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주먹', 얼마나 부족하나

노후화·수량 부족... 정밀유도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공군 

SIPRI 자료로 짚어 본 한국 공군 '주먹'의 현실

영공 방위의 중추인 공군의 절박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잦은 항공기 추락사고가 말해주듯 공군은 당장 영공을 수호해야할 전투기가 부족해 퇴역 시기가 지난 전투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운용하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정밀유도무기 사격은 일 년에 몇 발로 제한되고 수량도 부족해 전면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과연 공군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미 간 무기거래내역을 근거로 공군의 전력 현황을 짚어봤다.

작년 2011년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장수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공군의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이 공군에게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군이 보유한 정밀유도무기인 GBU-24, GBU-31 JDAM 등의 작전 가능 일수는 불과 3일에서 10일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은 정밀유도무기의 전시 보유 목표량은 최소 30일로 현재 중기 국방계획에 반영된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대부분의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은 부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당시 2012~2016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된 공군 정밀유도무기사업의 총사업비는 1조 원 정도였지만 항공기 공중전력사업의 총사업비는 8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전투기 대수와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은 군사기밀로 취급돼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바 없다.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2006년 10월 당시 JDAM 100여 발이 국내 배치됐다는 공군의 언급은 있었지만 이후 총 몇 발이 도입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2009년 5월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JDAM의 도입 목표수량을 1,000여 발에서 1,450여 발로 늘리겠다는 발표가 나온 적은 있다. 

스웨덴 정부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전세계 무기거래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 그 동안 거래해 온 무기에 대한 기록도 1950년부터 2011년까지 남아있다. SIPRI를 통해 그 동안 한국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를 모두 찾아봤다. SIPRI 자료는 미 행정부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백퍼센트 정확한 신뢰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소 정보가 부족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참고 수준에서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공군만이 알고 있다. 공군 측은 SIPRI 자료에 나온 수치 확인 요청에 “해당 내용은 군사비밀 2급에 해당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턱없이 부족한 JDAM 보유량

한국 공군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는 대부분 미국산이다. SIPRI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는 무기들을 위주로 살펴보면 7종의 정밀유도무기를 찾을 수 있다. 먼저 공대지 유도무기부터 살펴보자. 공대지 유도무기는 대부분 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공군에서는 노후화 돼 사용이 불가능한 유도무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도입한 지 30년이 지난 무기도 있어 우려가 된다.

한국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도입한 공대지 유도무기는 AGM-65 메버릭 계열이다. 1980년부터 1983년까지 200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127발, 2003년 3발, 2010년 35을 도입해 총 365발을 도입했다. SIPRI 자료에는 90년대와 2010년 도입한 메버릭이 AGM-65G 계열이라고 명시돼 있다. 80년대에 도입한 200발은 1977년에 주문된 것으로 보아 적외선이 아닌 초기형 TV유도 방식으로 추정되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는 메버릭의 최대 사정거리는 8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적외선 유도로 목표를 타격하는 AGM-65G는 사정거리가 25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러나 G형은 총 162발에 불과해 수량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초기형 200발도 도입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공대지.jpg


두 번째로 많이 도입된 공대지 무기는 보잉에서 제작한 GBU-31 JDAM이다. JDAM은 2006년에 14발,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280발이 도입돼 총 294발을 보유하고 있다. JDAM은 소위 ‘바보폭탄’이라 부르는 재래식 폭탄에 장착하는 유도키트로 한국 공군은 GBU-31을 운용 중이다. 사정거리는 27킬로미터이고 탄두중량이 900킬로그램에 달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공산오차가 10미터 안팎에 불과해 상당한 정밀도를 지닌 무기로 평가받는다.

원래 F-15K에서만 운용이 가능했지만 작년 2월 공군이 KF-16의 JDAM 연동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이제는 KF-16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한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은 JDAM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에 JDAM의 명중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294발 밖에 없는 상황은 심각하다”며 “최소한 1,000발 이상은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많은 보유량을 가진 미사일은 AGM-88 함(HARM)이다. 함은 적 레이더의 신호를 추적해 폭격하는 대레이더 미사일이다. 함은 1994년에 40발, 1997년과 1998년에 걸쳐 132발이 도입돼 총 172발을 보유중이다. 최대 사정거리는 90킬로미터다. F-16 계열과, F-15K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다. 함은 아직 특별한 문제가 발견된 적은 없다. 

