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상관 아니다, 이 대위 결국 무죄 받을 것

대통령은 상관 아니다, 이 대위 결국 무죄 받을 것
기무사 불법 수집 증거 인정에 자의적 법해석까지, 상급법원이 바로잡아야

트위터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해 상관모욕죄로 재판을 받던 이모 대위가 결국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을 군 형법상 상관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거셌지만 군 법원은 대통령을 상관의 범주에 포함시켜 유죄를 선고했다. 기무사가 수집한 증거의 적법성 논란도 무시한 채 이뤄진 이번 판결에 대해 임종인 전 국회의원은 “민간 법원에서는 나올 수 없는 판결”이라며 상급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모 대위는 트위터에 올린 글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초의 군인이 됐다. 죄명은 ‘상관모욕죄’.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었다. 이 대위는 트위터로 인천공항 민영화, 남북관계 등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고 군검찰은 이를 국군통수권자인 상관을 비방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 3월 22일 이 대위를 기소했다. 군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상관모욕죄상 최고 형량인 3년이었다. 이 대위 측은 대통령은 상관에 속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논란은 군인의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군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자료의 적법성 논란도 거셌다. 기무사는 지난 2월 이전부터 이 대위를 주시해 왔다. 기무사가 수집한 증거를 건네받은 군검찰은 이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기무사가 수집한 증거라는 점에서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군에서 법무관으로 10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종인 전 국회의원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수사권이 없는 기무사가 아닌 헌병이 증거를 수집해야했고 현재 제출된 증거들은 법원에서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을 맡은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은 기무사가 첩보활동의 결과물을 수사권이 있는 군검찰에 이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해당 증거들을 인정했다. 

단순히 트위터로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과연 형법으로 처벌할 만큼 중죄인가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처벌을 찬성하는 측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엄히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대통령이 상관에 포함되지도 않을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처사라며 형사처벌을 반대한다. 처벌은 하되 형법이 아닌 내부징계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임종인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군 형법이 규정한 상관의 범주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했다. 임 전 의원은 또 “전투를 치러야 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상관을 법으로 보호할 필요는 있다”며 “상관모욕죄의 존속 여부 논란은 현 시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이 대위가 상급법원에서 결국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통령 상관으로 보는 건 자의적 해석에 불과

디펜스21+ ‘상관모욕죄’라는 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죄목이다. 왜 군대에서는 이런 죄가 형법으로 다뤄지나?
임종인 군에서 상관모욕을 군 형법에 명시하고 처벌하는 이유는 전투를 주임무로 삼는 군대에서 상관을 모욕하면 전투력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경찰, 소방관은 상관을 모욕한다고 해서 형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엄격한 규율이 요구되는 교도소조차 상관모욕은 죄가 되지 않는다. 군에만 있는 특별한 죄기 때문에 그만큼 해석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대위 사건에서는 군이 ‘상관’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이라기보다 자의적인 해석에 가깝다. 대통령이 상관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는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매우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군형법 2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은 상관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군형법에서 상관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돼 있고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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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인 전 17대 국회의원
                                                    1978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1981-1990 육군 법무관 (특전사 법무참모 중령 예편)
                                                    2002-200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2004-2008 17대 국회의원 (국방위원)
                                                   현재 법무법인 해마루 고문변호사 재직 중

2009년 9월 개정된 군인복무규율에서는 상관에 국군통수권자도 포함돼 있다. 
군인복무규율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상관의 개념이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였는데 개정 후에는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바로 위 상급자까지’로 확대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아닌 대통령을 상관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군인복무규율에 대통령이 상관으로 나와 있다고 해서 군 형법상의 상관도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군인복무규율은 행정기관만을 규율하는 대통령령이라서 군 형법을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상관모욕죄는 군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죄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관의 명령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항명죄도 따로 두고 있는데 굳이 상관모욕죄를 둘 필요가 있을까?
임종인 항명죄와 상관모욕죄는 전혀 다른 범주로 봐야 한다. 항명죄는 상관이 구체적인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부하가 거기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적용되는 죄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항명죄로 처벌했는데, 상관이 내린 집총명령을 거부해 정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상관모욕은 어떤 구체적 명령이나 지시를 어겨서 처벌받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욕을 할 경우 처벌받는다. 아무리 넓게 해석한다 해도 항명죄와 상관모욕죄를 같은 범주로 볼 수는 없다. 

