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가 커서 아빠를 원망하진 않을까? 뽀뇨육아일기

자, 소개는 대충 했으니 처음 글은 뭘로 쓸까?‘


 

아내에게 물었더니

"어머니와 장모님에게 온갖 시련을 당하는 아빠의 이야기, 어때?"

"... 처음 부터 그걸 쓰라구?"

"아빠 육아니까. 차별화로 가야지"

  

고민만 하다 일요일이 그냥저냥 지나가고.

'뽀뇨가 아내아내(안돼의 간곡한 표현)를 하게 된 사연을 쓸까?'

'아냐, 와이프 말마따나.. 아빠 육아의 치명적인 적들에 대해서 써보자. 네거티브하지만...'

'쭈쭈없는 아빠의 설움은 어떨까?'

  

뽀뇨를 재우느라 침대에 누워 이리뒹굴 저리뒹굴하고 있는데 밤 9시가 너머 아내가 돌아왔다.

뽀뇨의 취침시간은 밤 9시. 아빠는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을 함께 그리다가 눈을 먼저 감아야 하는데(아빠의 명연기에 뽀뇨는 잠이든다 ^^;) 오늘은 엄마가 들어오자마자 문을 빼쪼로미 연다. 아내도 아이가 무척 보고 싶었겠지만 내 입장에선 5분만 더 있으면 뽀뇨를 재울 수 있는데... 

아.깝.다.!

  

엄마에게 달려가는 뽀뇨. 아내는 일요일엔 반드시 개콘을 봐줘야 한다며 모니터를 켠다. 뽀뇨는 이제 다잤다. 포기하고 맘 편하게 아내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10시가 다 되어가니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경고를 날린다. 착한 수미씨가 곧 뽀뇨를 침대로 데려왔다.

  

(방의 불이 꺼지고 우리는 새벽 3시에 가을모기 3마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다행히도 다 잡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9시가 다 되었다. 모기 잡느라 30분씩 새벽에 깨는 날에는 항상 이렇다. 컴퓨터에 앉자 마자 월요일이라 그런지 전화에 불이 난다. 해야 할 일과 가야할 곳 때문에 머리에서 뚜껑이 열리려고 하는데 뽀뇨는 아침부터 설사를 하며 울어댄다. 희한하게 아빠와 있을 때는 얌전하게 있고 울지도 않는데 엄마와 같이 있을 때는 어리광을 많이 부린다.

  

아내가 이 시간에 집에 있어 다행인데, 머릿속엔 뽀뇨를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 아내가 뽀뇨를 울리는 것에 대한 약간의 원망(?)이 복잡하게 섞여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뽀뇨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보통 12시 이전에 잠을 재우고 아빠는 그 틈에 일을 하는데 오늘은 엄마가 있어 그런지 12시가 넘었는데도 잠을 자지 않는다. 추울까 싶어 옷을 따뜻하게 입혔는데 밖에 나오니 따뜻한 햇살.

(항상 우리집만 제일 춥다. ㅠㅠ)

  

졸렸는지 차에 태우자 마자 잠을 자는 뽀뇨.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빠르게 차를 몰다가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여유를 찾자‘며 되뇌인다. 뽀뇨가 깰까봐 라디오도 틀지 않고 창문도 내리지 않고 긴장 속에 운전을 하다가 백미러에 있는 우리 아이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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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하다. 뽀뇨’

 

‘잘 키울 자신 있다’며 뽀뇨를 3주만에 외가에서 찾아왔지만 그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빠 엄마가 제대로 못해주는데도 데려오다니...) 뽀뇨가 불쌍하다’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이렇게 백미러로 보면 항상 목이 옆으로 제쳐져 있거나 앞으로 제쳐져 있다. '장시간 운전이 17개월된 아이의 신체와 정서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바쁜 날에는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데... 요구르트 1병이 전부였다.

  

잠시 우체국에 들렸다 나오는데 뽀뇨가 잠에서 깼다. 혹시나 울까봐서 “뿡뿡이가 좋아요~”라고 노래를 부르니 “왜?”라는 목소리가 뒷좌석에서 들려온다. 아빠는 신이나서 ‘뿡뿡이’에서 ‘꼬물꼬물 올챙이’로 이어지는 동요 메들리를 신나게 부르고 뽀뇨는 주요 구절을 항상 먼저 부르며 아빠의 흥을 돋운다.

  

오늘의 주요 목적지인 참기름집. 

백개가 넘는 참기름 뚜껑을 닫아야 하는데 옆에 뽀뇨가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 마침 TV가 있어 뽀뇨를 TV에게 맡겨둔다. ‘뽀뇨야, 조금만 참아줄래?’하며 뚜껑을 힘껏 닫는데 얼마 안되어 손에 물집이 잡힌다.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일을 하루 미루며 뽀뇨를 데리고 나오는데 벌서 저녁 5시가 넘었다. ‘뽀뇨 배 고플텐데’라는 생각을 못하는 아빠. 마지막 일을 끝마치고 차에 시동을 거는데 뽀뇨가 울기 시작한다.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라는 생각과 ‘길가에 뭐라도 있으면 사줘야 겠다’라는 생각..  

오는 길에 슈퍼에 잠시 들러 ‘초코파이’하나 쥐어주고는 차를 다시 몬다. 석양은 정말 아름다운데... ‘뽀뇨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뽀뇨가 커서 아빠를 원망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되돌아온 화요일 새벽, 글을 쓴다.

  

‘뽀뇨에게 아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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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