JDAM.jpg
▲ JDAM은 지상 타격에 중요한 무기지만 수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 USAF

더 심각한 SLAM-ER 보유량

네 번째 보유량을 가진 공대지 무기는 AGM-142A 팝아이-1이다. 로비스트 린다 김이 들여온 무기로 유명하다. 팝아이는 이스라엘 라파엘사와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로 2002년 총 100발이 도입됐다. 최대 사정거리가 110킬로미터에 육박해 도입 당시 북한이 운용 중인 사정거리 250킬로미터 S-200을 제외한 모든 방공 미사일을 공격할 수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까지 퇴역할 노후 기종 F-4E에만 장착이 가능해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또한 지난해 6월 실시한 실사격에서 3발 중 2발이 추진체 배터리가 작동하지 않아 추락하면서 운용상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공군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예산을 반영해 배터리를 전량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향후 실시할 팝아이 수명평가에서 추가 이상이 발견될 경우 새 정밀유도무기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05년 도입한 GBU-12 페이브웨이2는 모두 50발이 들어왔다. 페이브웨이2는 레이시온과 록히드 마틴이 생산중인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일반 폭탄 Mk82에 레이저 유도 시커와 유도 날개를 부착한 무기다. 사정거리는 14km에 이른다. SIPRI 자료에는 없지만 현재 공군은 GBU-24도 운용 중이다. 

공군이 운용하는 정밀유도무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AGM-84H 슬램이알(SLAM-ER)은 보유량이 JDAM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 발당 가격이 17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슬램이알은 비싼 도입가 때문인지 2006년에서 2008년에 걸쳐 총 47발만이 도입됐다. 최대 사정거리가 280킬로미터에 육박해 북한이 두 개 포대를 운용 중인 사정거리 250킬로미터 S-200을 무시한 채 핵심목표를 타격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전력이다. 그러나 도입 수량이 턱없이 부족해 F-15K에 두 발씩 장착했을 때 훈련으로 소진된 물량을 고려하지 않아도 23대 정도가 한 번 출격할 양밖에 없다. 비싼 가격 때문에 실사격 훈련이 부족해 명중률도 겨우 50%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팝아이 추락 당시 슬램이알 한 발도 발사 직후 추진체 이상으로 의심되는 문제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 뒤 실시한 재훈련은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편 보잉의 AGM-84L 하푼 공대함 미사일도 수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SIPRI 자료에는 총 세 차례에 걸쳐 하푼을 도입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1995년에서 1998년에 걸쳐 도입한 하푼은 P-3C 해상초계기용으로 표시돼 있다. 2007년에서 2008년에 걸쳐 도입한 26발의 하푼 중 전투기용 AGM-84L은 20발이고 나머지 6발은 잠수함용인 UGM-84다. 2010년 도입한 9발은 모두 전투기용인 AGM-84L이다. 실질적으로 전투기에서 운용하는 하푼은 모두 26발에 불과한 것.

그러나 앞서 JDAM 수량 부족을 지적했던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은 “북한 해군은 한국 해군이 충분히 격파할 수 있는 수준이라 공대함 임무는 공대지 임무에 비해 중요하지 않아 보충이 시급한 무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독도나 이어도 분쟁 등을 고려해 향후 충분한 수량을 보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F-15K.jpg
▲ F-15K에 장착 가능한 항공 무기체계. 한 가운데 슬램이알이 보인다. © 공군본부
 