모기를 도끼로 잡으려 하는 군

상관모욕죄가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인가?
전투를 수행하는 군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상관을 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 상관모욕죄의 존속여부는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앞서 말했듯 대통령은 구체적인 명령을 하달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상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도 상관이 될 수 없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내리나? 이 때문에 이 대위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결국은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판사라면 이 대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육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모 사단의 A소령이 여군 장교 B를 스토킹한 사실을 B가 상부에 보고하자 A소령은 다시 B를 항명죄, 상관모욕죄 등으로 고발했다. 심지어 피해자인 B는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까지 간 법정다툼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B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뒤였다. 이처럼 항명죄나 상관모욕죄는 상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부당하게 남용될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확대해석인가? 
나를 비롯한 여러 변호사들이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사건이다. 항명죄나 상관모욕죄가  부당하게 남용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상관모욕죄에 위헌적 요소는 없는가?
그런 단계까지 논의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 상관모욕죄라는 죄가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을 이 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집중해야 한다.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전원책 변호사도 지난 5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위를 형법으로 처벌하기보다는 내부징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상식이 있는 변호사라서 형법으로 처벌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징계사유가 되는지는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이 대위가 상관인 중대장을 직접적으로 모욕했다면 모르겠지만 군형법으로 보호받지 못 하는 대통령을 비판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징계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 대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아무리 대통령이 상관이 아니라도 현역 군인이 트위터로 대통령을 ‘새끼’라 부르며 비판한 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군인의 표현의 자유 문제인 것 같다. 군인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비판하고 정치적 견해를 노출하는 건 자제해야한다고 본다.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나.
공무원으로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대위의 행동은 군인으로서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비판했다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여당이고 정치적으로 어느 한 쪽을 대변한다. 거기에 대해 공무원인 군인이 욕을 하는 건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대위의 행동이 옳은 행위라서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이등병부터 4성 장군까지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 해서 형벌로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훈계로 끝낼 수도 있는 일이라고 본다. 마치 모기를 도끼로 잡은 것처럼 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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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형법(위)과 군인복무규율(아래)에서 규정하는 '상관'의 개념

기무사 수집 증거 인정한 법원도 문제

7군단 보통군사법원은 기무사가 수집한 자료들을 증거로 인정했다. 애초에 증거로 인정받아선 안 되는 것들 아닌가?
당연히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이번 사건의 관련 증거는 헌병이 수집한 것들만 인정받아야 한다. 기무사는 이 대위 사건과 같은 문제에 대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법원법 제44조에 나와 있는 군사법경찰관의 수사한계에 따르면 기무부대원들은 반란죄, 이적죄,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 등에 관련된 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 나머지 죄에 대해선 헌병이 수사권을 가진다. 이 대위가 트위터로 대통령을 욕한 건 기무사의 수사범위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 수집도 헌병이 해야 했다. 

군사법원법에 뻔히 나와 있는 내용인데 왜 7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는 기무사가 수집한 증거를 인정했을까? 
멋대로 인정한 거다. 하급법원의 그러한 잘못을 바로 잡을 권한과 책임이 상급법원에 있다. 상관이 아닌 대통령을 상관이라 인정하고 수사권이 없는 기무사가 수집한 자료를 증거로 인정했으니 상급법원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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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오바마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경질된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간 사령관

2010년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이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사령관은 대중잡지 <롤링 스톤>에서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상반된 의견을 보인 바이든 부통령을 ‘나를 물어뜯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백악관 안보 보좌관 짐 존스를 ‘광대’로 비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장군들 때문에 불편하고 겁먹은 존재로 묘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문민통제의 근간을 훼손했다고까지 평가받은 매크리스털은 경질되는 데 그쳤다.
매크리스털을 경질한 건 당연한 조치다. 맥아더도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과 만주에 핵을 투하하는 문제로 충돌을 일으키다 해임당하지 않았나. 

매크리스털 사령관에 비해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은 매우 경미한 수준 아닌가. 매크리스털 사례와 비교해도 이 대위는 과한 처벌을 받은 것 같다.
적절한 비교가 아닌 것 같다. 이 대위는 상관모욕죄로 재판을 받았다. 매크리스털은 오바마 대통령을 모욕했기 때문이 아니라 항명에 가까운 언론플레이가 문제가 돼 경질됐다. 문민통제를 받는 군인이 문민통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기 때문에 해임된 것이다.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전쟁 정책에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정한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폄훼해선 안 된다. 범죄는 아니지만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올해 4월에는 미 해병대원 한 명이 페이스북에 오바마 대통령을 ‘경제의 적, 종교의 적, 내부의 적’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가 불명예 전역을 당했다. 이 사건은 이 대위 재판과 연관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건은 이 대위 사건과 비슷한 것 같다. 그 해병대원도 결국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이 대위도 불명예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등 징계 기준을 이 자리에서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일단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아내는 게 급선무다.   

사상주입, 민주국가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군사법원 폐지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군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 대위도 사실상 군사법제도의 폐해 때문에 피해를 본 것 아닌가? 
이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은 민간 법원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다. 정당한 방법으로 수집되지 않은 증거를 인정하고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법률 해석까지 자의적으로 하는 건 군사법원의 존재 의미까지 묻게 만든다. 의원직에 있을 때 군사법제도 개혁을 주장하긴 했지만 군사법원 폐지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사건은 평시 군사법원의 존재 가치를 의심케 하는 사건으로 보인다. 이렇게 재판 같지도 않은 재판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에게 저항을 받아 군사법원 폐지까지 갈지도 모른다. 

이 대위 외에도 군사법제도의 피해를 본 군인들이 현 정권 들어 증가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군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사건들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군인의 인권을 군사법제도를 이용해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군은 민간과 달라 특수성을 인정해야하는 조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행동과 표현을 막을 필요는 없다. 불온서적 사건이 대표적이다. 군은 불온서적 지정 자체가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헌법 소원을 제기한 법무관들을 파면했다. 해군사관학교 교관이 학자로서 소지한 사회과학서를 이적물로 규정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는 등의 행위는 지난 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종북교육 같은 사상주입 행위도 민주국가의 군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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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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