 시급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는 ‘국익’적 이유가 있다면, 이는 노후 전투기들의 퇴역으로 발생할 전투항공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안보적 관점에서 흔들릴 수 없는 분명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성적 선택은 주어진 예산 내에서 우리가 필요한 시기에 배치될 수 있는 최고의 전투기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국내 항공우주산업 도약 발판돼야

두 번째, 막대한 현재 예산과 미래 예산이 사용될 이번 사업이 얼마만큼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다. 이는 경제적 국익에 관한 것이다. 무기구매 사업은 통상 거대한 액수가 집행된다. 따라서 구매국가는 절충교역을 중요한 구입조건으로 내세운다. 일반적으로 구매 국가는 구매 무기의 생산기술 이전을 생산업체에 구입 조건으로 내건다. 그리고 이는 구매결정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해상장비와 항공장비의 경우 이러한 기술이전의 수준은 구매결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특정무기 자체나 혹은 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구매단가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무기 생산기술을 전수 받아 제반 기술력과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얼마 전 차세대 전투기종을 선택한 일본의 경우, 도입 전투기의 상당수가 일본국내에서 생산된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의 항공우주력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이유가 바로 절충교역을 통해 중요기술을 판매국가로부터 전수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이 수출하는 장보고급 잠수함 역시 독일산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전수 받은 기술로 국산잠수함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단계에 이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간부분에도 이러한 절충교역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프랑스로부터 초고속열차를 도입했다. 8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초고속열차를 국내생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열차 도입 당시 절충교역을 중요한 구매 조건으로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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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35 라이트닝 ⓒ 록히드 마틴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차기 전투기 사업은 현재 발아단계에 있는 국내 항공 산업에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는 사업이다. 방위산업, 특히 항공기술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현실적 상황에서 이번사업은 대한민국 항공우주력 산업에 중요한 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전투기 사업이 지닌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항공 산업은 최첨단 집약산업이다. 전투기는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라 전기, 전자, IT, 통신, 섬유 산업 등이 집약된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항공 산업이 발달한 국가일수록 이공계열 학문이 발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항공 산업이 이들의 발전을 자극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잉이 실리콘밸리 산업 중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의 최첨단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항공 산업은 이공계 학문의 중흥뿐만 아니라, 이공계 계열 취업인구의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고의 이공계 브레인들이 항공 산업으로 몰린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언제까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려야 하는 걸까?

이 사업이 우리의 방위산업, 특히 항공 산업에 대한 사회적 기여로 이어진다는 것은 너무 큰 희망일까? 우리의 조선 산업, 반도체산업, IT산업의 발달이 앞서 언급한 선진 기술이전을 통해 성장하였다는 점, 이들 산업의 성장이 수많은 청년 엘리트들의 미래에 매우 긍정적으로 공헌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왜 유독항공 산업만 예외가 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전투기 사업에 사회적 측면의 국익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익에 집중해야

네 번째, 세계 2위 재래식 무기수입국으로서 무기 도입 사업이 사회적 논증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공공성’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익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국제협상론에 양면 혹은 ‘투 레벨 게임’(Two Level Game)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양자협상 테이블에 앉은 협상대표가 상대국의 대표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등 뒤의 국민과 국회 등을 대상으로 협상 결과를 설득해야 하는 양면의 협상구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대표의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일치된 응원이 아닌 비판적 의견이라는 역설의 논리가 존재한다. 

즉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협상전략으로 “우리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우리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기위해서 우리의 제안이 최선이다”는 등의 자세를 취하는 게 오히려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익에 대한 상호 인식의 차이, 나아가 차기 전투기사업의 논쟁이 활성화될수록 결과적으로 방위사업청의 협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뿐만 아니라 향후 진행될 여러 무기도입 사업 역시 공공의 잣대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활발한 사회적 논쟁 자체가 우리 정부의 협상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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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 사일런트 이글 ⓒ 보잉

다섯 번째, 이번 전투기 사업이 국익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세계 재래식 무기 수입 2위 국가로서 향후 무기 도입 정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보의 도구로서 단순한 무기의 수입이 아닌 종합적 국익의 관점에서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이고 실체적인 원칙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단순히 동맹 강화라면 거기에 맞춰 추진하면 되지만, 국내 방위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면 명확한 선택의 기준을 천명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차기 전투기 사업을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될 기종은 향후 30년 간 우리 영공을 수호할 전투기들이다. 그리고 발아단계에 있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에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조종할 수 있는 전투기이기도 하다. 즉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이유는 우리 안보와 항공산업, 공군 조종사들의 소중한 생명까지 결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30년 동안 우리 국민들이 지불해야 할 혈세가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밀한 확인과 과학적인 검증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조속한 추진보다는 철저한 추진이 더 합리적이며, 이 역시 우리 국익에 부합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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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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