공대공은 충분한 편이지만…

공대공 미사일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와인더 계열의 경우 총 도입량이 3020발로 공대지 무기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7 스패로우 계열은 596발, AIM-120계열은 600발이 도입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사이드와인더 계열을 살펴보자. SIPRI 자료 상에는 한국이 AIM-9계열 중 J, L ,P, X 네 종을 들여온 것으로 나와 있다. 1974~1977년 F-5E용 AIM-9J 733발, 1978~1981년 F-5E용 AIM-9L 600발, 1982~1986년 F-5E 및 F-4E용 AIM-9L 680발, 1990~1991년 AIM-9P 500발, 1998~1999년 AIM-9L 300발, 2006~2007 F-15K용 AIM-9X 105발, 2010~2011 AIM-9X 102발 등 총 3,020발을 도입했다. 최신형 AIM-9X를 기준으로 사이드와인더의 최대 사정거리는 40킬로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2,013발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나 노후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AIM-7M 기준 최대 사정거리가 70킬로미터인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스패로우 계열도 마찬가지다. 공군은 1979년 AIM-7E 스패로우 미사일을 341발 도입한 뒤 1989~1990년 AIM-7F 76발, 1992~1993년 AIM-7M 179발, 1997년 AIM-7M 40발 총 636발을 도입했다. 다른 미사일들은 문제없는 것으로 보이나 1979년 도입한 341발은 도입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우려된다. 한편 공군 측은 공대공 미사일도 공대지 유도무기와 마찬가지로 노후화돼 사용이 불가능한 미사일은 없다고 밝혔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은 사정이 가장 낫다. 암람은 AIM-120A와 B계열이 최대 80킬로미터, C계열이 최대 105킬로미터 정도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총 600발이 도입된 것으로 나와 있는 AIM-120계열은 모두 1998년 이후 도입돼 노후화 문제는 없다. 1995년 F-16계열용으로 AIM-120A 88발이 도입됐고 1998년 같은 미사일이 190발 더 들어왔다. 2000년에는 향상된 AIM-120B가 100대 들어왔고 2011년까지 AIM-120C가 222발 추가돼 암람 계열 미사일은 총 600발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에게 공대공 미사일 보유량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니 “전체 보유량은 다소 부족하나 공대지보다 나은 상황이고 전투기 대수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전투기 대비 미사일 보유량은 균형을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대공.jpg

타격 무기체계 외에도 SIPRI 자료에는 KF-16에 장착된 랜턴(LANTIRN) 포드 도입 수량도 공개돼있다. 공군은 1998년~2000년에 걸쳐 AN/AAQ-13 네비게이션 포드 20대와 AN/AAQ-14 타게팅 포드 20대를 도입했다. 공군이 무단 분해했다가 한미 양국 간 군사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던 F-15K용 타게팅 포드 타이거 아이는 2005년~2008년에 걸쳐 40대를 도입했다. 2011년 계약을 체결한 F-15K용 신형 타게팅 포드 AAQ-33 스나이퍼는 아직 인도된 물량이 없다. SIPRI 자료에는 2013년부터 인도가 시작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전투기·무기 부족 이중고 시달리는 공군

한 동안 국내 국방 이슈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차기 전투기 사업은 과도하게 급박한 일정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험평가가 종결돼 막바지 협상에 돌입한 차기 전투기 사업은 공군이 가장 절박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전투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탈출구다. 공군참모총장이 “어떤 기종이라도 좋으니 연기만은 안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공군은 절박하다. SIPRI 자료를 토대로 현재 공군의 전투기 현황을 짚어보자.

SIPRI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지금까지 F-4, F-5, F-16, F-15계열의 전투기 768대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했다. 이 가운데 수명이 30년을 넘긴 기종은 F-4 계열이 84대, F-5계열이 278대로 총 362대에 이른다. 물론 이미 도태된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공군에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 현황을 질문하자 F-5A 73대, F-5B 40대(5대 필리핀 공여)가 도태돼 운용하지 않고 있으며 F-4계열은 2010년 6월 마지막 F-4D 대대가 해편해 현재는 청주 17전투비행단에서 F-4E 3개 대대만 운용 중이라고 한다. 

F-4E.jpg
▲ F-4E는 한때 명성을 떨친 전투기지만 한국 공군을 떠날 시기가 지난 지 오래다. © 공군본부

또한 공군은 2019년까지 남은 F-4E와 F-5E/F를 모두 퇴역시킬 예정이며 F-5 계열 중 가장 최신형인 제공호는 기골 보강을 통해 2023년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제공호는 1979년부터 1986년까지 모두 68대가 생산됐다. 최신 기종인 F-15K 60대와 KF-16 135대, F-16C/D 35대는 아직 아무 문제없이 운용하고 있다. KF-16은 앞으로 개량 사업을 통해 더욱 향상된 성능을 발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전투기가 불과 230여 대밖에 되지 않아 심각한 전력 공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이런 암울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투기만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가 있어도 적을 때릴 ‘주먹’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공군에 보유 중인 항공 무기체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는지, 부족하다면 전시에 이를 충당할 방법은 있는지 질문했지만 “답변 내용이 전시작전계획과 연관돼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같은 질문에 “전시에는 긴급전시구매 방식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적절한 보유량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고 답변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