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은 우리 손으로 만든 헬기, 수출 전망 밝다”

“수리온은 우리 손으로 만든 헬기, 수출 전망 밝다”

엘빗 시스템즈, “개발 착수 후 40개월이면 한국 해군 인도 가능” 

해상작전헬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히는 부분은 각종 임무장비의 체계통합이다. 복잡한 현대 항공 전자장비를 체계통합하는 데는 장기간의 사업 경험으로 쌓은 기술력이 필수다. 이 때문에 해상작전헬기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스라엘 방위산업체 엘빗 시스템즈를 사업 파트너로 활용해 수리온 해상작전형 개발을 구상 중에 있다. <디펜스21플러스>는 지난 7월 24일 한국을 방문한 엘빗 시스템즈의 헬기 개량 사업 담당자들을 만나 수리온 해상작전형 개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찌는 더위가 막 시작되던 지난 7월 24일 아침.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엘리 브룩 엘빗 시스템즈 헬기 사업 담당과 메이어 로젠버그 마케팅 담당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수리온 해상작전형 개발은 지금까지 해온 사업들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질문에 대한 답변도 여유가 넘쳤다. 이들이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여유롭기까지 한 이유는 엘빗 시스템즈가 지금까지 수행해 온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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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설립된 엘빗 시스템즈는 이스라엘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방위산업체로 각종 전자장비 생산과 체계통합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특히 헬기 체계통합에 있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이스라엘 해군의 AS365 ‘도팡(Dauphin)', 스페인·인도 해군의 SH-3 ‘씨킹(Sea King)’ 등 다수의 해상작전헬기 전투체계를 제작한 경험이 있고 수리온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어 이번 사업에 가장 적절한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엘리 브룩은 “현재 전세계 16종이 넘는 헬기 플랫폼에서 엘빗의 항공전자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4,000여대가 넘는다”며 30여 년간 세계 각국에서 헬기체계통합을 수행한 경험을 자랑했다. 이들이 인터뷰 내내 보여준 여유는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엘빗 시스템즈는 현재 수리온 해상작전형을 통해 해외 중형 해상작전헬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들이 국내 물량이 많지 않아 그리 큰 이익을 볼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 수리온 해상형 개발에 참여하는 이유가 바로 수출이다. 유로콥터도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수리온 해상작전형이 제대로 개발만 된다면 이들이 개척한 해외 판로를 이용해 수출도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엘리 브룩은 “한국군조차 믿지 않는 헬기를 도입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먼저 한국 해군이 수리온을 운용하며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엘빗은 수리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한국에 퍼져있는 수리온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엘리 브룩 헬기사업 담당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형 해상작전헬기, 중형 헬기 시장 공략 목표

엘빗 시스템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나는 엘리 브룩이고 엘빗 시스템즈에서 헬기에 관련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엘빗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방위산업체다. 공군과 해군 쪽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요즘은 헬기관련 사업에 주력하고 하고 있다. 현재 마케도니아에 비행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각종 교육훈련뿐만 아니라 헬기 정비도 제공한다. 회사 전체 사업영역의 40%가 미국에 있다. 엘빗 시스템즈는 특히 항공기의 통합 헬멧 시스템(Helmet Mounted Systems)으로 유명하다. 미군 항공기 조종사들 대부분이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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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브룩(Eliezer Brook) 엘빗 시스템즈 헬기 사업 담당 ⓒ 백운종

엘빗 시스템즈는 세계 곳곳에서 무기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전체 수익의 95%를 방위산업이 차지하는 기업이다. 수리온 기반 해상작전헬기 개발 사업은 엘빗이 수행해온 여러 사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큰 수익이 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업에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엘빗 시스템즈와 유로콥터는 전세계 해상작전헬기 시장에서 수리온급 중형헬기 시장이 비어있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할 수리온 기반 해상작전헬기를 통해 수출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엘빗 시스템즈는 이미 수리온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왔다. 수리온 개발을 통해 유로콥터와 함께 헬기 산업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국에 많은 기술을 전수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만든 수리온을 신뢰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엘빗 시스템즈와 유로콥터를 좋은 협력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엘빗 시스템즈는 수리온 개발 당시 협력사로 선정된 이래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경남 사천에 기술자 7명을 두고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리온과 함께한 것이다. 수리온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해상작전헬기도 좋은 결과를 약속할 수 있다.
 
수리온 기반 해상작전헬기의 수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이번 사업이 잘되면 특별한 헬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서 말했지만 대형 헬기와 소형 헬기는 이미 많은 기종들이 있는데 수리온급 중형헬기는 적당한 기종이 없다. 특히 우리는 수리온에 장착될 레이더, 항공전자체계 등을 최신 장비들로 선택했다. 비싼 대형헬기를 사기는 부담스럽고 소형헬기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나라들이 수리온을 선택할 것이다. 엘빗 시스템즈 내부에서 수행한 자체 연구 결과에서도 수출 전망은 상당히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예상 국가로 따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인도를 가장 유력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해군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명확한 계획이나 예산은 없지만 각국의 잠수함 전력이 날로 증강되고 있어 점점 커져가는 해상작전헬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수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메리카 지역 일부도 고려중이다. 일단 몇몇 나라들이라도 수출이 성사되면 자동으로 홍보가 돼 나중에 많은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30년 경험 통해 개발 위험 최소화

인도를 유력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 예상 물량은 어느 정도인가?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100대로 보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
 
한국 해군보다 인도의 물량이 더 많다.
물론 이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 해군이 수리온 해상작전형을 운용하며 헬기 성능을 전세계에 확인시켜줘야 한다. 운용하는 데 문제가 없고 성능 좋은 헬기라는 게 검증돼야 다른 나라들도 안심하고 헬기를 구매할 것 아닌가. 자국에서 쓰지도 않는 헬기를 수출부터 고려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엘빗 시스템즈도 설립 초기부터 이스라엘 군에 납품한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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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어 로젠버그(Meir Rosenberg) 엘빗 시스템즈 마케팅 담당 ⓒ 백운종

수리온 해상작전형 개발에서 엘빗은 어떤 부분을 맡게 되는가?
우리가 주로 맡게 될 작업은 각종 해상작전용 장비들의 체계 통합이다. 무기체계와 임무장비 등 모든 장비들의 통합을 담당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엘빗 시스템즈는 각종 헬기 개량에 관련된 경험을 30년 이상 쌓아왔다. 여기에는 해상작전용 장비들에 관한 경험도 포함돼 있다.   

엘빗 시스템즈가 핵심 작업을 다 맡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 개발한 장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핵심이라고까지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수리온 개량 사업은 어디까지나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유로콥터, 엘빗 시스템즈가 벌이는 협력 사업이다.  

헬기 개량 사업 경험이 많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행한 사업을 알고 싶다.
일일이 설명하기엔 너무 많다. 우리는 공격헬기, 구조헬기, 요인수송헬기, 다목적 기동헬기 등 거의 모든 형태의 헬기 개량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전 세계에 16종이 넘는 헬기 플랫폼에서 우리의 항공전자 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4,000여대가 넘는다. 대표적인 사업을 말하자면 2006년에 수행한 루마니아 공군의 푸마 헬기 개량 사업이 있다. 조종석을 최신형 글라스 칵핏(Glass Cockpit, 디지털화 된 계기판을 장착하는 항공기 조종석)으로 교체하고 스파이크 미사일을 통합하는 등 전면적인 개량 작업을 수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참고로 엘빗 시스템즈는 실전을 수행한 이스라엘 공군 헬기 임무장비의 주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육상헬기를 해상형으로 개조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역시 체계 통합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민감한 전자장비들을 하나의 헬기에 통합하는 작업이라 아무리 작업 경험이 많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바다의 험한 환경에서 운용하는 해상작전헬기다보니 육상용 헬기보다 더 어렵다. 장비를 부식시키는 염분도 고려해야 하고 해무 등 극복해야할 요소가 많다. 

항공전자장비 통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서는 경험만이 각종 위험요소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우리는 30년 이상 헬기 사업을 해 왔고 많은 경험이 있어서 큰 문제없이 수리온 개량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헬기 체계 통합작업은 하나의 사업이 단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업으로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검증이 끝난 제품을 투입하면 개발 기간과 위험요소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수리온 개량도 최신 장비와 검증된 장비를 적절히 융합할 예정이다.  

개발 기간 단축, 전력화 가능 시기 앞당겨져

성능도 중요하지만 전력화 시기도 민감한 요소다.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최종 개발 완료 시기는 유로콥터와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더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유로콥터에서 들은 바로는 체계통합 없이 기체 개량에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체계 통합을 마친 뒤 해군에 인도되기까지는 약 40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어도 48개월은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개발 기간이 줄었다.
48개월이란 시간은 개발 계획을 작성할 당시 수리온이 완성단계가 아니라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까지 고려한 기간이다. 그러나 올해 6월 수리온은 전투적합판정을 받았다. 개발 단계에서 제기된 각종 위험요소는 이제 고려할 필요가 없게 돼 기간이 40개월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2~3개월 정도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50개월로 늘어나는 사태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40개월 내로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이미 다른 나라의 작전요구성능에 맞춰 제작된 헬기를 개량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한국군만을 위해 설계된 헬기를 다시 개량하는 작업이라 돌발요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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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종

현재 도입이 유력시되고 있는 MH-60R도 한국제 무기와 통신체계를 통합해야 한다. 헬기체계통합 전문가 입장에서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가?
다른 헬기 제작사의 능력에 대해서는 우리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이제 엘빗 시스템즈가 한국의 해상작전헬기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영해 수호의 일부를 담당하게 됐다. 사업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먼저 이 사진을 보라. 이것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엘빗 시스템즈에 ‘베스트 파트너’ 상을 수여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이 사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최고의 항공기 제작사가 우리를 믿을 수 있는 협력사로 인정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엘빗 시스템즈의 모든 고객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기술력을 자랑한다.
 
한국 공군도 우리를 믿는다. 6,200만 달러 규모의 C-130H 수송기 개량사업 협력업체도 우리로 선정됐다. C-130H의 아날로그 조종석을 최신형 글라스 칵핏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해상작전헬기도 마찬가지로 글라스 칵핏부터 통합 헬멧 시스템까지 모두 최신 장비를 들여올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블랙호크 개량, 수리온 개발, T-50, FA-50 등 많은 한국 항공기 전자장비에 관여했고 우수한 결과를 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한국에서 좋은 성능의 해상작전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리라고 본다. 한국은 군사, 국방 기술 등 여러 면에서 강한 나라다. 그래서 이번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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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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